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 '비현실적' 비판에 'CF100' 대두…원자력·수소, 에너지원으로 포함
기업들 "필요성 공감하나 도입할 생각 없어"…당국 지원 필요
[미디어펜=조성준 기자]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캠페인이 계속 나오고 있지만 기업들은 내심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으로 기업들이 RE100(Renewable Energy 100%)을 자발적으로 도입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그 대안으로 제시된 CF100(Carbon Free Energy 100%)도 국내 기업들은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도입 의지는 낮았다.

   
▲ 경주 월성원자력본부 전경./사진=한수원 월성원자력본부 제공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102개사 응답)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17.6%가 'CF100 캠페인에 참여하겠다'고 응답했다.

기업들은 CF100 캠페인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로 '아직 구체적인 기준이나 이행방안이 마련되지 않아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35.0%)을 들었다. 또한 '전담 수행 인력 부족 및 추가 비용 부담'(23.6%), '24시간·일주일(24·7) 단위의 실시간 조달 기준이 국내 여건상 비현실적임'(20.0%) 등이 거론됐다.

RE100은 말 그대로 오로지 재생에너지로만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을 조달하자는 캠페인이다. 하지만 태양광, 풍력, 바이오 등을 원천으로 생산된 재생에너지가 크지 않아 제조업 등 산업 현장에서 실행 가능하지 않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재생에너지에 원전, 수소 등 무탄소 에너지도 에너지원으로 쓰자는 CF100이 제시됐다.

지난 2021년 유엔과 구글이 주도해 시작된 CF100은 RE100이 기업들에 비용 측면에서 큰 부담이 된다는 지적에 따라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을 재생에너지와 원전, 수소 등 무탄소 에너지로 전환하자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정부는 최근 CF100을 국내에 도입하기로 하고 기업들의 자발적 적용 유도 등 홍보에 나섰다.

기업들도 CF100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편이다. 조사 기업의 69.6%는 필요하다고 답했는데,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고려 시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충분하고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어렵다'(31.4%), '국내 재생에너지 조달여건(물량, 비용 등)이 불리해 RE100 달성이 현실적으로 어렵다'(29.8%) 등의 의견이 있었다.

기업들은 친환경 사업 구조 구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해하고 있지만 현실에 적용할 경우 무리가 따른다는 입장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CF100은 RE100이 주장하는 재생에너지 100%라는 허무맹랑한 요구가 아니라는 점에서 제도 정착 가능성을 높이게 한다.

탄소 배출을 적게 하면서 막대한 에너지 생산이 가능한 원자력과 수소에너지로 화석에너지 전력을 대체한다면 미래에 CF100의 완전 실현이 불가능한 것 만은 아니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CF100이 RE100의 사례처럼 제도적 유인이나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기업에만 부담을 주는 방향으로 추진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사 결과에서도 CF100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정책적 지원이나 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기업들은 '세제혜택 등 재정적 인센티브 제공'(38.2%), '실시간 모니터링을 위한 계측설비 등 CF100 관련 인프라 구축'(26.5%), '무탄소에너지 전용 PPA, 인증서 등 CF100 이행을 위한 제도 마련'(20.6%) 등을 주문했다.

재계 관계자는 "RE100이 친환경 사업구조를 만들자는 선언적인 구호에 그친 전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CF100의 확산을 위한 당국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