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준 기자]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식어가던 횡재세 도입 논의에 다시 군불을 떼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작년 말부터 업황이 악화된 정유사들은 올 하반기까지 불황을 겪을 것으로 관측돼 반발하고 있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과 민주연구원은 최근 '횡재세와 기본소득 토론회'를 공동 주최하고,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논의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인사말에서 "횡재세는 소득 재분배 차원의 공평과세"라며"횡재세를 비롯해 기본사회를 위한 재원마련에 다양한 방안이 모색돼,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로 나아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기본사회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인 우원식 의원은 "횡재세와 탄소세 등은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특정 기업 이익은 폭증하고 취약계층은 더 힘들어지면서 양극화 해법의 하나로 세계적으로 비중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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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 한 주유소 모습. 사진=김상문 기자 |
기업들의 반발을 의식한 발언도 나왔다.
우 의원은 "횡재세가 반시장적이라는 비난도 있다"면서도"횡재세 도입여부에 대한 여러 의견과 이론이 존재할 수는 있지만, 위기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고통 분담을 위해 대안이 필요하다는데 이론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유사들은 지속되는 불황 상황에서 횡재세는 어불성설이라는 반응을 보여왔다.
실제로 지난해 120달러를 돌파했던 국제유가는 올해 들어 70~80달러 선에 멈춰있다. 저유가 기조는 하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23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에 따르면 올해 정유 수출액은 지난해(628억7300만 달러)보다 19.5% 감소한 506억800만 달러로 관측된다.
지난해 전년 대비 71% 증가하며 10년만에 최대 수출액을 경신한 것과 상황이 변한 것이다.
올해 수출물량 증가율 전망치도 1.8%로, 지난해 11.3% 대비 미미한 수준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수출물량(-1%)과 수출액(-22.5%) 모두 감소할 전망이다.
증권가 분석도 비슷하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분기 정유업황이 크게 나빠지고 있다"며 "글로벌 정유설비 증설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엑손모빌(25만 배럴), 중국 CNPC(40만 배럴), 쿠웨이트 KPC(61만 배럴) 등의 신규 증설분이 하루당 총 196만 배럴인 반면 수요 증가분은 하루당 140만 배럴에 그치고 있다.
수출 침체는 지난해 기저효과에 더해 수출단가와 정제마진의 동반 감소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수출단가는 국제유가와 연동된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으로, 유가 상승은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수출 단가가 떨어지면서 실적 부진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3월 123.7까지 올랐던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 26일 기준 72.67로, 약 1년 2개월 새 41%나 줄어들었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실장은 "저유가 때문에 똑같은 물량을 수출해도 수출액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경제가 지난해보다 침체하면 석유 수요가 위축되고 마진은 줄게 되는데, 정유사 입장에선 가동률을 낮출 수밖에 없다"며 "결국 생산 물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수출물량도 감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정유사 수익성과 직결되는 정제마진도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국내 정유사의 정제마진은 배럴당 3.5달러로, 지난해 동월 정제마진이 배럴당 18.6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81.2%나 감소했다.
산업연구원은 "선진국 경기침체로 수요가 정체돼 있다"며 "수요 강세가 꺾이면서 정제마진이 하락했다"고 진단했다.
정유업계에서는 하반기에도 불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횡재세 도입 논의는 부적절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와 러시아 전쟁 장기화 등으로 저유가 현상이 지속되면서 정제마진도 빠르게 하락했다"면서 "잠시 업황이 나아진 것을 두고 횡재세를 부과한다면 지금같이 업황이 어려울 때는 어떤 지원을 해줄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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