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총원 늘리지 않고 확보 가능
   
▲ 방기성 한국방제협회 회장
2022년 10월 29일은 159명의 생명을 앗아갔던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날이다. 이 사고로 인명구조의 1차적 책임이 있는 경찰, 소방 등의 고위 간부들이 강도 높은 수사를 받는 등 책임공방이 뒤따랐고, 급기야 용산구청장까지 구속되는 사태로 이어졌다. 

경찰이나 소방 등은 시민들의 긴급 신고를 동시다발적으로 접수했으나 현장출동이 늦어졌고 수습과정에서의 미숙한 대응 등이 그 귀책 사유가 된다는 것은 쉽게 이해될 수 있을 듯 싶다. 그러나 소방이나 경찰과 달리 현장에서 직접적인 인명구조 업무를 담당하지 않는 용산구청장의 구속 사유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이 질문에 대하여는 선뜻 그 이유를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재난안전법 4조의 의하면, 지방자치단체는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할 책무를 지고, 재난을 예방하고 발생한 피해를 신속히 대응·복구하여야 한다는 포괄적인 규정이 있다. 또한 재난이 발생하면 재난의 수습 등에 관한 사항을 총괄·조정하기 위해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가 가동되며, 구청장은 동법규정에 따라 지역본부장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수행하도록 되어있다. 다시 말해 지방자치단체장은 해당지역의 재난안전에 관한 총괄적인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의 모든 기능과 연결성을 갖는 지방정부이다. 중앙정부의 다양한 정책들을 시민들과의 접점에서 구현해나가야 하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업무 범위는 포괄적이며 그 유형도 다채롭다. 따라서 그들에게 업무 전반에 걸쳐 완벽한 전문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태가 발생한 용산구청의 재난관리 전담부서인 ‘안전재난과’의 인력구조를 살펴보면 부서의 업무 기능과 공무원의 직렬이 불부합되는 문제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안전재난과 전체정원 20명 중 조직의 업무 기능과 일치하는 방재안전직렬은 하위직 1명(9급)뿐이었고, 조직의 업무 기능과 무관한 일반 행정직들이 다수를 점하고 있어 부서의 업무 기능과 전문직렬 간의 미스매칭 비율이 99%를 넘고 있었다. 

굳이 예를 들자면, 기갑부대를 창설하고 보병으로 병력을 채운다면, 사이버부대를 창설하고 컴맹들만으로 그 조직을 구성한다면 그러한 부대를 이끌고 과연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용산구청장의 구속사태는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성공적인 지방자치단체장이 되기 위해서는 업무 분야별로 전문성이 뛰어난 유능한 참모를 기용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특히 재난관리 분야에 있어서는 이러한 원칙이 더 없이 중요하다. 만약에 제2, 제3의 이태원 사고와 같은 재난이 발생한다면,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은 영문도 모르는 채 구속되는 사태가 반복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재난안전업무와 관련하여 지방자치단체장이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은 재난안전업무에 전문성을 갖춘 유능한 인력을 확보하여 해당 조직의 역량을 강화하는 일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산림과는 임업직이, 건설과는 토목, 건축직 공무원들이 50%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특히 광역자치단체의 소방본부는 소방직 공무원이 99%를 점하고 있어 담당부서의 업무 기능에 맞게 해당 전문직렬공무원이 비교적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용산구청의 사례에서 본 것처럼 재난관리 부서의 경우는 예외적이다. 재난관리 부서의 업무 기능과 담당 공무원의 직렬이 불부합되는 미스매칭 문제는 전국적으로 거의 모든 자치단체의 공통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국가 전체의 재난관리 역량 강화를 위하여 가장 시급한 과제는 재난안전 전담부서의 업무기능과 담당공무원의 직렬 간 미스매칭 현상을 현재의 90%수준에서 50%이하의 수준으로 줄여서 재난관리 부서에 유능한 전문인력을 재배치하는 것이다. 

이태원 참사 이후 정부에서는 2023 1월에 범정부적인 대책으로서 ‘국가안전시스템 개편’ 종합대책을 발표하였다. 이 대책은 5대전략 19과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역․현장의 재난안전관리 역량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재난안전관리 전담인력의 전문성 강화 및 단계적 확충 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재난안전관리 전담인력의 정원을 늘려나가는 방안은 공무원 정원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고자 하는 현 정부의 인력의 운영방침을 고려해 볼 때 현실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오히려 인력의 재배치가 올바른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자면, 지방자치단체는 정년퇴직 등으로 인해 매년 결원이 발생되고 있다. 결원으로 발생된 공석은 재난관리부서 내의 직렬 불부합 공무원으로 재 배치하고 재난안전부서의 빈자리는 재난안전 전문인력(방재안전직 공무원 등)을 신규 채용으로 채우게 되면 총정원을 증원하지 않으면서 재난안전 전문인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전략이 성공하자면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의지도 중요하지만 행정안전부의 적극적인 역할 또한 중요하다. 앞서 언급한 방식대로 인력의 재배치를 통한 재난안전 전문인력의 확보 방안에 관해 정책적인 가이드라인을 지자체에 시달한다면 재난안전부서의 미스매칭 문제 해결 속도가 훨씬 빨라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방안들이 구체화 된다면, 정부에서 지난 1월에 발표한 「국가안전시스템 개편」 종합대책 추진에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며 보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는 초석이 되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방기성 한국방제협회 회장

[미디어펜=권동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