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게이트 지급결제시스템 폐쇄…비은행권의 시장진입 되살펴야"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미국 가상자산 특화 금융기관이었던 실버게이트캐피탈(Silvergate Capital)과 시그니처은행(Signature Bank)이 연이어 파산하면서, '예측 불가능한 예금'과 '디지털 뱅크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기관이 수익성과 사업의 확장을 추구하기 전에 안정성과 건전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7일 KB경영연구소가 발간한 '가상자산 생태계 내 미국 파산은행의 역할 분석 및 시사점'에 따르면 가상자산 특화 은행인 두 기관은 뱅크런(대량 현금인출) 여파로 끝내 파산했다. 

   
▲ 미국 가상자산 특화 금융기관이었던 실버게이트캐피탈(Silvergate Capital)과 시그니처은행(Signature Bank)이 연이어 파산하면서, '예측 불가능한 예금'과 '디지털 뱅크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사진=픽사베이 제공


두 은행은 재무제표상 대출자산 외 국채와 모기지 담보 채권의 비중이 높았고, 뱅크런에 대응하기 위해 장기채권을 강제 매각하는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했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아울러 유동성이 높은 가상자산 거래소의 현금 예치금이 대부분이었다는 점도 파산으로 이어진 연결고리로 꼽힌다. 전통 은행권의 일반 예금과 달리 가상자산 거래서비스를 위한 성격의 '예측 불가능한 예금'인 셈이다. 

다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파산 요인은 제각각이다. 실버게이트의 예금은 가상자산 거래소의 현금 예치금이 대부분이었는데, 시그니처는 가상자산 관련 예금과 더불어 뉴욕의 사업체 자금 등이 다양하게 분산돼 있었다. 

또 실버게이트는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 FTX의 파산으로 가상자산에 대한 불신이 뱅크런으로 이어진 반면, 시그니처는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의 전이 효과로 예금의 20%가 인출되며 뱅크런이 일어났다.

두 사례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예측 불가능한 예금'과 '디지털 뱅크런'인데, 이들 은행이 금융기관으로서 안정성과 건전성을 보장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전통적인 은행 예금은 자금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아 예측이 가능한 데다, 미 대형 은행들은 30일치의 예금인출을 처리할 수 있는 현금성 유동자산을 상시 준비하고 있다. 반면 실버게이트는 가상자산 관련 예금 비중이 큰 상황에서도 현금을 예치하기 보다 유가증권에 투자한 게 화근이었던 것이다. 

보고서를 집필한 박교순 KB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예측 불가능한 예금과 디지털 뱅크런은 금융기관이 수익성과 사업의 확장을 추구하기 전에 전체적인 안정성과 건전성의 보장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또 부실한 예금과 함께 가상자산 자금의 실시간 이체를 지원한 지급결제시스템인 'SEN'의 폐쇄가 가상자산 관련 시장 및 참가자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SEN 폐쇄가 근본적으로 거래소의 낮은 신뢰성과 직결돼 있는 까닭인데, 최근 비은행권의 지급결제시스템 참가를 논의하는 국내에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 연구위원은 "한국과 같이 참가기관 간 최종결제를 차액결제 방식으로 수행하는 소액결제시스템은 한 기관의 결제실패가 다른 기관으로 전이돼 시스템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결제불이행에 따른 시스템리스크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내 비은행권의 지급결제업무 허용과 관련해 지급결제시스템의 안정성 확보 및 신뢰성 있는 기관의 참가도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매우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디지털뱅킹 환경이 매우 뛰어난 한국에서 디지털 뱅크런이 발생한다면 지급결제시스템에 상당한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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