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주식과 금융상품은 결국 유동성 싸움입니다. 상장지수펀드(ETF)를 보세요. 유동성이 상위 일부 종목에만 쏠립니다. 금융 분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금융사들은 투자자에 다양하고 우량한 상품을 공급해야지만 살아남을 수 있지요. 강한 혁신과 적절한 마케팅으로 상품의 유동성을 키워야합니다. 유동성이 부족한 상품은 자연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김원대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부이사장·사진)은 미디어펜과 가진 인터뷰 내내 시장과 금융상품의 유동성을 강조했다. 유동성의 사전적 정의는 ‘기업의 자산이나 채권을 손실 없이 현금화할 수 있는 정도’로 시장에서는 거래량과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거래량이 많아야 파는 사람이 제값을 받고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유동성이 낮은 종목이나 상품은 팔 때 손해를 볼 수 있다는 불안감에 아무리 전망이 좋아도 투자를 주저하게 된다.
“아파트와 단독주택을 비교해 보세요. 통상 같은 면적이라면 단독주택의 가격이 아파트에 비해 낮게 평가됩니다. 수요가 낮으니 그만큼 거래량이 적고 환금성이 떨어지니까 시장에서 아파트에 비해 가격이 낮은 거지요. 회사가 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유동성 확대방법은 액면분할이에요. 황제주 등 일부 고가주도 시장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으려면 아모레퍼시픽과 같이 액면분할을 해야 합니다.”
지난달 15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가격제한폭 확대도 결국은 시장의 유동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었다. 시행 전 우려가 많았지만 시장의 정보가 주가에 신속하게 반영될 수 있게 됐고 ‘상한가 굳히기’ 등 불공정 거래가 예전에 비해 사라졌다는 게 시장 안팎의 평가다.
유통물량이 적은 일부 우선주가 이상 급등세를 보이고 있지만 거래소는 이들 종목에 대한 감시를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시장의 급격한 출렁임이 우려됐지만 이번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에도 코스피지수는 큰 폭의 하락 없이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격제한폭이 확대되면 시중의 유동성이 확대될 수 밖에 없죠. 아직 시행한지 얼마 되지 않은데다 그리스 사태 등으로 확연하게 늘지는 않고 있지만 조만간 거래량이 크게 늘어날 겁니다. 과거에도 가격제한폭 확대 후 1개월간은 오히려 경계심리로 거래량이 줄었어요. 6개월 지나니 이전에 비해 50%나 거래량이 늘더군요.”
김 부이사장은 조만간 도입될 시장조성자(마켓메이커) 제도와 한국판 다우지수인 케이탑(KTOP)30지수가 유동성을 확대해줄 것으로 기대를 걸고 있다. 마켓메이커 제도는 거래소와 직접 거래하는 증권사와 일반 기업 등 유동성 공급자를 지정해 호가 차이를 좁히고 거래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마켓메이커 제도가 도입되면 호가 스프레드(가격차)를 촘촘하게 만들어 거래가 원활하고 효율적으로 이뤄지게 만든다. 거래소는 마켓메이커에 거래세 면제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또 초우량 황제주 중 액면분할을 한 종목을 KTOP 30에 우선 배정하고 유동성이 떨어지는 고가 황제주는 유동성 관리 종목으로 지정해 매달 발표할 예정이다. 거래소가 기업의 액면분할을 강제할 수단은 없지만 자발적으로 주식 액면분할을 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액면분할을 할 경우 유동성이 커져 개별주식 선물 상장이 가능하다. 이를 헤지수단으로 활용이 가능하므로 외국인 기관도 안심하고 주식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