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상진 기자] 하나·외환은행 조기 합병을 둘러싼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노조의 힘겨루기가 시간이 흐를수록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나금융이 세운 협상 마지노선인 7월 6일까지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는 것도 불가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1일 하나금융은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달 2일 노조가 제시한 ‘2.17합의서’ 수정안을 공개했다. 하나금융이 제시한 수정안에 따르면 외환노조는 ▲노사정합의서 인정 ▲합병시기 및 합병여부 외부 전문가위원회에서 결정 ▲IT통합 추진시 노조합의 ▲노동조합 유지 및 분리교섭권 인정 등을 요구했다.

하나금융 제시안은 ▲‘외환’또는 'KEB' 통합은행명에 포함 ▲인위적 인원감축 없음 ▲인사상 불이익 없음 ▲근로조건(임금 및 복리후생) 유지 ▲전산통합 전까지 교차발령 없음 ▲조기통합 시너지 일정부분 공유 등의 안으로 구성됐다.

   
▲ 사진=연합뉴스

이날 하나금융과 외환노조가 번갈아 내놓은 세부사항 중 가장 대립각을 보인 부분은 협상을 위한 대화체 구성과 통합은행명에 KEB 또는 외환을 넣는 조항이다.

외환노조는 하나금융측 2명, 외환노조측 2명에 이들 4명이 추천한 인사 1명을 더해 5명으로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주장했다. 이들에게 새로운 합의서를 채택하는 것은 물론 합병여부와 시점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노조측 주장이다.

반면 하나금융 측은 “노사가 모든 사항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가장 중요한 사안인 합병시기 및 합병 여부를 외부 전문가위원회에 맡긴다는건 합병 의지가 없고 시간끌기 전략에 불과하다”며 “노조가 말하는 전문가위원회 구성은 1인이 캐스팅보드 역할을 하게 됨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구성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통합은행명에 KEB 또는 외환을 넣는 부분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이를 두고 피인수은행의 브랜드를 유지시키는 최초의 사례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외환노조는 지금까지 하나금융이 제시한 수정안에는 KEB 또는 외환을 ‘반영하여 결정하는 방안을 포함하여 통합추진위원회에서 결정한다’고 적혀있다며 이를 명시해줄 것을 제시했다.

외환노조 측은 “외환 또는 KEB 포함은 검토 가능한 여러 방안 중 하나일 뿐이며, 여러 전제조건을 설치해두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나금융이 외환노조에 제시한 문서와 ‘포함하겠다’는 5월 15일 법정발언 중 어느것이 확실한 입장인지 수차례 공식 질의했으나 하나금융측이 즉답을 피했다”고 주장했다.

법원 결정 이후 순차적인 협상이 예상됐던 하나·외환은행 조기 합병은 계속되는 노사간 대립으로 인해 협상 재개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하나금융은 외화노조와의 대타협 마지노선을 6일로 설정하고 연내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노사가 극적으로 합의한다 해도 금융위 인가를 얻기까지 2~3개월이 소요되고, 전산통합과 인력 재배치 등의 방안까지 마련하려면 연내 통합은 빠듯하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노사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1일 금융개혁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노사합의 문제가 어떻게 처리되고 합의되는지가 합병 인가의 중요한 판단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논란을 두고 하나금융 측은 “수용 불가능한 조건을 제시해 통합논의 자체를 무산시키기 위한 역제안”으로, 외환노조는 “협상과정에서 양측이 합의되면 수정 가능한 초안을 두고 노조를 비난하는 태도는 상대에 대한 예의와 존중이 결여됐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