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서영 기자] 국내 증시에 상장된 시가총액 100대 기업 중 3분의 1 이상이 순자산 가치보다 시가총액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업종을 대표하는 현대차, 롯데쇼핑, 포스코, 현대중공업과 삼성생명, 우리은행, 기업은행 등 우량 금융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면서 삼성물산의 상대적으로 낮은 주가 수준이 쟁점이 되는 가운데 삼성물산처럼 시가총액이 순자산 가치보다 낮은 곳이 시총 100대 기업 가운데 3분의 1이 넘는 숫자를 차지한 셈이다.

2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국내 증시에 상장된 시가총액 100대 기업의 6월 30일 종가 기준 시총을 지난 1분기 말 순자산 가치와 비교한 결과, 시총이 순자산 가치보다 적은 기업이 38곳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주가를 주당 순자산 가치로 나눈 주가순자산배율(PBR)이 1배 미만인 기업이 38%나 된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PBR은 1배를 기준으로 1배 이상일 경우 기업의 청산가치에 비해 주가가 고평가돼 있다는 뜻이고 1배 이하일 경우에는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한다.

우리은행의 경우 순자산 가치는 17조9000억원인데 시가총액은 6조6280억원에 불과했다. 순자산 가치 대비 시가총액이 37.0%로 시총 100대 기업 중 가장 낮았다.

한국가스공사도 순자산 가치가 10조2720억인데 비해 시가총액은 3조9880억원에 그쳤다. 순자산 가치 대비 시총 비중이 38.8%로 3분의 1 수준이다.

하나금융지주(40.0%), 롯데쇼핑(44.1%), 포스코(47.4%), 기업은행(49.5%)을 포함해 6개사의 시가총액이 순자산 가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KB금융(51.4%), 현대차(51.6%), 한국전력공사(54.1%), 현대중공업(55.6%), 현대제철(57.1%), 삼성SDI(66.0%), 대림산업(66.8%), 삼성카드(67.1%), 신한지주(67.3%), LG전자(67.4%), 한화케미칼(68.3%), KT(70.0%), 삼성중공업(71.6%), SK이노베이션(73.9%), 한화생명(74.5%), BNK금융지주(74.5%), ㈜)한화(76.7%), 삼성물산(76.9%), NH투자증권(77.8%), ㈜GS(78.2%), LG디스플레이(78.9%), 기아차(81.8%) 등 나머지 32곳도 시가총액이 순자산 가치의 50∼100% 사이에 분포했다.

엘리엇의 공격을 받는 삼성물산은 76.9%로 그나마 괜찮은 축에 속했다.

반대로 시가총액이 순자산 가치보다 높은 기업은 시총 100대 기업 중 62개로 집계됐다.

바이오 의약품 제조사인 메디톡스는 시가총액이 순자산 가치의 3808.6%로 가장 높았고 한샘(1920.0%), 한미사이언스(1778.7%), 네이버(1089.2%)도 1000% 이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이어 한미약품(891.6%), 아모레퍼시픽(814.0%), 코웨이(730.6%), LG생활건강(718.8%), 호텔신라(594.8%), 제일모직(508.8%), 오리온(484.0%), 삼성SDS(483.9%), SK C&C(453.0%), 동서(369.4%), 오뚜기(326.4%), 다음카카오(303.3%), 현대글로비스(269.2%) 등 32곳의 시가총액이 순자산 가치의 2∼10배에 달했다.

삼성전자(115.6%), SK텔레콤(140.7%), 롯데칠성(144.7%), LG화학(152.6%), 효성(174.8%), CJ제일제당(194.3%) 등 26곳은 시가총액이 순자산 가치보다는 높았지만 2배 미만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