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금융당국이 지난 25일 금융권 및 민간 전문가들과 최근 가계대출 동향 및 건전성 점검회의를 가졌다. 회의에 따르면 가계대출이 증가 전환했고, 금융권 연체율도 전반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다만 일련의 건전성 악화가 금리인상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점에서 업계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은행권에서도 금리인상 여파로 코로나19 대출 외 중·저신용자 대출 등의 부실화가 표면화되고 있지만 비중이 크지 않고, 당국의 가이드에 맞춰 건전성을 관리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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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지난 25일 열린 '최근 가계대출 동향 및 건전성 점검회의'에서 대출잔액 반등과 연체율 문제가 건전성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건 아니라는 데 뜻을 같이 했다./사진=김상문 기자 |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당국과 업계는 전날 회의에서 최근 반등한 대출잔액과 연체율 문제가 건전성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건 아니라는 데 뜻을 같이 했다. 4월 말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은 약 1598조 8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2000억원 증가했다. 약 8개월만에 증가 전환이다.
다만 가계대출 증가의 주요인은 실수요자 중심의 특례보금자리론 공급이 한 달 전보다 4조 7000억원 늘어난 덕분으로 꼽힌다. 실제 집단·전세·신용대출은 4월에도 감소세를 보였다. 집단대출이 4000억원, 전세대출이 1조 7000억원, 신용대출이 6000억원 각각 감소를 기록했다. 2금융권 대출도 2조 2000억원 감소했다.
최근 금리가 하향조정됐지만 대출이 급증하던 수년 전 대비 금리 수준이 여전히 높다는 점에서 대출 수요를 자극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당국 판단이다.
연체율도 예상보다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의 3월 말 현재 연체율은 0.33%로 코로나19 펜데믹 이전인 2019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대출종류별로 보면 가계대출이 0.31%, 기업대출도 0.35%에 불과했다.
전날 회의 이후 백브리핑을 맡은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연체율도 최근 상승하고 있으나 과거 추이를 감안할 때 양호한 수준이라는 점에 (참석자들이) 공감했다"며 "(참석자들이) 가계대출보다 기업대출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반기에는) 기업대출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동산대출, 상가담보대출 등에 대해 연체관리를 신경써야 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코로나19 대출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 조치 등에 따른 금융권 부실 우려에 대해서는 다소 과하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대출 상환유예 조치는 오는 9월 말 종료돼 10월부터 본격 상환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우려만큼 대출규모는 크지 않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감원으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은행이 만기연장·상환유예로 내어준 코로나19 금융지원액은 3월 말 현재 총 37조 6158억원(대출자 수 16만 8994명)이다. 이 중 만기연장된 대출잔액은 36조 1845억원(16만 1049명), 원리금 상환유예가 1조 4313억원(1만 863명)이다.
이 부원장은 "만기연장·상환유예와 관련해 그동안 9월 말이 끝나면 뭔가 연체율이 급격히 올라 상당히 관리가 안 될 수 있다는 식의 과장된 시각이 있었다"며 "상환 스케줄이 많이 정상화되고 있어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은행상환유예가 5조 3000억원인데 전액 연체를 가정하더라도 연체율이 0.57%라 감내 가능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대출자들이 상환일정에 맞춰 정상적으로 상환하고 있는 데다, 대부분의 대출이 은행권에 몰려있어 심각하게 볼 건 아니라는 시각이다.
통계 산정에 따른 착시도 일부 있다고 부연했다. 이 부원장은 "마찰적 요인과 제도적 요인도 일부 영향이 있다"며 "코로나19를 지나면서 보증부대출이 증가했는데, 보증기관의 대위변제가 지연되면서 연체율이 상승한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업권 공통으로 나온 얘기가 기저효과와 대출 감소에 따른 연체율 분모 감소"라며 "기저효과와 마찰적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한데, 지켜봐야 하겠지만 지금이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은행권에서도 당국의 판단과 전반적으로 궤를 같이 하는 모습이다. 업계는 한동안 급격한 금리상승으로 대출금리가 1~2년 전 대비 급격히 오른 데다,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증가하면서 대출부실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데 공감을 표했다.
다만 코로나19 대출 및 자영업자 대출 부실화가 은행 건전성을 뒤흔들 정도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금리수준이 초저금리 시절에 견줘 여전히 높고, 자산시장 침체 등의 여파로 총대출수요가 예전만 못하다는 점에서 자정작용도 꽤 있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묵혀둔 코로나 관련 대출이 상환을 앞두고 있고, 중·저신용자대출도 포용금융이라는 명분으로 너무 많이 내어줬다"며 "언젠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텐데 은행들이 대출 부실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들 대출이)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제한적이고, 당국 가이드라인에 맞춰 자기자본비율, 대손충당금 적립 등을 충실히 하고 있다"며 "여론이 우려하는 은행 부실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한편 당국은 건전성 강화 조치의 일환으로 은행권에 경기대응완충자본(CCyB) 적립수준을 현행 0%에서 1%까지 쌓을 것을 지난 24일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의결했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과 은행지주사는 내년 5월 1일부터 CCyB 적립률을 1% 이상 갖춰야 한다.
CCyB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바젤은행감독위원회가 회원국에 권고한 규제로, 경기가 호황일 때 은행에 위험가중자산의 최대 2.5%까지 보통주 자본을 추가 적립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당국은 CCyB 부과에 따른 시장영향을 지속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부과수준 및 부과시기 조정 등을 통해 신속히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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