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올해부터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된 가운데 국내 손해보험사 빅5의 분기 순익이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섰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5대 손보사의 전체 당기순이익은 2조10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분기 1조8810억원 대비 6.9%(1298억원) 증가한 수치다. 옛 회계기준에 따른 전년도 실적 1조2578억원과 비교해서는 증가폭이 59.9%(7530억원)에 달한다.

   
▲ 올해부터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된 가운데 국내 손해보험사 빅5의 분기 순익이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섰다./사진=각사 제공


회사별로 살펴보면 삼성화재는 올해 1분기 전년 동기(5249억원) 대비 16.7%(878억원) 증가한 612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김준하 삼성화재 경영지원실장(CFO)은 “대내외적 난관이 계속되는 여건에서도 새로운 회계 제도의 안정적 도입과 함께 우수한 사업 실적을 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같은 기간 메리츠화재는 3251억원에서 4047억원(796억원)으로 24.5%, KB손해보험은 2019억원에서 2538억원으로 25.7%(519억원) 순익이 증가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양질의 신계약 확보를 통한 수익성 중심의 매출 성장에 매진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반면 DB손해보험은 4834억원에서 4060억원으로 16.0%(774억원), 현대해상은 3457억원에서 3336억원으로 3.5%(121억원) 당기순이익이 줄었다.

DB손보의 경우 지난해보다 장기보험 손해액이 늘었고, 투자 손익은 줄어든 영향으로 당기순이익이 감소했다. 현대해상은 일반 장기 자동차 전반의 손해액 증가에 따라 보험 손익이 감소한 영향으로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줄었다.

순익이 감소한 DB손보도 옛 회계기준으로 따지면 지난해 1분기 28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4060억원으로 145%나 늘었다. 현대해상 역시 같은 기간 1544억원에서 3336억원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이처럼 손보사 전체적으로 순이익이 증가한 것은 올해부터 새로 시행된 IFRS17 영향으로 분석된다.

IFRS17은 보험부채를 평가할 때 원가가 아닌 시가 기준으로 평가하고 손익을 인식할 때도 현금흐름에 따라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 전 기간에 걸쳐 나눠 인식한다. 저축성 보험보다 보장성 보험 상품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가진 보험사에 유리한데 손보사들은 보장성 보험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

이에 주요 손보사 모두 계약 서비스마진(CSM)이 지난해말보다 확대된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화재의 경우 1분기말 기준 12조3501억원으로 1488억원 늘었으며, DB손보가 약 12조1000억원으로 약 2000억원, 현대해상이 8조7855억원으로 860억원, KB손보가 8조1900억원으로 2450억원 증가했다.

그동안 보험사들은 자산은 시가로, 부채는 원가로 평가해 실적을 발표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IFRS17에 따라 손익을 현금주의 대신 발생주의로 인식하고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며 CSM이라는 계정을 새로 도입했다. CSM은 보험계약으로 얻을 미실현 이익을 평가한 값이다. 보험사는 CSM을 계약 시점에 부채로 인식하고 계약 기간 동안 상각해 이익으로 인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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