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문제 많은데 아직 정신 못 차려"…전수조사 받겠다던 선관위, 권익위 조사 거부
선관위, 권한쟁의심판 청구 및 시간끌기 '작전'…감사원, 자료제출 '거부 대비' 조사계획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부정 채용에 관련된 문제가 많은데 선관위가 아직까지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지난 13일 주호영 전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단을 초청해 그간의 노고를 격려하는 오찬을 가진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행태에 대해 언급한 발언이다.

일명 고용세습으로도 읽히는 '자녀 특혜 채용'의 중심에 서 있는 중앙선관위의 행태는 가관이다.

당초 국민권익위원회의 전수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던 선관위는 감사원 감사를 부분 수용하겠다고 나선 후 태도를 바꾸면서, 권익위와도 충돌하고 나섰다.

14일 권익위는 중앙선관위 및 17개 지역 선관위에 대한 현장조사에 착수했으나, 선관위가 권익위 조사를 거부한 것이다.

권익위는 이날 33명 규모의 전수조사단을 구성하고 첫 현장조사에 들어갔지만, 선관위 건물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빈손으로 돌아왔다. 선관위는 권익위가 요구한 자료도 일부만 제출했을 정도다.

   
▲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9일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회의를 마친 후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3.6.9. /사진=연합뉴스


더욱이 선관위는 감사원의 감사를 부분 수용하겠다면서도 헌법재판소에 감사원 감사 범위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불복 의사를 드러냈다.

선관위는 감사원 감사에 대해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해 끝까지 다투겠다고 밝혔고, 앞서 협조하겠다던 권익위의 조사를 이날 거부하면서 사실상 시간끌기 작전에 들어간 모양새다.

헌재가 권한쟁의 심판 청구에 대해 결론을 낼 때까지 어떻게든 현 상황을 끌어보겠다는 의도로도 읽힌다.

선관위가 향후 감사원 감사에는 제대로 응할지 벌써부터 우려가 나온다.

선관위 내부에서는 부패방지및국민권익위원회의설치와운영에관한법률 제29조(권익위는 감사원 감사가 착수된 사항에 대해서는 공공기관에 대한 자료 제출 요구 및 실태조사를 하여서는 아니된다)에 따라 권익위에 조사 권한이 없다는 의견까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은 이번 주 선관위에 대한 실지 조사에 돌입한다. 감사원은 권익위와 마찬가지로 선관위가 자료 제출을 거부할 경우를 대비해 세부적인 조사계획을 짜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감사원은 선관위에 직원 및 직원 배우자 명단과 주민등록번호 등을 요청했고, 선관위는 관련 자료를 제출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은 지역 선관위를 일일이 방문해 현장 조사를 가질 계획이다.

선관위 감사와 별개로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경찰청은 참고인 소환 수사를 이어 갈 전망이다. 새로운 증거가 나오는 것에 따라 선관위 수사 폭은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선관위 간부의 자녀 특혜 채용 사건과 관련해 국가수사본부가 선관위 총 14명을 수사 대상자로 입건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으로가 관건이다. 선관위가 조사 및 감사에 제대로 응할지,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낼지 주목된다. 감사와 별개로 검경 수사까지 본격 진행될 경우, 선관위의 이번 추문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