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휠체어 마라토너', '의족'으로 에베레스트 등정, 한 팔·다리 없는 스노보드 국가대표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장애인들의 하루하루 일상은 그 자체로, 도전하는 삶이다.
그렇지만, '인간의 한계' 자체에 도전, 극복해내는 '인간 승리'의 드라마들이 있다. 그 3가지 이야기를 들어보자.
△'보스턴 마라톤의 아이콘' 휠체어 마라토너 호이트 영면
전신마비의 중증 장애인이지만, 휠체어를 밀어주는 아버지와 함께 '보스턴 마라톤대회'에 출전, 수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용기를 준 릭 호이트가 아버지를 따라 '지구별 소풍'을 마쳤다.
22일(현지시간) AP통신은 호이트가 2년 전 작고한 부친 딕 호이트의 뒤를 따라, 호흡기 합병증으로 이날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향년 61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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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땡큐 대디'의 실존 주인공 딕과 릭 호이트 부자/사진=영화포스터 |
그는 아버지와 함께 40년 넘게 마라톤과 철인 3종(트라이애슬론. 사이클+수영+마라톤)의 '아이콘'으로 불렸다.
뇌성마비로 전신을 움직이지 못했던 릭은 아버지와 함께 '팀 호이트'를 구성, 딕이 밀어주는 휠체어를 타고 각종 대회에 출전했다.
지난 1977년부터 2016년까지 40년간 마라톤 72차례, 트라이애슬론 257차례(철인코스 6차례 포함), 듀애슬론(사이클+마라톤) 22차례 등, 총 1130개 대회를 완주했다.
특히 보스턴 마라톤만 32차례 끝까지 뛰어, 이 대회의 아이콘이 됐다.
이 대회를 주최하는 보스턴육상연맹은 매년 4월 강한 정신력을 보여준 대회 참가자에게 '릭&딕 호이트상'을 수여한다.
보스턴육상연맹은 릭이 영면하자 성명을 내고 "릭 호이트는 보스턴 마라톤의 아이콘으로 항상 기억될 것"이라며 "그는 '그래, 너도 할 수 있어'라는 팀 호이트의 정신을 보여주는 화신"이라고 추모했다.
△용병 출신 네팔인, '양다리 의족'으로 에베레스트 정상 올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했다가 두 다리를 모두 잃은 '구르카 용병' 출신의 네팔 남성이 '양다리 의족'을 착용한 채,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다.
네팔 매체에 따르면, 중증 장애인 하리 부다 마가르(43)는 지난 19일 에베레스트 정상을 밟았다.
두 다리 모두 무릎 위까지 절단돼 의족에 의지한 사람이 에베레스트 꼭대기에 오른 것은 이번이 사상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족을 착용한 탓에 마가르의 등반 속도는 다른 산악인보다 3배 가량 느렸지만, 그의 의지만은 꺾지 못했다.
마가르는 네팔의 '히말라얀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장애인들이 가진 용기와 투지를 세계에 보여주고, 사람들을 고무하는 '롤 모델'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네팔 북동부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그는 세계 최강 용병 집단의 하나로 손꼽히는 구르카 용병으로 활약했다.
구르카 용병은 특히 제1차 및 2차 세계대전에서 영국군의 일원으로 용맹을 떨쳤고, 2001년 이후에는 사설 경호원 등으로 아프간 전쟁에도 참가했다.
마가르는 아프간에서 2010년 4월 두 다리를 잃었고, 절망 속에 자살을 시도했으며, 알코올 중독에도 시달렸다.
그러나 아내와 세 아이를 위해 다시 일어섰고 프랑스 몽블랑, 네팔 메라피크 등 세계적인 고봉들을 오르며 불굴의 의지를 보여준 끝에, 마침내 세계 최고봉 등정에 성공했다.
△한 쪽 팔·다리 잃은 한국인, 평창패럴림픽 스노보드 대표 출전
한국인 박항승씨는 4살 때 트럭에 치여 오른쪽 팔과 다리를 잃은 '절단 장애인'이다.
그런 박씨가 아내의 권유로, 수영에 이어 스노보드를 배웠다.
처음 타러 간 날, 박씨는 부츠를 신고 보드 위에 올라서는 데만 무려 5시간이 걸렸다. 넘어져 다치는 것은 물론, 의족을 신은 자리는 피투성이가 되기 일쑤였다.
전문가들도 비관적이었지만, 그는 결코 좌절하지 않았다.
스노보드 신발도 못 신던 박씨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의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당당하게 출전하게 된 것.
그는 아내와 '3년 자유, 90년 노예'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아내가 3년 동안 그의 꿈을 적극 지원하면, 이후 90년은 그가 아내에게 복종한다는 계약이었다.
아내는 박씨가 패럴림픽을 준비하는 동안, 홀로 생계를 책임졌다.
그리고 마침내 경기가 시작됐다.
결과는 최종 12위에 그쳤지만, 아내가 걸어주는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주리 메달'을 목에 건 박씨의 너무도 기뻐하는 모습에, 지켜보는 이들도 행복했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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