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서영 기자] 삼성물산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에 대한 역공에 나섰다.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홈페이지에 올린 내용에 대해 오류와 뒤늦은 수정을 문제 삼은 것.

삼성물산은 28일 자사 홈페이지에 "무엇보다 사실과 다른 내용을 공개함으로써 엘리엇 스스로 주장하는 내용을 더 이상 신뢰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공지문을 보완해 올렸다.

삼성물산이 문제로 제기한 대목은 엘리엇이 지난 26일 홈페이지에 올린 자료다.

엘리엇이 지난 2월 4일 삼성물산 측과 접촉했다는 부분인데, 그날 오전 홈페이지에는 삼성물산 이사들이 '회사 주가의 지속적인 약세로 봤을때 저희 이사들은 회사 자산과 관련해 (주주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게 될) 일체의 합병이나 인수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언급한 것처럼 게재했다.

그러나 엘리엇은 지난 26일 밤늦게 해당 문장을 '이런 상황에서 엘리엇은 귀사의 주식가격이 약세인 점을 고려한다면 이사들이 이런 주식가격을 바탕으로 어떠한 합병이나 인수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는 입장을 통고하는 바이다'고 수정해 홈페이지에 재공지했다.

엘리엇 측은 이 문장의 진위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자 법무법인 측의 번역 실수가 있었다면서 해당 문장을 엘리엇 측 주장이라고 해명하고 문구를 수정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엘리엇 측의 단순 실수가 아니라 삼성물산 경영진이 합병 방침을 마치 번복한 것처럼 부각하려는 의도가 깔린 게 아니겠느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치밀하고 집요하게 글로벌 시장에서 소송전을 벌여온 엘리엇이기에 단순한 번역실수로 보기엔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또 엘리엇이 지난 4월 9일 삼성물산 임원과의 면담에서 '제일모직과 합병할 계획이 없으며 합병이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는 주장에 대해 "당시 면담에서는 '현 시점'에 합병을 검토하지 않고 있음을 확인해 줬을뿐 장래의 합병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답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장래 합병 여부를 확인해주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 아니라 만일 특정 주주에게만 합병 같은 중대 사실을 알려줄 경우 법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게 삼성물산의 설명이다.

앞서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 가처분 심문 기일에도 삼성물산 측 변호인이 엘리엇이 낸 기업가치분석보고서의 변조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보고서 작성명, 목적과 한계를 담은 표지(트랜스미털 레터)가 없는 초안상태의 보고서를 일부 내용만 발췌해 증거자료로 제출했다는 것이다.

해당 보고서를 제공한 한영회계법인은 엘리엇 측에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고 삼성 측은 지난 21일 엘리엇 측에 보고서 원본 제출을 요청했다. 지난 25일 엘리엇과 한경회계법인은 보고서 원본을 법원에 제출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외에도 엘리엇의 행동 양태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시각이 있다.

지난 2월 4일 합병 반대의사를 포함한 최초 서신을 삼성물산에 발송할 무렵인 2월 초에 최초 지분 매입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이다.

또 합병발표 다음날인 5월 27일 주주 손해가 우려된다며 거듭 합병 반대의사를 표명해놓고 오히려 지분을 늘렸다고 공시한 점이다.

주총에서 현물배당·중간배당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바꿔달라는 주주제안서를 지난 3일 제출해놓고 약 1주일 뒤인 지난 9일에는 주총을 소집하지 말자고 가처분 신청을 낸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엘리엇이 법에 규정된 합병비율을 조정하라거나 중간배당 등을 요구하는 건 한마디로 한국의 법률체계와 시장 작동원리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