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실종된 북한 외교관 가족 모자가 영사관에 연금됐던 것으로 8일 알려졌다. 실종된 김금순 씨는 최근까지 북한식당의 대리지배인으로 일해왔고, 지난해 그 식당의 부지배인이 탈출한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김 씨 모자는 특별한 죄를 짓지 않았으므로 영사관 내부의 허드레 일을 하면서 감시 속에 생활해오던 중 일주일에 하루 외출이 허락된 날 실종됐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이날 현지의 한 고려인 소식통을 통해 김금순(43세) 씨와 박권주(15세) 씨는 수개월간 블라디보스토크 북한영사관에 연금된 상태로 있다가 일주일에 하루 외출이 허락되는 시간을 이용해 사라졌다고 전했다.
김금순 씨의 남편인 박 모 씨는 북한 ‘고려항공’ 소속 무역대표부에서 러시아로 파견나와 블라디보스토크 소재 북한식당 ‘고려관’과 ‘두만강레스토랑’을 경영해왔다. 박 씨는 외화벌이 과제 압박에 시달리던 중 2019년 외화벌이 검열을 받으러 평양으로 귀국한 이후 코로나19로 인한 국경봉쇄로 평양에서 나오지 않았다.
김금순 씨가 남편을 대신해 그동안 북한식당의 대리 지배인으로 일했다고 한다. 하지만 두만강레스토랑은 2020년 3월 개업했다가 7개월만인 그해 9월에 문을 닫았다. 고려관도 코로나19로 인해 경영난에 처하면서 중단 위기를 맞았고, 지난해 10월엔 고려관의 인원 관리자였던 부지배인 김병철(51세) 씨가 탈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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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퍼진 실종 전단에 공개된 북한 무역대표부 간부 박 모 씨의 아내 김금순씨와 아들 박권주씨의 모습. 2023.6.7./사진=러시아 PrimPoisk 텔레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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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보위성 소속 보위지도원이었던 김병철 씨는 망명을 시도하던 중 현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지난해 12월 러시아 당국(KGB)에 체포되어 블라디보스토크 북한영사관에 넘겨졌다. 그는 망명을 시도한 것이 분명한 만큼 국경이 개방되면 북한으로 우선 송환되어 처형될 것이란 소문이 퍼졌다고 한다. 김금순 씨 역시 대리지배인으로서 책임을 지게 될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다.
김병철 씨의 망명 시도가 있자 북한영사관은 잇따른 망명사건이 터질 것을 우려해 지난해 말 ‘고려관’을 폐쇄하고 대리지배인인 김 씨와 그의 아들 박 씨를 영사관 내부에 연금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방송에서 소식통은 “김 씨 모자의 실종사건이 부지배인 망명 시도와 무관치 않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 무역대표부 대표 가족의 실종사건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김 씨 모자의 실종 소식이 러시아통신사를 통해 알려졌다”면서 “김 씨 모자의 실종이 망명 목적일 수 있다고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에 공개된 이상 이들 모자의 생명안전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 소식통은 “북러간 국경 개방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북한에서 러시아로 파견된 무역대표부 간부들과 노동자들도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이제 북한으로 귀국하면 외부세계와 단절돼 갇힌 생활을 하게 될 자신들의 처지를 비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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