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가 삼성의 반도체를 뒤이을 새로운 전력으로 꼽히며 미국시장에서의 활약이 기대되고 있다.
삼성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보여줄 바이오분야에서의 제 2의 반도체 신화의 핵심을 담당하게 될 삼바이기 때문이다. 이런 삼성의 바이오산업 투자는 K-바이오의 성장과 함께 한국과 미국의 경제협력 관계에 강화를 위한 민간외교 역할까지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
|
|
▲ 삼성바이오로직스 제2바이오캠퍼스 조감도.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
◇글로벌 세일즈맨 자처한 이 회장, 글로벌 CEO 회동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이 최근 세계 최대 바이오 클러스터인 미국 동부에서 글로벌 제약사 및 바이오 전문 투자사 최고경영자(CEO)들과 잇달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장이 만난 이들은 호아킨 두아토 존슨앤드존슨(J&J) CEO, 조반니 카포리오 BMS CEO, 누바르 아페얀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 CEO, 크리스토퍼 비바커 바이오젠 CEO, 케빈 알리 오가논 CEO 등이다.
J&J는 글로벌 3위의 '톱 티어' 제약사로 삼성과 2016년 CDMO 계약 체결 이후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BMS는 2013년 당시 CDMO 후발 주자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의약품 생산 계약을 체결한 첫 번째 고객이다.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은 2021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생산 계약을 맺은 모더나에 투자했다.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함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합작 설립했던 인연을 갖고 있고, 오가논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미국 및 유럽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이번 미팅에는 삼성의 바이오 사업을 이끄는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과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도 대동했다. 이같은 이 회장의 행보는 바이오산업의 성공을 위해서 업계의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북미 바이오 시장은 약 300조 원 규모로 세계 바이오산업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곳으로 세계 최대 바이오 시장으로 꼽힌다. 다만 이번 이 회장의 방미 일정은 미국이 주요 시장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 바이오 행정명령 대응…한미 경제동맹 강화 기대
미국 정부는 지난해 '국가 바이오기술 및 바이오제조 이니셔티브'를 론칭하기 위한 행정명령 이른바 '바이오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해당 정책은 5년 내 필수의약품의 원료의약품 최소 25%를 미국에서 생산하는 등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자국 내 생산을 강조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강도 높은 내용의 행정명령에 K-바이오 업체들의 미국 내 거점 확보가 중요해 졌다.
삼바는 지난 2020년 샌프란시스코 R&D 센터 개소에 이어 빅파마들이 대거 위치한 뉴저지에도 세일즈 오피스를 구축했다. 나아가 삼바는 미국 내 위탁생산(CMO) 공장 설립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존 림 삼바 대표는 지난해 미국 의약품 전문매체 피어스파마와의 인터뷰를 통해 텍사스, 캘리포니아 등을 후보지로 두고 공장 설립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고 수년전부터 이를 검토하고 있다.
이 밖에도 꾸준히 국내외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삼바는 오는 2025년 9월 가동을 목표로 1조9800억 원을 투자해 인천 송도 제2바이오캠퍼스 부지에 5공장 지을 계획이다. 지난 1분기에는 글로벌 제약사 GSK·화이자·일라이릴리와 총 5000억 원 규모의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
|
|
▲ 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
바이오 산업은 생산기술과 R&D 역량은 물론 장기 협업을 위한 신뢰와 평판 구축이 필수적이어서 진입 장벽이 높은 대표적인 사업으로 꼽힌다. 실제 이번 CEO들과의 회동도 이 회장과 오랜 친분과 협력 관계를 토대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바는 주요 파트너사들과의 긴밀한 협업과 신속한 의사결정과 과감한 투자를 바탕으로 한 미래 성장산업을 선점하고, 제조 기술력을 앞세워 글로벌 1위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으로 도약했다.
◇삼바, CDMO넘어 글로벌 바이오 기업 성장 기대
이런 삼바는 이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머지않아 미국 생산 설비 마련에 뛰어들 것이란 관측도 있다. 직접 투자와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삼바의 투자는 한국과 미국의 경제공동체 관계를 강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삼성전자가 향후 20년 간 25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것에 이어 삼바가 추가로 신규 생산거점을 조성하게 되면 한미 경제동맹 강화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삼바는 CDMO를 넘어 글로벌 종합 바이오기업을 목표하는 만큼 미국을 발판으로 한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 시도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미 삼성물산과 함께 출자한 라이프사이언스펀드를 통해 미국의 유전자 치료제 개발 기업 재규어진테라피 및 나노입자 약물 전달체 기업 센다바이오사이언스 등에 투자하고 있고, 차세대 의약품 기술을 육성하고 있다.
한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이 3조13억 원으로 전년 대비 91.4%가 늘어났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연 매출 3조 원을 넘긴 것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처음이다. 지난해 영업이익도 9836억 원으로 1조 원에 육박했다.
삼바는 올해 1분기에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7209억 원, 191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1.0%, 8.7% 늘었다. 이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당초 목표였던 올해 매출 신장률을 10~15%에서15~20%로 올렸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