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정부가 메르스·가뭄 등 예상치 못했던 악재가 겹치면서 더블딥 우려가 커지자 결국 22조 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키로 했다. 여기에 야당이 내년 총선용 선심성 예산을 걸려 내겠다는 둥 또 다시 발목잡기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추경은 속도가 생명이다. 응급처방을 늦추면 그 만큼 효과도 반감하고 기대성과도 얻지 못한다. 한국경제는 그야말로 지금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2013년 2분기부터 생기를 찾던 한국 경제는 작년 4월 세월호 충격으로 다시 고개가 꺾였다. 이어 4분기에는 세수 부족에 따른 재정절벽이 한국 경제를 강타했다.
올해 들어 수출은 글로벌 경기 부진과 저유가, 저환율이라는 삼각 파도에 휘말렸다. 수출은 6개월 연속 전년 대비 감소세로 돌아섰고 제조업 가동률은 6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내수는 살아나지 않고 수출마저 급감하면서 내수·수출 부진이라는 이중고를 겪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6월에는 메르스까지 엄습하면서 경제심리는 급랭했고 내수는 더욱 위축됐다.
더블딥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정부는 결국 응급처방이라는 추경 카드를 꺼내들었다. 정부는 메르스 사태에 대응하고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올해 안에 22조원을 풀기로 했다.
이번 대책엔 11조8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이 포함됐다. 정부는 3일 국무회의를 열어 추경안을 의결하고 6일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추경안 중 5조6000억 원은 모자라는 세수를 메우기 위한 세입경정이고 나머지 6조2000억 원은 세출 확대용으로 편성됐다. 추경 재원은 한국은행 잉여금 등을 활용하되, 모자라는 9조6000억원은 국채를 발행해 충당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올해 성장률을 0.3%포인트 끌어올려 3%대 성장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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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경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조기에 통과돼 현장에서 집행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22조원은 애초 당정회의에서 제시됐던 15조 원보다 7원 가량이 늘었다. 메르스·가뭄에 중국의 부진, 그리스발 국제 금융위기까지 더해지면서 국내외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진만큼 선제적 대응을 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이번에 편성한 추경 예산을 예상치 못한 메르스로 인한 충격 흡수와 가뭄을 극복하는 데 집중해 내수 회복의 불씨를 되살리겠다는 의지다. 특히 민생 안정과 경기 활성화 효과가 큰 사업에도예산을 집중투입하기로 했다.
추경 예산 중 2조5000억 원을 메르스 사태로 피해를 본 업종과 각종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투입하기로 했다. 관광·수출기업 등 주요 피해업종에 지원되는 규모만 1조6000억 원이다. 가장 피해가 큰 관광업계에는 시설운영자금을 3000억원 확대하고, 소비심리 위축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긴급경영안정자금 등 정책금융 지원을 6430억원 늘리기로 했다.
서민 체감물가에 직격탄이 되고 있는 가뭄·장마 대책에는 총 8000억원을 투입한다. 가뭄피해지역에 저수지·양수장 등 수리시설을 확충하고, 댐 6곳의 치수량을 올리기로 했다. 노후저수지 408곳을 전면 개·보수하고, 붕괴위험지역 147곳을 정비한다. 700억 원 규모의 농수산물 수급안정 자금도 신설했다.
서민생활을 안정을 위해서는 1조2000억 원을 배정했다. 이중 청년 일자리 창출과 고용안전망 강화에 9000억 원이 투입된다. 청년인턴제, 일·학습병행 등 기존 사업에 1746억 원을 투입해 효과를 극대화하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이 청년을 추가 채용할 경우 지원하는 세대 간 상생고용지원제도(206억원)도 신설한다. 시간선택제 일자리 창출 규모를 5700개에서 1만2700개로 늘리고 메르스로 직장을 잃은 여행·보건업계 실직자를 위한 구직급여도 확대한다.
정부는 추경 외에 정부 내 기금에서 3조1000억원을 가져와 지출할 계획이다. 주택구입, 전세자금 확대, 공공임대·다가구 매입임대 지원에 2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메르스로 피해가 큰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경영 안정자금을 기존 3500억원에서 7100억원으로 늘리고 5862억원은 임대주택을 지원하는 데 쓰기로 했다.
정부의 추경안은 6일 국회에 제출된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간 셈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경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조기에 통과돼 현장에서 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는 “당정 합의에 따라 20일까지 통과시키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야당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예결특위 야당 간사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의 과정이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임을 경고하고 나섰다.
여당은 추경안을 20일께 처리한다는 목표지만 야당은 모자라는 세수를 메우는 세입경정에 반대하면서 당·청간의 ‘거부권 정국’을 빌미로 추경에 어깃장을 놓겠다는 엄포다. 야당은 자체 추경안을 오는 8일쯤 내겠다며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한 추경에도 반대하고 총선용 선심 예산도 걸러내겠다고 한다. 지금 이 와중에 총선용 선심예산이 운운은 때가 맞지 않다.
추경은 속도가 생명이다. 전문가들도 추경은 특성상 속도가 생명인만큼 대안없는 발목잡기보다는 경제비상시국이라는 인식하에 여야가 추경을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고 대승적인 결단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추경안의 국회 통과가 늦어지면 올해 안에 집행이 어려워져 결국 경기부양 효과도 반감될 수 있다.
야당의 발목잡기로 추경 집행이 늦어지면 하반기 경제 회복의 ‘골든타임’은 또 다시 놓치게 된다. 이번에도 야당이 정치적 사안을 연계해 추경의 발목을 잡으려 한다면 국민의 인내심도 한계에 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