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수신경쟁 치열, 한달새 12조 증가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거듭된 은행채 금리 하락으로 투자 매력이 옅어진 은행 예·적금이 최근 반짝 인기를 얻고 있다. 금융당국이 다음달 은행권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 정상화를 앞두면서, 업계가 은행채 발행을 늘리고 예·적금 등 수신자금 조달에 한층 치열해진 까닭이다. 

여기에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를 계기로 투자자들이 '안전한 투자'를 지향하면서, 대기자금이 다시금 은행으로 '역머니무브'하는 모습이다.

   
▲ 거듭된 은행채 금리 하락으로 투자 매력이 옅어진 은행 예·적금이 최근 반짝 인기를 얻고 있다. 금융당국이 다음달 은행권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 정상화를 앞두면서, 업계가 은행채 발행을 늘리고 예·적금 등 수신자금 조달에 한층 치열해진 까닭이다./사진=김상문 기자


8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수신(예·적금)잔액은 약 856조 633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4월 말 843조 7705억원에 견줘 약 12조 8630억원 늘었다. 두 달 연속 증가세인데, 증가폭도 전달 1조 3413억원에 견주면 압도적이다. 

구체적으로 정기예금 잔액은 817조 5915억원으로 전월 말 805조 7828억원 대비 약 11조 8088억원 증가했다. 연중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던 올해 2월 3조 4506억원 대비 3배 이상 높은 값이다. 정기적금 잔액도 37조 9878억원에서 39조 420억원으로 약 1조 542억원 증가했다.

이처럼 은행권으로 수신자금이 몰리는 건 7월 LCR 규제 정상화를 앞두고 은행채 발행이 늘어났고, 이 여파로 예·적금 금리가 인상돼 대기자금이 몰린 까닭이다. 

이날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1년물 은행채 금리(AAA등급·무보증, 신용평가사 5개사 평균치)는 지난 7일 3.842%로 한 달 전인 지난달 8일 3.612%에 비해 약 0.230%p 상승했다.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 1월 2일 4.330%에 견주면 약 0.488%p의 차이가 난다. 1년물 금리는 일주일 전인 지난달 30일 3.920%까지 치솟다가 소폭 하향화돼 3.8%대에 머물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정책금융 조치의 일환으로 LCR를 대거 완화한 바 있다. '예금대출비율'로 통용되는 LCR는 향후 한 달간 예상되는 순현금유출액 대비 고유동성 자산 비율을 뜻한다. 금융위기 등의 여파로 한번에 자금이 빠져가는 상황을 대처하기 위해 마련됐다. 

LCR는 이달 말까지 92.5%로 규제 중이며, 다음달부터 2.5%p씩 상향 조정해 과거 수준인 100%로 회귀할 전망이다.

이에 은행들이 7월 전까지 LCR를 끌어올려야 하는 만큼, 수신자금 유치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 은행채 발행 증가에 따른 금리 상승으로 은행권의 주요 상품 최고금리도 상승 반영되고 있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1년물) 금리는 이날 연 3.59~3.80%로 집계됐다. 한 달 전만 하더라도 금리는 연 3.40~3.54%에 그쳤다. 

최근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 등으로 불안심리가 가득한 점도 대기자금의 역머니무브를 부추기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SG증권 사태 이후 투자자예탁금은 50조원 아래로 추락했다. 지난달 9일 기준 투자자예탁금 잔액은 49조 5630억원으로 약 3주 만에 3조원 이상 줄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LCR비율 정상화를 앞두고 최근 채권 발행 외에도 예금을 확보하기 위한 고금리적금을 많이 내놓고 있다"며 "SG증권 사태를 계기로 주식시장에 불안심리가 가득한 점도 안전투자로 자금이 몰리는 요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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