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서영 기자] 그리스 국민이 채권단의 긴축 제안을 거부하는 선택을 하면서 국내 증시에도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그리스 문제 해결에 대한 시장의 기대와 달리 5일(현지시간) 국민투표 결과에 따라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단기 조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남아 있는데다 설사 그렉시트의 상황이 벌어져도 국내 증시에 장기간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며 충격은 곧 봉합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당초 그리스 국민투표를 앞두고 찬성과 반대가 박빙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본 그리스 국민의 생각은 시장의 기대와 달랐다. 그리스가 5일 실시한 국민투표의 최종 개표결과 채권단의 제안에 대한 반대가 61.3%로 찬성(38.7%)을 22.6%포인트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사실상 재신임을 받은 만큼 채권단과의 3차 구제금융 협상은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협상이 난항 끝에 실패로 결론나면 그리스는 전면적인 채무불이행(디폴트)과 그렉시트의 길을 밟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를 포함한 글로벌 증시에도 먹구름이 끼게 됐다.

코스피는 지난달 29일 그리스의 구제금융 협상 결렬 소식에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30포인트나 하락해 2060선으로 밀렸다가 하루 만에 반등하는 등 지난주 내내 그리스 이슈에 변동성이 심한 모습을 보였다.

6일 코스피는 28.35포인트(1.35%) 내린 2076.06에 개장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 상무는 "이전 유럽 재정 위기가 발생했을 때보다는 충격이 덜하겠지만 그래도 그리스 자체가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는 측면에서 국내 증시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고조되면 달러화 강세가 불가피한데다 이로 인해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지연될 수 있어 부정적인 효과는 가중될 수밖에 없다.

신환종 NH투자증권 글로벌투자분석팀장은 "미국과 한국 증시는 유럽보다 덜하지만 당분간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그렉시트와 유로존의 혼란 심화 부담으로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업이익 모멘텀의 둔화로 7월 어닝시즌에 대한 기대가 높지 않은데다 그리스 문제의 불확실성이 겹쳐져 불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그리스와 유로존 모두 그렉시트가 몰고 올 파장을 알고 있는 만큼 협상이 진통을 겪겠지만 결국 타결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환종 팀장은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할 경우에 독자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새로운 협상에 대한 기대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도 "치프라스 총리도 유로존에 남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반대표를 던지라고 한 것이지 진짜 파국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당분간 밀고당기는 과정이 나타나며 단기조정이 나타나겠지만 결국은 봉합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그렉시트 등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면 글로벌 경기가 동반 부진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아직은 그런 상황은 아니다"라며 "일단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할지 등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설사 그렉시트의 상황이 벌어져도 그리스가 국제 경제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을 감안하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제기된다.

김형렬 교보증권 매크로팀장은 "그렉시트가 현실감 있게 고려할만한 사안으로 떠오르겠지만 금융시장에 회복이 힘든 충격을 줄 정도의 최악은 아닐 것 같다"며 "금융시장에 악재인 것은 확실하고 일시적인 변동은 있겠지만 그 영향이 아주 오래갈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재만 팀장은 "아직 채권단과 그리스가 다시 재협상을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예상하기 쉽지 않지만 국내 증시가 그리스 사태의 영향으로 급락하기는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따라서 그동안 그리스 이슈와 무관하게 성장해 온 제약·바이오 업종 등에 대한 관심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재만 팀장은 "당분간 주식시장은 위험을 회피하는 전략으로 제약·바이오와 같이 성장하는 업종으로의 자금 쏠림 현상이 보다 더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