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고전음악 대표작과 만나다'…'18세기 오케스트라' 내한 성황
바로크 음악 거장 마크 민코프스키
'한화클래식 2016'서 공연 예정

오늘날 음반의 쇠퇴에도 불구하고 각지의 공연장에선 매일 연주회가 열린다. 정기공연, 순회연주, 귀국 리사이틀 등이 펼쳐지고 철마다 해외 유수의 지휘자와 관현악단이 내한한다.

하지만 클래식에 대한 일반의 인식은 ‘쉽게 접하기 어려운 고급문화’라는데 모아지며, 진부한 틀에 갇혀 있다는 시각이 보편적이다. 뭔가 그럴듯한 것이긴 하나 아무나 들을 수 없는 것, 어쩌다 연주회장에 가더라도 화려하게 치장한 모습에 낯선 것이어서 심지어는 주눅이 들기도 한다.

이처럼 ‘세련된 교양’이나 ‘우아한 기품’이라는 말과는 다소 거리가 먼 클래식 공연이 최근 성황리에 마쳐져 잔잔한 감동을 준다. 바로 2013년 출범, 올해로 3회째를 맞는 ‘한화클래식’이 그것.

   
▲ ‘한화클래식 2015’를 통해 초청한 18세기 오케스트라와 케네스 몽고메리의 공연이 지난 6월 2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성황리에 진행됐다. / 한화그룹 제공

세계적 수준의 품격 있는 문화콘텐츠를 선보이겠다는 취지에서 기획된 한화클래식은 다양한 층의 관객이 향유할 수 있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호응을 얻어왔다. 화려함이나 대중성을 과시하기보다는 클래식 애호가, 마니아들이 꼭 만나보고 싶었던 연주자들, 기회가 닿지 않아 내한하지 않은 연주단체를 섭외해온 것이 특징이다.

특별한 연주자를 초청하되, 티켓 가격은 10만원을 넘지 않는다. 이를 통해 보다 많은 관객이 부담 없이 누릴 수 있도록 했다. 또 클래식 입문자라도 공연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해설’을 진행해 클래식 대중화에 한 획을 긋고 있다는 평가다.

한화클래식을 기획한 한화그룹은 이러한 전략을 고수한 덕에 2013년부터 최근까지 단 세 차례 치러진 공연이었지만 최고 수준의 아티스트를 선보였다. 특히 관심과 이해를 돕는 해설로 클래식 작품 감상에 도전한 관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지난달 19일부터 21일까지 3일간 열린 올해 공연은 다른 어느 유명 공연에 뒤떨어지지 않은 섭외와 연주로 관람객의 오감을 사로잡았다. 올해 초청 아티스트는 네덜란드 출신의 지휘자 프란츠 브뤼헨이 창단해 이끌어 온 '18세기 오케스트라'.

18세기 오케스트라는 네덜란드를 기점으로 바로크 리코더 연주자이자 음악학자인 프란츠 브뤼헨에 의해 설립됐다. 이 오케스트라는 상설 단체가 아닌 시대악기 연주에 있어 세계 최고의 연주자들이 모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형식을 띤다. 모두 자신의 분야에서 각기 최고의 활동을 선보이다가 18세기 오케스트라로서 활동할 때 모여 연주회를 갖는다.

더욱 주목할 점은 지휘자도, 연주단원도 모두 같은 갤런티를 받는다는 것. 개개인이 모두 해당 분야의 최고라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설립자인 프란스 브뤼헨이 지난해 8월 사망한 이후 3명의 지휘자가 바통을 이어받게 됐다.

그동안 국내에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아티스트의 무대가 이어졌지만, 18세기 오케스트라의 내한은 이번이 처음이다. 베토벤을 비롯한 고전시대 작품 해석에 탁월한 이들의 의미 있는 공연이었던 만큼 공연 횟수는 올해 총 3회로 늘어나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 서울 예술의전당, 대전 예술의전당 등에서 진행됐다.

18세기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국을 찾은 지휘자는 3년 전부터 이들과 호흡을 맞춰온 모차르트 해석의 스페셜리스트인 케네스 몽고메리가 맡았다. 이번 공연에선 서양 고전음악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의 작품을 집중 조명했다.

   
▲ 한화그룹은 ‘한화클래식 2016’을 통해 바로크 음악의 거장, 마크 민코프스키와 루브르의 음악가들을 초청해 프랑스 바로크 음악을 들려줄 예정이다. / 한화그룹 제공

한화클래식을 통해 전해진 18세기 오케스트라의 무대는 고전시대 악기의 부드러운 음색과 밝고 맑은 해석, 빼어난 연주력이 돋보였지만 무엇보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작품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프로그램은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의 교향곡-관현악곡-협주곡-성악곡 형태가 모두 선보였다. 다만 한 단체가 내한해 사흘 모두 다른 작곡가, 다른 프로그램을 연주하는 예는 극히 드물었던 만큼, 18세기 오케스트라의 향연을 즐길 수 있어 더욱 인상적이었다는 반응이다.

특히 이번 공연에선 모차르트의 오보에 협주곡부터 콘체르토 아리아, 베토벤의 교향곡 3번 ‘에로이카’, 교향곡 7번, 하이든의 교향곡 ‘런던’ 등 고전시대의 대표적인 세 작곡가의 인기 레퍼토리가 선보였다. 18세기, 19세기 작품 해석에 뛰어난 이들이지만 그 중에서도 베토벤 교향곡 작품 해석이 독보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서울 공연을 관람한 박두용(35·남)씨는 “공연이 어렵거나 지루하지는 않을까 우려했었는데 생각보다 감동이 있고 몰입할 수 있는 공연이었다”며 “사전 해설이 있어서 더 쉽고 편안하게 들을 수 있었고 최고 전문 고음악단의 공연을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는 음악의 만찬이었다”고 말했다.

대전 공연을 감상한 김주미(33·여)씨는 온라인 후기를 통해 “오케스트라 이름처럼 18세기 고전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며 “특히 모차르트 콘체르토 아리아를 부른 일제 에렌스의 공연은 말 그대로 공기반 소리반 이었다며 평생 기억에 남을 있지 못할 장면이었다”고 전했다.

이번 공연을 기획한 한화그룹 한 관계자는 “한화클래식은 지난 3년간 바흐 콜레기움 슈투트가르트를 비롯해 콘체르토 이탈리아노, 그리고 최근 18세기 오케스트라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연주 단체와 그들의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여 왔다”며 “앞으로도 역사성과 정통성을 위해 음악의 역사주의에 입각한 고음악으로 확장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화클래식의 감동은 2016년에도 이어질 계획이다. 내년 3월 서울과 대전에서 총 3회에 걸쳐 예정돼 있는 ‘한화클래식 2016’에서는 프랑스 바로크 음악의 거장인 마크 민코프스키와 그가 1982년 창설한 ‘루브르의 음악가들’이 열띤 향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한편 공연문화 발전을 위해 꾸준히 메세나 활동을 펼쳐 온 한화그룹은 2000년부터 후원해 온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와 평일 오전시간 해설과 함께 클래식을 감상하는 ‘11시콘서트’를 후원해왔다. 또 공연이 많지 않은 지방을 찾아가며 선별된 공연문화를 선보이는 '한화 팝&클래식 여행'을 통해 전국 각지에서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미디어펜=김세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