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추이 부동산 PF 최대 변수로…대형 건설사도 안심하지 못할 상황
[미디어펜=성동규 기자]지난해 하반기 건설업계를 덮친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인한 도산 공포가 다소 잦아든 모양새다.

정부가 PF 시장 유동성 공급을 공식화하며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유도했고 지난달 PF 사업장 정상화를 위해 전 금융권이 동참하는 'PF 대주단 협약'이 가동되기도 했다.

표면적으론 PF 시장이 안정세를 찾아가는 듯 보인다. 그러나 미분양 추이에 따라 상황이 급변할 여지가 있다. 미분양 물량이 늘어날수록 유동성이 경색, 종국에 돈이 돌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 탓이다.

   
▲ 10대 건설사의 최근 1년간 미분양 단지 현황./자료=청약홈


11일 국토교통부 미분양주택현황보고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7만2104가구로 전달(7만5438가구)과 비교해 4.4%(3334가구) 줄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1년 전(2만7974가구) 대비로는 157.75% 급증한 수치다.

국토부가 위험 수위로 판단하는 20년 장기이동평균선인 6만2000가구를 4개월째 웃돌고 있다. 건설업계 안팎에서는 미분양 주택이 올해 안으로 10만 가구를 훨씬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도 나오고 있다.

실제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대형 건설사들의 최근 1년간의 분양성적도 지역에 따라 크게 엇갈렸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6월 인천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불로 포레스트' 1·2순위 청약에서 352가구 모집에 1949명이 몰리며 평균 견쟁률 5.5대 1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달 대구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대명 센트럴 2차'·'힐스테이트 서대구역 센트럴’의 경쟁률은 각각 0.25대 1, 0.14대1에 불과했다. 

'힐스테이트 천안역 스카이움'·'힐스테이트 선화 더와이즈'·'힐스테이트 인천시청역'·'힐스테이트 동대구 센트럴' 등의 충남, 대전, 인천, 대구에서 분양한 물량도 줄줄이 미달을 기록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현대건설의 재무건전성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지만 미분양 적체가 전국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인 대구 사업장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무시하지 못할 리스크다.

미달 된 6개 단지의 총 공급 규모는 4423가구였으나 1061가구를 제외한 3362가구의 물량이 주인을 찾지 못했다. 단순계산으로 전국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인 3억6933만원을 곱한다면 1조2416억8746만원이 된다.

원자잿값, 유류비, 인건비 인상 등이 겹쳐 원가율이 90%로 치솟았다는 점을 고려해 10%만 해도 1000억원에 달하는 돈이 묶이는 셈이다.

현대건설 다음으로 미분양 사업장이 많았던 현대엔지니어링은 경기(힐스테이트 평택 화양) 울산(힐스테이트 문수로 센트럴 2단지‧힐스테이트 문수로 센트럴 1단지), 대구(힐스테이트 칠성 더오페라) 등 지방에서 미달을 냈다.

대우건설도 4개 단지에서 미달을 냈는데 음성(음성 푸르지오 센터피크·음성 푸르지오 마크베르), 경북(포항 푸르지오 마린시티), 전남('광양 푸르지오 센터파크) 등으로 모두 지방에 위치하고 있었다.

포스코건설은 대구(더샵 달서센트엘로), 전남(더샵 광양라크포엠), 인천(더샵 아르테) 등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DL이앤씨와 HDC현대산업개발은 전북(e편한세상 군산 디오션루체)‧경기(평촌 센텀퍼스트), 경북(경산 2차 아이파크)‧충북(음성 아이파크) 등 2곳에서 미분양이 나왔다.

GS건설의 경우에는 충북에서 '음성자이 센트럴에서' 1개 단지에서 미분양이 나왔는데 미분양 물량이 1000가구를 넘겼다. 그나마 분양 성적이 좋은 건설사는 SK에코플랜트였다. 컴소시엄으로 참여한 4개 분양 단지가 1순위에서 마감됐다. 삼성물산은 분양물량이 없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들조차 분양률이 저조하거나 입주율이 낮으면 PF대출 부실을 경계해야 한다"면서 "미분양 물량이 앞으로 더 늘어난다면 사업성이 떨어지는 지방 사업장의 신규 PF는 중단되거나 지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 지방에서 다수의 주택사업을 진행하는 중견 건설사들의 위기감은 대형 건설사들보다 더욱 심각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각종 지원책만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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