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상진 기자] 외환은행 노조가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 협상을 재개를 선언한지 하루도 안돼 법원에 조기합병을 중단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협상국면으로 들어서는 듯 했던 조기통합 논의가 노조의 발목잡기로 또다시 차일피일 미뤄지게 됐다.

외환노조는 지난 2일 노조와 하나금융 각각 대표자 4인으로 구성된 대화단이 협상을 시작했다고 밝힌지 4시간 만에 상황을 뒤집었다. 26일 서울고등법원이 조기합병금지가처분 취소결정을 내린 부분에는 항고를, 서울중앙지방법원에는 2.17합의서 위반행위 금지를 청구하는 본안소송을 제기했다.

외환노조는 보도자료를 통해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내려진 가처분취소결정이 번복되고, 본안소송을 통해 2.17합의서의 법적 효력이 재확인되기 바란다”며 “하나금융지주의 일방적인 약속파기로 훼손된 신뢰가 회복될 것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외환은행 본점 외벽 유리에 비친 하나금융그룹 건물./ 사진=연합뉴스

업계에서는 노조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6일 법원이 하나금융의 손을 들어준 이후 외환은행 내부에서도 조기합병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커지는데 노조가 꼬리물기식 시간끌기로 협상의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시선이 많다.

조기통합 관련 명분 싸움에서도 하나금융이 앞선다. 하나금융에 따르면 올해 안으로 하나·외환은행이 조기합병되면 ‘올해 말까지 금융회사간 합병시 저당권 명의변경 관련 등록면허세 75%감면’ 정책에 따라 2754억원의 세금감면 혜택이 주어진다. 아울러 외환은행 내부 인트라넷에도 조기합병을 추진하자는 부서별 성명서가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외환노조는 2.17합의서 수정안을 두고도 마찰을 빚고있다. 하나금융은 2.17합의서 중 ‘외환은행의 5년 독립경영’ 항목 수정에 대한 원칙적인 합의를 이끌어낸 뒤, 통합관련 세부사항은 통합추진위원회에서 조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협상이 아닌 대화를 하자고 요구해왔다.

반면 노조는 세부사항 먼저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이 제시한 2.17합의서 수정안에는 합병의 시기·방법·절차 뿐만 아니라 ▲노사정합의서 인정 ▲외부 전문가위원회 도입 ▲IT통합 추진 ▲노동조합 유지 및 분리교섭권 인정 등이 협상항목으로 지정돼있다. 협상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이때까지 협상이 불가할 경우 합병 시기·방법·절차는 세부사항 논의가 끝난 다음으로 미루겠다는 입장이다.

하나금융은 조기통합 관련 논의가 지속되는 과정에서 인위적인 인원 감축은 없으며, 인사상 불이익이 없도록 투트랙으로 운용하고, 근로조건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꾸준히 밝혀왔다. 통합은행명에 ‘KEB 또는 외환’을 포함하겠다는 통 큰 제안도 건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환노조가 앞에서 대화의 자세를 취하고, 뒤에서 소송을 제기하는건 시간끌기 위한 발목잡기로 비쳐질 가능성이 높다.

하나금융은 6일까지 대화의 진전이 이뤄지지 않으면 하나·외환은행 직원들을 대상으로 조기통합 관련 설명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그래도 노사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 전 직원 대상 찬반투표를 실시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올해 안으로 반드시 조기통합을 마무리짓겠다는 것이 하나금융의 분명한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