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상진 기자] 하나·외환은행 통합을 앞두고 하나금융과 외환노조의 기싸움이 팽팽하다. 당초 하나금융 측이 29일 주요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대화를 재개하자고 제의했으나 외환노조가 이를 거부하며 원점으로 돌아간 상황이다. 하나금융은 7월 6일까지는 노조와의 대화를 끝내려 했으나 위태롭게 됐다.

법원은 26일 하나·외환은행 합병절차를 중단해야 한다는 결정을 번복했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 측은 ‘노사 상생을 위한 대화합’이라는 공문을 보내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하나은행장, 하나은행 노조위원장, 외환은행장, 외환은행 노조위원장 등이 참여하는 대화를 29일 열자고 제안했다.

외환노조는 대화를 거부했다. 노조 관계자는 “기존 협상단을 제외하고 주요 경영진이 참석한 새 협의체를 인정할 수 없다”며 “지금까지 협상을 진행해온 4대4 구조에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외환노조위원장이 추가된 5대5 구조로 대화단을 꾸리자”고 다시 제안했다.

   
▲ 외환은행 본점에 비친 하나금융그룹 본사 / 사진=연합뉴스

하나금융 측은 “지난 19일 외환노조 요청에 의해 외환은행장과 노조위원장을 포함한 5:5 대화가 진행된 바 있다”며 “전권을 위임받은 외환은행장을 제외하고 그룹 회장이 직접 참여하라는 노조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그룹 회장은 전체 관계사의 노사협상에 직접 개입하기 힘들다”고 답했다. 또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하나은행장, 하나은행 노조위원장, 외환은행장,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이 참석하는 구성의 대화를 다시 제안했다.

외환노조는 이날 저녁 재차 보도자료를 통해 “노동조합이 지주회장의 협상참여를 요구한 것은 지주회장이 통합관련 실권자이기 때문”이라며 “외환은행장의 경우 지주회장의 위임장을 받아 협상에 참여해 왔으나, 실질적인 권한위임이 되지 않아 협상장에서 아무런 권한을 행사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외환노조는 “4대4 대화단과 함께 지주회장과 노조위원장이 직접 참여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집중적인 논의를 위한 최상의 방안이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결국 대화 참석자를 두고 하나금융이 주장하는 5인 구성이냐 노조가 주장하는 5대5 구성이냐 자존심 싸움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나금융은 연내 하나·외환은행의 통합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외환노조는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당시 작성한 2.17합의서에 따라 2017년까지 통합을 미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나금융이 조기통합을 추진하자 외환노조는 가처분신청을 냈고, 지난 2월 법원이 노조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한동안 통합관련 움직임은 잔잔했다.

상황은 26일 하나은행의 가처분의의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전환됐다. 통합의 걸림돌이 사라짐에 따라 하나금융은 다시 노조에 대화를 제의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7월 6일까지 대화를 마무리짓자”며 “논의가 지지부진할 시 하나·외환은행 구성원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조기통합 관련 동의를 구하겠다”고 말했다.

노사간 협의가 끝나더라도 금융위원회 의결까지 통상 2~3개월이 걸리는 만큼 이후 전산통합, 인력 재배치 등의 방안까지 마련하려면 최대한 빨리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분석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소비위축에 따른 경제성장률 하락, 연이은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예대마진 축소 등 경영상의 이유 등으로 인해 조기통합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나금융 측과 외환노조 측은 ‘진정성 있는 대화의 필요성’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경영진은 노조와의 대화를 통한 통합을 원하는 만큼 외환노조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대화에 나서줄 것을 기대한다”고, 외환노조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대화에 나서겠다는 뜻은 변함없다. 협상에 대한 진심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