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예상했던 대로 저축은행들이 올해 1분기 어두운 성적표를 받아든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기조에 이자이익이 늘었으나 그 이상으로 이자비용이 증가한 영향이다. 여기에 경기침체로 대출자의 상환 능력이 떨어지면서 연체율이 악화하는 등 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1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SBI·OK·한국투자·웰컴·페퍼저축은행 등 자산규모 기준 상위 5개 저축은행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378억원으로 전년 동기(1711억원) 대비 77.9%(1350억원)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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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미디어펜 |
회사별로 살펴보면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37억원으로 전년 동기(901억원) 대비 95.9%(864억원) 급감했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은 172억원에서 137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20.4%(35억원), 웰컴저축은행은 270억원에서 81억원으로 70%(189억원) 각각 감소했다.
페퍼저축은행은 1분기 25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이외에 애큐온저축은행(-203억원), HB저축은행(-198억원), 상상인저축은행(-175억원)·대신저축은행(-175억원), KB저축은행(-126억원), JT친애저축은행(-106억원), 우리금융저축은행(-95억원) 등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
주요 저축은행 가운데 순이익이 증가한 곳은 OK저축은행이 유일했다. OK저축은행은 지난 1분기 37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둬들였다. 이는 전년 동기(267억원)와 비교해 40.8%(109억원) 늘어난 수치다.
OK저축은행 관계자는 “대출채권 매각에 따른 충당금 환입 효과와 함께 보유 중인 유가증권 배당금 수익이 1분기 실적에 단기적 요인으로 반영됐다”며 “정부 정책에 앞서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기준치 이상 쌓는 등 관리 체계를 갖췄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저축은행들의 실적이 하락한 것은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수신금리가 오르면서 부담해야 할 이자비용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기준금리는 2020년 사상 최저 수준인 0.50%까지 내려간 후 현재 3.50%까지 올랐다.
그 결과 SBI저축은행의 올해 1분기 이자비용은 1534억원으로 1년 전(634억원)과 비교해 900억원(141.96%) 늘었고 OK저축은행은 지난 1분기 1년 전(552억원)의 2배가 넘는 1483억원의 이자를 냈다. 같은 기간 웰컴저축은행은 289억원에서 610억원, 한국투자저축은행은 316억원에서 940억원, 페퍼저축은행은 304억원에서 545억원으로 늘었다.
영업을 못한 것은 아니다. 이들 5개 저축은행의 이자수익은 지난해 1분기 9879억원에서 올해 1분기 1조1840억원으로 19.9%(1961억원) 증가했다.
악화되고 있는 연체율도 고민거리다. 저축은행 업계의 올해 1분기 연체율은 전년 말(3.4%)보다 1.7%포인트 상승한 5.1%로 2016년말(5.8%)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부실채권 현황을 나타내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은 5.1%로 전년 말(4.04%)보다 약 1.1%포인트 올랐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수익보다 비용이 급증하면서 역마진 및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졌다”며 “향후 실적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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