[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삼성전자가 자사 간편결제서비스 삼성페이를 유료화로 전환할 방침을 밝히면서 카드사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삼성페이의 유료화는 애플의 간편결제서비스 애플페이의 국내 도입으로 촉발됐다. 현재 애플페이는 카드사에 결제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일부 카드사를 대상으로 자사 간편결제 서비스 삼성페이의 결제 수수료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당시 삼성전자 측이 전달한 수수료는 건당 0.15%로 현재 애플페이가 현대카드에 부과하는 것으로 알려진 수준과 같다. 다만 삼성전자 측은 “결제 건수와 반비례하게 수수료를 부과해 차등 적용하겠다”는 내용을 덧붙인 것으로 전해진다.

   
▲ 스마트폰에서 삼성페이를 통해 네이버페이 온라인 주문형 가맹점의 간편결제를 이용하는 모습./사진=삼성전자 제공


애플은 현대카드와 손잡고 지난달 21일 국내에 애플페이를 도입했다. 애플페이는 2014년 출시됐으나 그간 수수료 문제와 단말기 보급 등의 문제로 상륙하지 못하다가 현대카드와 손잡고 지난달 21일 약 8년 만에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애플페이가 도입되면서 카드업계에서는 삼성페이 유료화가 이슈로 떠올랐다. 카드사들은 지난 2015년 8월 삼성페이 도입 이후 매년 8월 제휴 계약을 연장해왔다. 사실상 자동연장되는 개념이나 올해는 애플페이 도입으로 변수가 생기게 됐다.

삼성페이에서 수수료를 부과한다고 해도 카드사들은 삼성페이와의 제휴를 중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삼성페이를 사용하지 못하게 될 경우 고객들이 이탈하면서 시장점유율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삼성페이에 이어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과 같은 다른 대형페이사들의 수수료 도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간편결제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주체는 카드사가 아닌 휴대폰제조사나 전자금융업자다. 이들 업체를 중심으로 간편결제 수수료 인상이 연쇄적으로 이어진다면 부담 역시 불어날 전망이다.

지속되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법정최고금리 인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조달비용 증가, 시장포화 등으로 카드업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삼성페이 결제 수수료까지 부담할 경우 소비자 혜택이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카드사들은 기준금리 인상과 자금시장 경색까지 겹쳐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조달비용이 늘자 무이자할부, 할인 한도 등 혜택을 줄였으며 카드론, 자동차할부금융 등의 금리는 올렸다.

그럼에도 올해 1분기 카드사들의 실적은 악화했다. 삼성카드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145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우리카드의 당기순이익은 4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3% 줄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대카드가 애플페이를 등에 업고 시장점유율을 확대해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카드사들이 애플페이 도입을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페이가 유료화를 한다고 해서 당장 삼성페이와의 제휴를 끊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삼성페이가 유료화로 전환되면 카드사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결국 소비자 혜택을 줄이는 식의 대응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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