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고유환 통일연구원 원장은 26일 북핵 문제 해결 방안과 관련해 “남은 카드는 관계 정상화에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고 원장은 이날 광화문 인근에서 가진 통일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서로가 얼마나 의지를 갖고 있는지에 달렸다. ‘핵을 갖고 있는 한 북한과 손 잡을 수 없다’고 말하는 미국이 과연 전쟁을 끝낼 용기를 갖고 있는지에 달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 원장은 그동안 북한이 전쟁 우려 때문에 핵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해온 점을 지적했다. 북한은 지난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군사적 위협을 해소하고 체제안전이 보장되면 핵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밝힌 적이 있다.
이와 관련해 고 원장은 “그동안 북한이 사용하지 않은 표현이어서 당국자에게 확인해보니 정상회담 때 북한이 남한에서 그렇게 발표되는 것에 동의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북한은 한때 남한 및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진행한 적도 있으나 지금은 미중 간 전략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신냉전 기류에 편승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태도를 바꿨다.
고 원장은 “과거 제네바 합의나 6자회담 결과 채택된 9.19 공동성명이 ‘동결 대 보상’ 합의였는데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지난정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처음으로 ‘안보 대 안보 교환’이 합의됐지만 결국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따라서 다시 비핵화 협상이 시작된다면 북미 간 관계 정상화를 추구하는 방식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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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유환 통일연구원 원장./사진=통일연구원 |
고 원장은 ‘윤석열정부의 대북정책 가운데 남북 및 북미 간 관계 정상화로 진전될 수 있을 만한 내용이 있냐’는 질문에 “담대한 구상 3단계에 북미관계 정상화가 있다”며 “그런데 북한은 ‘유핵·공존’을 주장하고 우리는 ‘비핵·평화’를 주장하므로 조정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김정은 정권에 대해 “과거 김일성 시대를 말하자면 ‘김일성 주석의 비핵화 유훈’이 있었고, 김정일 시대엔 핵개발과 비핵화 두가지 레버리지를 다 가지려고 했다고 볼 수 있지만, 김정은 정권에서 핵보유 원칙으로 단순화됐다”고 말했다.
고 원장은 “북한이 비정상적인 수령체제를 유지하는 한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 북한으로선 비정상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비정상적인 핵보유가 필요해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남북관계에 대해 “2020년 6월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할 때부터 루비콘강을 건넜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남한이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행사를 도라산에서 대대적으로 열고 있을 때 북한은 다음날 연락사무소 폭파를 위해 폭탄을 설치하고 있었다는 것”이라며 “당시에도 개인적으로 심각하게 인식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한달 이상 미사일을 쏘지 않고 조용한 북한에 대해 고 원장은 “농번기를 맞아서 쌀독을 챙기면서 장기전을 도모하고 있다”며 “한미연합 군사훈련 기간이 끝나고 강대강 대치국면도 지나서 잠잠한 시기이기 때문에 북한도 굳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 고 원장은 “남북한 모두 정세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최근 들어 북한은 소위 지구가 조선을 축으로 해서 돈다고 보는 북한 중심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남한도 한미동맹을 중심에 놓고 북핵 문제를 뛰어넘어 글로벌 이슈에 접근하는 패러다임으로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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