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 성장 돋보인 1년차…정비사업 성과·대형 공사 수주
원가율 상승에 수익성 뒷걸음질…영업익·현금흐름 저하
'현대차그룹 에너지 프로바이더' 도약 선언…신사업 박차
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라는 말이 있다. 대학교 2학년이 되면 신입생 시절보다 학문에 대한 열의가 떨어지고 성적이 부진해지는 등 방황하게 되는 현상을 뜻한다. 이는 다른 분야에도 두루 쓰인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올해 2년차를 맞은 건설사 대표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2023년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 건설사 대표들이 징크스를 딛고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진단해 본다. [편집자주]

[2년차 징크스 극복기②-현대엔지니어링]홍현성 대표, 신사업 '승부수'…수익성 개선 '관건'

[미디어펜=김준희 기자]구원투수로 등판해 첫 시즌을 무사히 넘긴 홍현성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가 2년차를 맞았다. 제구력 난조로 상반기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하반기에는 다양한 변화구를 장착해 위기를 극복할 전망이다.

지난해 3월 취임한 홍 대표는 현대엔지니어링 입사 후 오만 MGP 프로젝트 현장소장, 쿠웨이트 KLNG컨소시엄 총괄 현장소장, 플랜트수행사업부장, 플랜트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한 플랜트 전문가다. 그는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공개(IPO) 계획 철회 후 가라앉은 회사 분위기를 끌어올려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홍 대표는 지난해 금리 인상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 등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 리모델링 등 정비사업 수주를 강화하며 외형을 성장시키는 한편, 올해는 원자력·수소·전기차 등 다양한 분야 신사업을 공략하며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힘쓰고 있다.

   
▲ 홍현성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약력 : 1964년생. 중앙대 토목공학 학사. 2006년 현대엔지니어링 입사. 오만 MGP 프로젝트 현장소장(상무). 쿠웨이트 KLNG컨소시엄 총괄 현장소장(상무). 플랜트사업본부장(전무). 2022년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현)./사진=현대엔지니어링


◆'밸류업 포인트 찾기' 과제…외형 성장 돋보인 취임 첫 해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1월 공들여 준비해왔던 IPO 계획을 철회했다. 당시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등으로 인해 건설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약해진 상황에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결과가 저조했기 때문이다.

같은 해 3월 기존 김창학 대표가 물러나고 홍 대표가 새로 선임됐다. 홍 대표에게는 가라앉은 회사 분위기를 수습함과 동시에 IPO 재추진을 위한 밸류업 포인트를 찾아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취임 직후 그는 직원이 근무시간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해 사내 복지 및 임직원 간 의사소통을 강화하는 한편 원자력사업을 전담하는 '원자력사업실' 조직을 신설하는 등 신사업 추진을 본격화했다.

주택사업에서는 지난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진출했던 리모델링 분야에서 성과를 냈다. 지난해 공사비 3965억 원 규모 서울 용산구 이촌 한가람아파트, 3207억 원 규모 경기 용인시 삼성1차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등을 수주하며 누적 수주액 1조2190억 원을 달성해 진출 1년 만에 두각을 나타냈다.

분양 성과도 우수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엔지니어링 분양률은 87.4%였다. 특히 아파트 사업은 대부분 분양률 100%를 달성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사업 또한 대부분 100%의 분양률을 나타내고 있다.

실적 측면에서는 외형 성장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현대엔지니어링 매출액은 8조8125억 원으로 전년 7조3551억 원 대비 19.8% 증가했다. 목표였던 7조 원을 초과 달성했다.

신규 수주 또한 1조6000억 원 규모 현대차 북미전동화사업, 1조 원 규모 인도네시아 롯데LINE 등 대규모 사업을 따내며 9조5000억 원을 기록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착공 수주잔고는 18조2000억 원, 미착공 수주잔고는 11조5000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강점인 재무구조도 여전했다. 지난해 12월 말 연결기준 순차입금은 -1조6000억 원으로 순현금 기조를 유지했다. 부채비율은 82.4%, 차입금의존도는 0.6%로 양호한 수준이다.

   
▲ 현대엔지니어링 연도 및 분기별 실적./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매출 증대에도 수익성 '뒷걸음질'…원가 상승 '직격탄'

다만 '수익성 개선'은 홍 대표가 극복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지난해 현대엔지니어링 영업이익은 1165억 원으로 전년 3646억 원 대비 68% 수직 낙하했다. 영업이익률은 2021년 5.0%에서 1.3%로 3.7%포인트 감소했다.

김현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원자재가격 및 인건비 상승에 따른 준공원가 재산정,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물류비 상승 등으로 국내외 부문 모두 원가율이 상승하며 영업이익률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해외 프로젝트에서 원가율이 99%까지 상승하면서 수익성 변동폭도 커졌다. 김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외형 확대로 판관비율은 감소했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에 따른 원자재가, 인건비 및 물류비 상승 등으로 해외 화공 프로젝트 중심으로 원가율이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수익성이 하락하면서 영업현금흐름(OCF)도 저하됐다. 지난해 영업현금흐름은 1016억 원으로 2019~2021년 연평균 영업현금흐름 3705억 원 대비 낮은 수준을 보였다.

계약자산에 해당하는 미청구공사 규모 또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말 미청구공사 규모는 1조2000억 원으로 2020년 말 4310억 원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5070억 원 규모 인도네시아 RDMP 발릭파판, 2167억 원 규모 폴란드 폴리머리 폴리체 프로젝트 등 해외 대형사업 공정 속행 영향이다. LG 석문개발사업, 미국 현대차 전동화사업 등 신규 사업 관련 선수금이 증가하면서 계약부채도 늘었다.

   
▲ 지난해 8월 미국 녹스빌에 위치한 USNC사 핵연료공장에서 홍현성(오른쪽)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가 '고출력 다목적 모듈원전 개발' 상호협력 업무협약식에서 업무협약서에 서명하고 있다./사진=현대엔지니어링


◆'출발 주춤' 2년차…신사업 강화로 해법 찾는다

취임 2년차인 올해 출발은 주춤한 모양새다. 실적만 놓고 보면 '2년차 징크스'를 겪고 있다고 봄직하다.

올해 1분기 현대엔지니어링 매출은 2조4950억 원으로 전년 동기 1조6414억 원 대비 52%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454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 577억 원 대비 21% 감소했다. 원가율을 비롯해 판관비 등이 동반 상승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실적을 의식했는지 홍 대표도 올해 임직원 대상 신년사에서 수익성 개선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홍 대표는 "어려운 대내외 환경 속에서도 저희 회사는 최대 수주를 기록했고 매출 목표를 달성했다"며 "한편 수주·매출의 양적 성장에 비해 수익성은 악화돼 우리의 실력과 현실을 되짚어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홍 대표가 선택한 돌파구는 '신사업 강화'다. 향후 밸류업을 통한 IPO 재추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신년사에서 홍 대표는 원자력·수소·신재생 분야 에너지 사업과 전기차 충전 사업 등을 언급하며 현대차그룹의 '에너지 프로바이더'로 거듭날 것을 강조했다.

특히 전기차 충전 사업의 경우 지난 2월 본격 진출을 선언한 뒤 3월 경남 합천군, 한국교통안전공단과 잇따라 전기차 충전기 설치·운영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했다. 4월에는 현대백화점 본사 및 전국 23개 지점에 전기차 충전기 457기(급속 50기·완속 407기)를 공급하면서 상업시설에 처음으로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했다.

수소 사업의 경우 지난 4월 SK에코플랜트, 미국 USNC와 손잡고 MMR 기반 수소 생산 허브 구축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한편 한국중부발전과는 재활용 폐플라스틱 자원화를 통한 수소 생산 및 활용 연계사업, 수전해 활용 수소생산사업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심화로 인한 원자재, 외주비 상승으로 인해 전년 동기 대비해서는 영업이익이 소폭 감소했으나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 대비 상승 중으로 점진적인 영업이익 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익성 중심 선별 수주, 사업 원가 절감 등을 통해 수익성 확보 및 개선을 추진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김준희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