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사진)은 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현재 한국거래소는 구조적인 한계로 성장이 정체된 상황”이라며 “국내 대표 게임기업인 넥슨이 한국 거래소가 아닌 일본 시장에 상장한 것이 단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임 위원장은 “이번 거래소 개혁방안으로 거래소가 국제적인 변화 흐름에 도태되지 않고 선진화된 거래소로 거듭날 수 있도록 추진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다음은 임종룡 금융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왜 이 시점에서 거래소 개혁이 필요한가?
▲거래소는 자본시장의 핵심 인프라이며, 특히 우리나라는 거래소 시장에 대한 편중이 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현재 한국거래소는 국제적인 구조개혁, 경쟁력 강화를 위한 변화의 흐름에 뒤처진 상황이며, 거래소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칠 경우 자칫 한국거래소가 활력을 상실한 고립된 지역시장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감안했다.

-현 시점에서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것은 과거 거래소 통합의 취지에 역행하는 것이 아닌가?
▲과거 2005년 거래소 통합은 IT 중복투자 방지를 통한 비용절감과 IT 버블 후 부실화된 코스닥의 정상화를 목적으로 추진됐다. 그런데 통합 후 10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당초 통합의 목표는 어느정도 달성된 상황이다. 다만, 그러한 통합의 결과 코스닥시장이 특색 없는 2부시장에 안주하는 등 독점에 따른 비효율이 심화됐다.

따라서 당초 통합의 취지를 그대로 살리는 범위에서 비효율을 해소하기 위해 지주회사로의 조직 개편을 추진한 것이다. 지주회사 구조하에서는 각 시장 자회사의 IT 관련부문은 전산 자회사가 통합 관리하므로, 각 시장이 별도 법인으로 분리되더라도 IT 중복투자가 발생하지 않는다.

또 코스닥시장이 많이 건전화되고, 시장의 기반도 견고해진 만큼, 이제 시장의 활력을 되찾고 코스피시장과 대등하게 경쟁하는 관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었다. 해외 주요 거래소들도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한 단일법인 형태에서 M&A 등을 거치며 복수의 거래소를 자회사로 둔 지주회사 구조로 전환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이제 본격적인 국제화를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라 지주회사로의 전환은 새로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적절한 전략이다.

-코스닥을 우선 분리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있었는데, 이를 철회한 것인가.
▲정부는 거래소 조직구조 개편과 관련하여 다양한 방안을 검토했으며 지주회사 전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코스닥시장을 우선 분리하는 방안도 여러 대안중 하나로 검토했다. 다만 여러 의견수렴하는 과정에서 보다 신속히 법 개정을 추진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았고, 최종적으로는 우선 법 개정을 추진하여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채택한 것이다.

-코스닥시장이 분리되면 상장요건도 완화하나?
▲이번 거래소 개혁의 목표 중 하나는 거래소가 시장운영에 있어 더 많은 자율성과 책임성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코스닥시장의 상장요건은 상장활성화 측면과 투자자 신뢰 확보 측면을 균형 있게 고려해 거래소가 적절한 기준을 세워 나갈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현재 상장기준이 재무재표의 수익성, 자본잠식 등 이익요건을 중심으로 과도하게 경직적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거래소도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자 보호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상장제도를 보다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본다.

-코스닥 분리로 '묻지마상장'이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데
▲코스닥시장은 더 이상 묻지마상장이나 '다산다사'의 형태로 운영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코스닥시장의 발전을 위해 상장활성화를 도모하되, 투자자보호는 더욱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코스닥 상장 활성화는 아무 기업이나 상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좋은 기업을 잘 골라서 유치하는 방식으로 추진할 것이다.

-지주회사 구조가 되레 자리만 늘리고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지주회사 구조의 효율성은 지주회사와 자회사간 역할분담이나 세부적인 지배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좌우된다. 앞으로 관련 법률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이 점을 충분히 심도있게 검토해 나갈 계획인데, 다만 거래소지주회사는 완전히 상이한 업종의 자회사들을 지배하는 일반적인 지주회사와는 다르다.

자회사의 범위가 거래소와 거래소시장을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부수기관들을 중심으로 구성도니까 일반 지주회사에 비해 지주회사의 전략적 관리가 용이하고 운영상의 효율성이 개선될 수 것으로 생각한다.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면서 조직을 최대한 슬림화 하고, 시장의 공통인프라를 공유해 중복투자를 방지하는 등 비용소요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대안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거래소 조직개편으로 상장부진 등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것인지?
▲지금까지 상장활성화를 위해 상장규정을 미시적으로 개선하는 접근법을 채택해왔다. 그러나 현재 상장활력의 부진은 상장기준과 요건의 문제라기 보다 상장제도의 운영과 심사관행의 문제로 본다. 따라서 시장의 수요를 반영해 상장제도를 개선하고, 보다 적극적인 상장유치를 통해 좋은 기업을 상장시키려는 유인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거래소를 지주회사 구조로 전환할 경우 각 시장간 상장경쟁을 통해 상장유치가 활성화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장별 경영성과를 명확히 구분하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통해 인센티브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상장활력을 제고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상장차익의 처리에 대해 논란이 많은데, 어떻게 추진할 계획인가
▲한국거래소는 정부로부터 독점적인 권한을 받아 수익을 얻어온 만큼, 그 수익이 누적된 상장차익이 전적으로 주주의 몫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법률적으로 상장차익의 일부 출연이 강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거래소의 상장은 어느정도 사회적 합의를 필요로 하는 사안이므로, 상장차익의 처리 문제도 별도의 논의기구를 구성해 충분히 검토할 필요성 있다.

-상장을 통해 영리성이 강화되면 수수료 인상 등이 부작용 우려도 있다.
▲거래소지주회사가 상장된 이후에도 거래소지주회사 및 각 거래소 자회사의 수수료 책정 등에 관해서는 자본시장법상 시장효율화위원회가 그 적정성을 심사한다. 따라서 과도하게 비합리적인 수수료 책정 등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거래소 노조가 구조개혁을 반대하고 있는데,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이번 거래소 경쟁력 강화 방안은 한국거래소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중장기적으로 성장해 나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개혁이다. 거래소 직원들도 이점을 이해해줄 것으로 생각하며 거래소 경영진과 직원들이 충분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와 같이 정부주도의 거래소 개혁을 한 사례가 있는지?
▲앞서 일본은 아베노믹스 금융개혁의 일환으로 거래소 구조개편 추진했는데 2013년 1월 동경거래소와 오사카거래소를 합병해 지주회사 형태의 JPX그룹을 출범하고 TSE 시장 및 Jasdaq에 동시 상장했다. 이는 자본시장 자유화 및 IT기술 발달 등에 따른 거래소의 글로벌 경쟁 강화에 대응하기 위한 구조개편이다.
 
물론 아베노믹스의 경영도 배제할 수 없지만 일본은 거래소 구조개편 이후 주식 및 파생상품 거래 규모가 통합전해에 비해 83.3%나 증가했고, 신규상장 기업도 32.5%, 2014년에는 57%나 늘어나 금융시장이 크게 활성화됐다. JPX그룹의 2013년도 매출액과 당기순이익도 전년대비 각각 41%, 130%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