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에 ‘방탄’을 택함으로써 비판 여론에 직면하고 있다. 부정 의혹에 ‘혁신’을 강조했던 모습과 달리 역선택을 한 탓이다. 민주당이 비판 여론을 감내하면서도 역선택한 배경에는 반발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검찰의 전방위 수사에 대한 위기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은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투표에 부쳐진 윤관석‧이성만 무소속 의원 체포동의안에 반대 표를 집단 투하했다. 재석의원 293명의 표결에 따르면 윤 의원 체포동의안은 찬성 139표‧반대145표, 이 의원 체포동의안은 찬성 132표‧반대 155표로 찬성이 과반을 넘지 못해 부결됐다.
국민의힘(113명)과 정의당(6명)이 투표에 임하기 전 가결을 당론으로 정한 만큼 사실상 167석을 가진 민주당 주도로 부결이 이뤄진 셈이다. 두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직후 정치권에서는 즉각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21대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사례가 모두 민주당과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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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12일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무소속 윤관석, 이성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 요청에 대하여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노웅래 의원, 이재명 대표에 이어 윤관석, 이성만 의원까지 4연속 '더불어방탄당' 인증마크를 획득한 것”이라며 “이것이 혁신을 외치는 민주당의 현주소”라고 질타했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민주당은 돈 봉투 비리 정치에 제 식구 감싸기 방탄정치까지 더했다”라며 “구태정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국민 앞에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더했다.
민주당이 앞서 방탄 후폭풍을 학습했음에도 또 방탄을 택한 것에는 후폭풍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회복됐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리얼미터가 12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0.5%p 상승한 44.2%, 국민의힘은 2.6%p 하락한 36.8%로 확인된다. 민주당은 돈 봉투 살포 의혹, 김남국 의원 가상자산 투기 논란, 이래경 사태까지 겪었음에도 지지율에서 우세함을 나타냈다. 따라서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와 검찰 탄압 프레임 강화로 방탄 리스크도 극복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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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6월 2주차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것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밖에서 국민의힘을 앞지르고 있다./사진=리얼미터 캡처 |
아울러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20여 명’ 발언도 부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한 장관은 전날 체포동의안 요청 이유를 설명하며 “표결하실 범죄 사실의 핵심은 민주당 당 대표 선거에서 송영길 후보 지지 대가로 민주당 국회의원 약 20명에게 돈 봉투를 돌렸다는 것”이라며 “돈 봉투를 돌린 혐의를 받는 사람들의 체포 여부를 돈 봉투 받은 혐의를 받는 사람들이 결정하는 것은 공정하지도 공정해 보이지도 않는다”고 민주당 의원들을 자극했다. 부결을 유도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로 해석된다.
이에 박성준 민주당 의원은 1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한 장관은 정부의 대표”라며 “그러면 국회를 대표하는 의원들에게도 예의가 있어야 되는 건데 그냥 다 범죄 집단화해서 발언하는 모습이 너무 도를 넘어선 것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라고 비판했다. 한 장관이 민주당 의원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한 탓에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는 한동훈 책임론을 뒷받침한 것이다.
더불어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에 대한 위기감도 방탄대오 구축 이유로 분석된다. 시사저널이 지난 5월 ‘이정근 노트’에 대해 보도한 것에 따르면 민주당 내 상당수 의원들이 돈 봉투 사건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다. 민주당은 해당 보도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해명했으나 최근 검찰이 수사 범위를 확대함에 따라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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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오전 검찰관계자들이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사건과 관련 압수수색을 위해 국회 의원회관 내 윤관석 의원실로 진입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
이원욱 의원은 이날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체포동의안 부결에 대해 “민주당 의원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 그리고 무차별적 무리한 구속 수사 아니냐라고 이야기들이 지금 많이 나오고 있다”라며 “검찰의 무리하고 불공정한 수사에 대한 방어권이 작용한 거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검찰이 의혹을 근거로도 민주당 의원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불특정 다수에게 위기감을 고조하고 있어 방어권 확보를 위해 부결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한편 민주당이 체포동의안 부결을 주도한 것에 대해서는 ‘악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방탄 프레임이 고착화돼 혁신에 대한 기대감이 저해될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또 부정 의혹을 받는 의원들의 구속영장이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거치지 않고 기각됨으로써 오히려 검찰이 부담 없이 수사할 수 있도록 동력을 확보해 주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6월 5일부터 9일까지 공휴일을 제외한 나흘 간 조사했다. 조사 대상은 전국 성인 남녀 2004명(무선97%·유선3%)이며 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에서 ±2.2%p다. 더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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