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서영 기자] 주요 석유화학업체들이 잇따라 해외 현지업체와의 합작을 통해 에탄가스 기반 설비 증설을 서두르고 있다. 현재의 저유가 상황에서는 기존 납사(Naphtha) 위주 생산 구조가 유리하지만 향후 유가 상승 시에도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 미리 체질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 3강인 LG화학과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등이 해외 현지업체와의 합작을 통해 에탄가스 공장을 신설했거나 추진 중이다.
롯데케미칼은 미국의 석유화학기업인 액시올사와 최근 합작사업 계약을 체결하고 루이지애나주에 에탄크래커(ECC·Ethane Cracking Center)를 건설하기로 했다. 2018년 상업생산이 시작되면 연간 100만톤(t) 규모의 에틸렌을 생산할 수 있으며 이중 지분 90%를 가지고 있는 롯데케미칼이 90만t을 확보하게 된다.
LG화학은 카자흐스탄 국영 기업인 UCC, 현지 민간기업인 SAT와 합작으로 2019년 완공을 목표로 아티라우 특별경제구역 부지에 ECC를 건설 중에 있다.
예상투자금액은 42억 달러 규모로 LG화학이 50%의 지분을 갖는다. 이 공장은 카자흐스탄의 천연가스에서 추출한 저가의 에탄가스를 원료로 연간 에틸렌 84만t, 폴리에틸렌(PE) 80만t 규모를 생산할 계획이다.
앞서 한화케미칼과 사우디아라비아 민간 석유화학회사인 시프켐이 합작해 설립한 IPC는 지난 4월부터 본격적인 석유화학제품 생산에 돌입했다. 한화케미칼이 25%, 시프켐이 75% 지분을 보유한 IPC 역시 에탄가스를 기반으로 한다.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이 잇따라 에탄가스 기반 설비 증설에 나서는 것은 원료와 생산기지 다변화 차원 때문이다.
지난해 말 이후 국제유가 급락으로 납사 가격이 안정되면서 상대적으로 에탄가스를 이용한 에틸렌 생산의 메리트가 떨어졌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여전히 납사 대비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국내업체들은 그동안 주로 국내 정유사들로부터 석유 정제시에 나오는 원료인 납사를 공급받아 NCC(Naphtha Cracking Center)에서 범용 석유제품 생산에 치중해왔다.
NCC는 납사를 고온으로 가열해 분해한 뒤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의 석유화학 제품을 만드는 설비다.
향후 유가 상승기를 대비해서라도 원료 다변화와 해외 생산기지 구축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설명이다.
해외합작 법인이 본격 가동되면 석유화학의 기초 원료인 에틸렌 생산규모에 따른 국내 석유화학업체 순위에도 변동이 예상된다.
현재 국내 기준으로 에틸렌 생산능력은 LG화학이 여수 NCC 116만t, 대산 NCC 104만t 등 연간 220만t 수준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어 롯데케미칼이 210만t, 한화케미칼이 191만t으로 뒤를 잇고 있다.
다만 한화토탈(100만t)을 합할 경우 한화그룹 석유화학 계열사의 에틸렌 생산능력이 총 291만t으로 가장 많고 해외 현지법인을 고려하면 지난 2010년 말레이시아 석유화학기업인 타이탄(70만t)을 인수한 롯데케미칼이 280만t으로 다른 업체를 앞선다.
롯데케미칼은 북미 합작사의 생산능력(90만t)을 더하면 오는 2018년 에틸렌 생산능력이 연간 370만t으로 늘어나 확고한 1위에 오르게 된다. LG화학의 경우 현재 220만t에서 2019년 카자흐스탄 공장이 가동되면 300만t 규모로 생산능력이 확대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이 대부분 납사 기반의 범용제품 생산에 치중하면서 몇년 간 원가경쟁력에서 어려움을 겪어왔다"면서 "에탄가스 기반으로 원료를 다변화하는 동시에 해외 생산기지를 설립하면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