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로 제일모직과의 합병에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의 지분을 추가 매입하면서 합병 찬성 가능성이 높아진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3일 국민연금은 지난달 4일부터 30일까지 장내매매를 통해 우선주를 포함한 삼성물산 주식 271만4730주(1.69%)를 추가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국민연금공단의 삼성물산 지분율은 9.92%에서 11.61%로 올랐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보통주 지분은 10.15%(1585만861주)에서 11.21%(1751만6490주)로 늘어났다. 임시 주총 개최를 위한 권리주주 확정일인 6월 11일까지 거래가 완료된 주식만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엘리엇은 지난달 4일 삼성물산의 지분을 7.12% 보유했다고 전격 공개했다. 또 삼성물산의 가치를 과소평가했고 합병 조건 또한 공정하지 않다면서 주총에서 현물배당·중간배당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바꿔달라는 주주제안서를 발송했다. 또 같은 달 5일 엘리엇은 국민연금에 합병을 반대하는데 동참해 달라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3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도 엘리엇은 “국민연금이 아직 의견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공정성과 국민 권리에 깊은 관심을 둔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의 주요 주주인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국민연금이 합병에 반대해 주기를 기대하는 속내를 보였다.

이에 비해 국민연금은 지난달 4일 엘리엇이 보유지분을 공개하고 합병비율이 불합리하다는 의사를 밝히자마자 삼성물산의 지분을 부지런히 매수한 것이다. 물론 국민연금이 지난달 4일부터 30일까지 지분을 매입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고 매수와 매도를 반복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지분은 271만4730주를 순매수했다. 3일 삼성물산의 종가인 6만7200원으로 계산하면 1824억원에 달하는 지분을 사들인 것. 이에 따라 엘리엇의 주장과는 달리 국민연금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인 1대 0.35에 큰 불만이 없었던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자금 중 절반은 위탁으로 운용되고 있기 때문에 위탁운용사가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고 주식을 자의적으로 매수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합병이 삼성물산 주가에 유리한 것으로 국민연금이 방향을 잡은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합병이 무산될 경우 삼성물산의 주가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추가 지분 매입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 합병이슈가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의 주가는 제일모직에 비해 고평가된 상태인 점에서도 더욱 삼성물산의 지분을 더 사들일 이유가 없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은 “삼성물산을 매수한 것이 직접계정이냐 간접계정(위탁운용사)이냐에 따라 다르고 아직 국민연금이 합병에 대한 의사를 밝히지 않아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합병이 실패한다면 삼성물산의 주가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 국민연금이 지분을 더 많이 사들이고 합병에 반대한다면 자살골을 넣는 것이나 다름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 부사장은 “합병비율이 지나치게 불공정하다면서 합병발표이후 삼성물산 지분 2.17%를 추가로 매수한 엘리엇은 더 이상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