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3일 고시…"'이전 제외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은 위법"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국가균형발전위원회(균발위)와 국토교통부가 한국산업은행의 본점 이전을 위한 사전작업으로 '이전공공기관'을 지정·고시했다. 균발위가 지난 2005년 산은을 '이전 제외 공공기관'으로 지정한 지 약 18년 만에 입장을 급선회한 것이다. 

산은 노조 측은 국회에서의 산은법 개정 이전에 정부가 추진하는 행정적 절차를 '위법'으로 규정하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 국가균형발전위원회(균발위)와 국토교통부가 한국산업은행의 본점 이전을 위한 사전작업으로 '이전공공기관'을 지정·고시했다. 균발위가 지난 2005년 산은을 '이전 제외 공공기관'으로 지정한 지 약 18년 만에 입장을 급선회한 것이다. 산은 노조 측은 국회에서의 산은법 개정 이전에 정부가 추진하는 행정적 절차를 '위법'으로 규정하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사진=류준현 기자


3일 금융권과 산은 노조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이날 산은을 이전공공기관으로 결정했다는 내용의 '한국산업은행 이전공공기관 지정 고시문'을 게재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대통령 직속 기구인 균발위는 서면 회의를 통해 산은을 이전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사실상 부산행을 위한 행정절차는 모두 마무리된 셈이다. 

균발위는 "금융 관련 기관이 집적화돼 있는 부산으로 이전함으로써 유기적 연계·협업 및 시너지 효과 창출이 가능하다"고 결정 취지를 설명했다. 산은 측은 부산 이전을 위해 진행 중인 '정책금융 역량강화 컨설팅'이 마무리되면, 구체적인 이전 계획을 수립해 금융위에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적으로 취해야 할 행정적 절차는 마무리된 셈이지만 현재로선 이전할 수 없는 실정이다. 내부 직원들을 중심으로 반발 기류가 심한 데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산은법 개정이 정부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압도적인 까닭이다.

산은 노조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대한민국의 '법치'가 무너졌다. 현행법은 한국산업은행의 본점을 서울시로 규정하고 있다"며 "국회가 한국산업은행법을 개정하지 않는 이상, 한국산업은행의 본점은 서울시에 위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회 소관 상임위(정무위원회)가 "법 개정 전 행정절차 진행은 명백한 불법·탈법 행위"라고 수 차례 지적했고, 지난달 5일에는 '한국산업은행 이전의 정상적 절차 준수 권고 결의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국회의 의견을 무시한 채 입장을 강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강행 의지가 계속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당장 내년 4월 총선 및 공천을 앞두고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도 목소리를 내는 데 소극적인 까닭이다. 

현재 부산·울산·경남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전 목소리를 강하게 내고 있지만, 실상 당내 주요 의원들은 소극적이라는 후문이다. 더욱이 금리인상·배당여력 감소 등 경제위기 속에서 본점 이전이 무리라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또 노조는 과거 대구와 부산으로 이전했던 신용보증기금과 한국주택금융공사 사례를 산은과 동일 선상에 놓고 판단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산은은 지난 2005년 금융감독원, 한국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한국수출보험공사 등과 함께 '수도권 안에 소재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기관'이라는 균발위 의결에 따라 이전공공기관에서 최종 제외됐다. 

반면 신보와 주금공은 관련 절차를 밟지 않았고, 균발법 특성상 이전 공공기관에 해당해 본점 이전 과정에서 별도의 행정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두 기관은 본점 이전을 두고 노조와의 합의 등을 거치기도 했다.

하지만 산은과 금융위원회는 현재도 노조 측과 별다른 대화를 하지 않고 있다. 균발위는 이전기관 지정의 선행 과정으로 '기관 내부 노사협의'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균발위 의결 과정에서도 위촉위원 상당수가 '반대' '보류' 등의 의견을 냈지만, 당연직 위원인 현직 장관들이 대거 찬성에 표를 던지면서 안건이 통과됐다는 후문이다.

이에 노조는 균발위와 국토부의 이전공공기관 지정이 본점 이전 확정으로 이어지진 않는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노조에 따르면 이전공공기관은 향후 이전계획안을 작성해야 하는데, 이 단계에서 노조와의 합의가 필요하다. 노조는 이전계획안 작성이 곧 이전에 동조하는 입장이 되는 만큼, 협의에 나서지 않을 계획이다.   

산은 노조 관계자는 "이전대상기관으로 지정은 됐으나, 이전계획안을 작성하는 단계가 있다"며 "이전할 본점의 위치, 이전대상자 규모, 직원들 정주여건 등을 담아야 하는데, 계획안 작성제출을 산은법 개정 없이 못하도록 하는 게 목표다"고 전했다. 

한편 노조는 4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금융노조 주관으로 기자회견을 가질 계획이다. 산은 노조 관계자는 "집단 행동은 내일 기자회견 외 고민 중이다. 쟁의권을 확보하게 돼 파업을 할 수도 있지만 시기나 방법이 중요해 현재로선 계획이 없다"며 "총선을 전후로 산은법 개정 저지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