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철강사·글로벌 기업 포스코, 상징성 따른 파급력 클듯
2차례 무산에도 삼세번 만에 탈퇴…세간의 시선 반영된 결과
[미디어펜=김태우 기자]국내 최대 철강업체 포스코의 복수노조 중 하나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포항지부 포스코지회가 민노총에서 탈퇴했다. 

지난 2018년 민주노총에 가입한 지 5년여 만으로 삼세번 시도 끝에 만들어낸 결실이다. 앞으로 포항지부 포스코지회는 기업노조 형태의 '포스코자주노조'로 전환한다. 포스코의 민주노총 탈퇴는 국내 철강업계 1위이자 글로벌기업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산업계에도 파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세번 시도 끝에 탈퇴 성공…민노총에 향한 시선 반증

14일 포스코에 따르면 포스코자주노조는 지난 13일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서 노조설립 신고증을 받아 새롭게 출발했다. 

   
▲ 포스코센터빌딩. /사진=포스코 제공


이에 따라 포스코에는 금속노조를 탈퇴해 기업노조로 전환한 포스코자주노동조합,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소속 포스코노조, 금속노조 소속 광양지부 포스코지회 등 3개 노조가 활동하게 됐다.

포스코자주노조는 특정 집단을 위한 하부 조직형태가 아니라 노동자를 위한 조직으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포스코지회는 그동안 민노총 금속노조가 조합비만 받아가면서 비정규직 노조나 복수노조처럼 어렵게 노조 활동 하는 사람에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고 비판하면서 민노총 탈퇴를 시도해왔다. 

지난해에는 70% 가까운 조합원 찬성으로 두 차례 탈퇴를 의결했지만, 민노총이 '반조직 행위'와 '절차 미비'를 이유로 탈퇴를 추진한 노조 간부를 제명하며 탈퇴가 무산됐다. 

하지만 고용부가 지난 2월부터 산별노조의 집단탈퇴 금지규약에 대해 '과도한 규정'이라며 시정명령을 내리고, 지난달 법원이 "금속노조가 탈퇴를 주도한 노조의 집행부를 제명한 징계는 재량권 남용"이라고 판단하며 노조 집행부 제명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을 받아 들여지면서 민노총 탈퇴가 다시 추진됐고, 최종 탈퇴가 결정됐다.

한국노총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를 전면 중단한 상황에서 정부가 MZ노조나 비정규직 노조 참여를 고려 중인 가운데 철강 1위 기업 노조의 민노총 탈퇴라는 점에서 앞으로 다른 업종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앞서 지난해 포스코지회의 금속노조 조직 기득권 유지를 위해 포스코 노조를 이용하며, 정작 직원들의 권익향상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이런 포스코지회의 움직임이 민노총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지는 않다. 인원수 역시 지난해 기준 200여 명 수준으로 타 기업들에 비해 적은 편에 속해 큰 영향이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하지만 그간 곱지 않았던 세간의 시선을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포스코노조는 지난 1988년 결성됐다. 하지만 3년 뒤인 1991년 노조 간부의 비리로 와해됐다가 2018년 복수노조로 다시 출범했다.

현재 포스코에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포스코 노조와 민주노총 포스코지회가 활동하고 있다. 한국노총 포스코 노조는 대표 노조로 단체 교섭권을 갖는다. 조합원 수는 6000명 정도로 알려졌다. 당초 3300여 명으로 출범한 민노총 포스코지회는 포항과 광양지부를 합해 500여 명 정도가 될 만큼 조합원이 줄었다.


◇산업계 시사점은

국내 최대 철강기업인 포스코라는 상징성이 큰 만큼 포스코지회의 탈퇴 시도에 민노총이 제명 카드까지 꺼내며 강경 대응한 것은 세력 약화에 대한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다. 

   
▲ 포스코 직원들이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 복구 작업을 펼치는 모습./사진=포스코 제공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도 산업발전을 저해하는 요인 중의 하나로 강성기저의 민노총이 한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꼽힌다. 대화와 소통보다 권력 행사를 통한 의견관찰이 최우선 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은 외국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지역 중 하나로 꼽히고 있고, 글로벌 기업들의 코리아 엑소더스 현상의 주된 요인 중 하나로 꼽혀왔다. 

이런 이유로 국내 완성차 업체들 중 KG모빌리티(옛 쌍용자동차)와 르노코리아자동차 등은 기업노조로 활동하고 있다. 

KG모빌리티는 대표적인 무분규 임단협타결이 이어지고 있는 회사다. 회사 사정상의 이유도 있지만 직원들과 회사 간의 노사화합이 이뤄질 수 있도록 자체적인 조율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KG모빌리티는 지난 2020년까지 11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이라는 기념비적인 기록을 세운 바 있다. 현재 KG모빌리티는 임단협 주기를 3년으로 정하고 노사 간의 화합된 모습으로 경영정상화에 힘쓰고 있다. 

이에 포스코지회의 결정 역시 같은 맥락에서 산업계에 던지는 시사점이 클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과거 노동자들의 인권을 위해 싸워왔던 노동조합이 현재는 기득권의 권력행사 수단으로 활용되며, 국민여론 역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파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갖게 됐다. 파업과 생산중단으로 인한 피해가 소비자 뿐 아니라 하청업체의 숨통을 죄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기 때문이다. 이에 당장 금속노조의 활동자체에 문제가 될 일은 없겠지만 이번 사안을 통해 잔잔한 울림이 될 것이라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가 국내 최대 철강 업체이자 글로벌 기업이라는 상징성을 감안할 때 포스코지회의 탈퇴는 민노총 금속노조 전체에 타격이 생각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노조 설립의 근본을 망각한다면 포스코지회 탈퇴에 따른 후폭풍은 주요 철강사를 넘어 산업계 전체로 번질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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