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상진 기자] 그리스 국민들이 지난 5일 치른 국민투표에서 ‘긴축반대’를 선택함에 따라 국제정세가 다시 요동치고 있다.

긴축반대 입장을 고수해온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이로써 국민들의 재신임을 받았고, 채권단과의 구제금융 협상은 난항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채권단이 제시한 협상방안을 거절하면서 그리스는 디폴트(국가부도)는 물론 그렉시트(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높아졌다.

   
▲ 그리스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 /연합뉴스

문제는 그렉시트다. 그리스가 그렉시트를 선언한다면 유로존 출범이래 처음 발생한 일로, 파장을 쉽사리 예측하기 어렵다. 당장 그리스는 물론 유럽, 나아가 세계 금융시장까지 뒤흔들 수 있는 시한폭탄인 셈이다. 그리스 국민은 물론 유럽 국가들에서도 이런 최악의 결과를 원하지 않는다.

치프라스 총리도 “국민투표 이후 채권단과 48시간 내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낸 만큼 강경한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만기연장이 불가피하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보고서를 앞세워 채무탕감(헤어컷)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와 프랑스의 올랑드 대통령은 7일 만나 그리스 국민투표 이후 상황을 협의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재협상 논의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협상 테이블이 다시 만들어진다. 전문가들은 ‘그렉시트만은 막자’는 공동목표설정이 중요하다 입을 모은다.

진통을 피할 수 없겠지만 결국 협상은 타결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인 가운데 일각에서는 의견대립이 첨예한 만큼 협상 테이블도 제대로 꾸릴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다.

그리스는 20일 유럽중앙은행(ECB)에 35억유로에 달하는 채무를 이행해야 한다. 불가능할 경우 규정에 따라 ECB의 ELA 프로그램이 중단될 수 있다. 사실상 디폴트에 빠지게 된다. 이 경우 은행과 기업이 연쇄부도에 빠지고 금융시스템이 마비되면서 유로화 대신 새로운 화폐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결국 그렉시트가 현실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새로운 화폐를 도입하면 해당 화폐가지 하락에 인플레이션이 동반된다. IMF는 물가상승률이 35%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돈의 흐름이 달러화나 엔화, 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몰리는 동시에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도 연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시중금리에 대한 압박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9시 달러당 1,125.2원으로 전일 종가보다 2.2원 오르며 장을 시작했다.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유로화 가치가 달러화 대비 1% 넘게 하락하기도 한 것과 비교하면 국내 충격은 덜했다. 이후 유로화 값은 장 초반 낙폭을 줄이고 있다.

코스피는 하락세다. 코스피는 6일 오후 1시 25분 현재 전 거래일 대비 37.62포인트(1.76%) 급락한 2067.06을 기록했다. 개장 직후부터 하락세가 이어지며 외국인과 기관을 중심으로 매도세가 커져 약 2%의 낙폭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6일 발표한 ‘7월 경제동향’에서 “그리스 채무불이행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됐지만 현 상황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진단했다.

KDI는 그리스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 비중이 0.2% 내외에 불과하고, 그리스에 대한 우리나라의 총 익스포저(손실 위험에 노출된 금액)가 크지않고, 유로존 은행들이 국내 투자를 회수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2012년 그리스 구제금융 당시보다 안정적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향후 그리스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주기적으로 반복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진투자증권 박석현 연구원은 “우선적으로 그리스 금융권의 유로화 유동성이 거의 고갈된 상태에서 20일 35억 유로의 ECB(유럽중앙은행) 채무상환 만기일까지 그리스에 대한 유동성 지원이 있을 것인가가 관건”이라며 “주식시장도 불확실성에 대한 노출을 피할 수 없고, 이는 위험신호 기피로 표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