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서영 기자] 법 앞에 숨고르기 했던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 이슈가 다시 출발선에 섰다. 그러나 외환노조의 넘버(Number) 게임에 휘말려  협상테이블 마저 꾸리지 못하는 신세다. 

   
▲ 외환은행 본점 표면에 비친 하나금융. /연합뉴스
대화가 우선이다. 최악의 경기침체와 메르스 쇼크에 경제위기로 전 금융권이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인데도 무의미한 숫자 명분을 걸고 있는 외환 노조에 대한 시선이 싸늘하다. 양보 없이 제 잇속만 차린다는 여론과 내부의 우려를 들어야 한다.

법원의 하나-외환은행 합병 금지 가처분 이의신청에 대한 결정이 통합 기대감에 도화선이 됐다. 지난 26일 하나-외환은행 합병 금지 가처분 이의신청에 대해 △가처분 원결정 취소 및 노조측 가처분신청 모두 기각 △양행간 합병 추진 가능 결정을 내렸다.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 모두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성명을 냈다.

더욱 김정태 하나금융회장이 노사 상생을 위한 대화합을 전격 제의하면서 양측간 얼어붙었던 협상테이블에 해빙 무드가 조성됐다.

하지만 외환노조가 통합관련 대화단 구성을 놓고 으름장을 놨다. 현행 4대4 대화단에서 김 회장과 외환노조 위원장을 참여해야 한다다 '5대5' 카드를 제시했다. 책임있는 실권자가 참여해야 통합 협상이 신속히 마무리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나금융측은 외환노조의 5대5 협상 주장은 시간끌기에 불과하다며 일언지하 제안을 거절했다.

양측간 통합을 위해 대화의 틀을 구성하는 출발선에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외환노조는 김 회장의 참석을 빌미로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그룹의 관계사는 각 CEO가 책임경영을 수행하고 있다. 그룹 회장은 전체 관계사의 노사 협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양행을 대표로 하는 은행장들이 참여하는데도 김 회장을 협상테이블에 부르는 것은 그들을 무시하는 처사이자 자신의 경영진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셈이다.   

만일 그룹 회장이 나서서 외환은행의 경영을 전반적으로 간섭한다면 용납할 수 있을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2·17 합의의 핵심 당사자들이 나와서 통합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은 억지다. 통합협상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오판한 것이다. 2·17 합의서를 볼모로 과거에 집착한 채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처사다.

작금의 현실은 어떠한가. 소비위축에 따른 경제성장률은 2%대 초반으로 고꾸라졌으며 연이은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저금리 탓에 금융권의 실적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금융권은 1분기 깜짝 실적을 올렸지만 일회성 이익의 영향 때문에 가능했다. 은행의 핵심이익인 이자이익은 저금리 등 영향으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으며 2분기 전망은 안갯속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안심전환대출 유동화 본격화로 인해 순이자마진(NIM)이 크게 하락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은행권 자산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FN가이드에 따르면, 5대 금융사 당기순이익은 12% 감소될 것으로 분석했다. 가장 우려되는 곳은 하나금융이다. 2분기 하나금융 순이익 추정치는 2925억원, 지난해 4260억원 보다 38.4% 줄어든 수치다.

외환은행은 5월 성적표는 적자다. 지난해 4분기 이후 반년만에 적자전환됐다. 달러 강세 현상에 따른 외화자산 손실 이유다. 또 대기업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 탓도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임금피크대상자 60~70명을 희망토직하면서 퇴직금 지급의 일회성 비용도 크게 늘었다.

녹록하지 않은 환경에 은행의 생존이 위태롭고 미래를 아랑곳하지 않은 처사는 제살 깎아먹기다. 오로지 노조 자신들의 목적달성과 명분없는 요구로 대화를 거절한다면 "외환은 역시 외환은행"이라는 브랜드 위상은 추락할 것이고 고객이나 국민들은 등을 돌릴 것이다.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 논란이 지속되면서 외환은행 내부에서도 피로도가 쌓였다. 고객들과 접점지역인 지점에서는 고객들의 걱정을 쉽게 접할수 있다. 외환은행 한 관계자는 "왜 이리 시끄럽냐, 내 돈을 잘 관리할 수 있겠느냐 등의 질문을 받을때 마다 얼굴이 달아오른다"고 아쉬워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노조의 행태에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하나은행과의 통합 이슈가 불거지면서 이미 기울어져 있는데 외환은행과 조합원을 생각한다면 협상 파워가 있을때 조금이라도 더 받을  수 있도록 대화에 나서고 신속히 통합해서 앞으로의 살 궁리를 해야 할 때 아닌가"라며 반문했다.

노조에 대한 동조 역시 사그라들고 있다. 지지부진한 통합협상을 이끌지 못한채 몽니만 부리는 환경 속에 제대로 업무를 할 수 없다며 두발 전진을 위한 양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생존을 위해 노사가 한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야 할 상황에서 여론은 싸늘하다. 고객과 국민들의 외면으로 생존까지 위태로워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한지붕 두가족이 으르렁 거리며 주저 앉을 것인지 아니면 조기통합을 통해 리딩뱅크로서의 재도약을 할 것인지 기로에 서 있다.

양행 경영진은 기존 입장과 변함없이 외환노조와 대화를 계속해 나갈 것을 다짐했다. 노조측도 은행과 직원들의 미래를 위해 진정성을 갖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

외환노조는 넘버게임을 중단해야 한다. 경쟁 은행들은 노사가 똘똘 뭉쳐 미래 먹거리를 위해 땀방울을 흘리며 밥그릇을 지키고 있다. 명분없는 싸움은 외환노조에 손을 들어주지 않는다.

더 늦기 전에 협상테이블로 돌아가야 한다. 대화가 먼저다. 숫자놀음에 빠진 외환노조가 스스로 반성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