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피해자’ 포장…대통령 욕보이는 행태 언제까지

   
▲ 조우석 문화평론가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이하 유승민)가 끝내 물러섰다. 8일 국회법 개정안 위헌 논란으로 촉발된 자신의 거취 문제와 관련, 새누리당 의원총회 결과를 수용한 것인데 그의 퇴장은 당초의 예측대로 뒤끝이 아름답지 못했다.

사실 보름 가까이 뭉개는 척 버티던 그의 기회주의적 관망이란 속 보이는 짓에 불과하고 명분 또한 없었다. 그걸 모르는 국민은 없다. 문제는 이런 태도 유지란 유승민이란 정치인이 얼굴이 두꺼워서만은 아니고, 이 또한 이 나라의 선동언론이 부추긴 탓이라는 점이다.

즉 지난 보름 동안 이 나라 언론은 유승민이란 깜도 안 되는 ‘배신의 정치인’을 ‘의로운 소신파’내지 ‘외로운 피해자’로 포장하길 즐겼다. 저질화되고 파당화된 신문과 방송이 이제는 자명한 참과 거짓 사이를 분간치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그게 유승민을 헛바람 들게 했고, 결과적으로 이 나라의 정치 혼란으로 이어졌다.

때문에 유승민 사퇴 파동은 선동언론이 얼마나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는 암적 존재인가를 보여주는 또 한 번의 생생한 사례였다. 차제에 복기(復碁)를 해보는 것은 그 때문인데, 정말 희한한 것은 기도 안 차는 그의 사퇴 연설문이었다.

배신의 정치인 유승민이 떠드는 법 타령, 원칙 타령

“내 정치 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는 말이야말로 얼마나 가당치도 않던가? 그는 “평소 같았으면 진작 던졌을 원내대표 자리를 끝내 던지지 않았던 것은 내가 지키고 싶었던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며 그 가치를 법과 원칙, 그리고 정의라고 버젓이 덧붙였다.

배신의 정치인이 떠드는 법 타령, 원칙 타령도 선동언론이 간을 키워준 탓이다. 실은 지난 2월 초 원내대표에 선출됐던 그가 무려 보름 가까이 버티기를 했다는 것 자체가 예측 밖의 일이 아니었을까? “배신의 정치, 국민이 심판해달라”는 대통령의 발언 이후만 해도 그는 바로 하차할 것으로 관측됐다. 누구나 그렇게 봤다. 발언 다음 날 “대통령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 마음 푸시길 바란다”며 90도로 허리를 꺾었던 것도 유승민이었는데, 직후 그는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사퇴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며 버티기로 바로 전략을 바꿨다. 웬 여론조사기관이 서베이를 해봤더니 유승민은 대권 지지율이 종래 1,2%에서 1.6%로 뛰어올랐다고 전했다. 많은 언론이 그걸 무슨 신기한 뉴스인양 취급했다. 그때 그는 "이 기회가 내 정치에 올인할 최고의 기회”라고 확신했을 지도 모른다.

이 나라 선동언론이 한 무자격자를 영웅으로 띄운 것이다. 상식이지만, 문화일보, 한국경제, MBC 정도를 제외하고 조중동을 포함한 모든 신문방송과 대형포털이 힘을 합쳐 유승민을 피해자로 포장하고 있으니 이런 엉뚱하고도 황당한 상황이 연출됐던 것이다.

저들은 거꾸로 박 대통령에 대해 챙겨야 할 국정엔 뒷전인 채 분란만 키우는 사람으로 몰아세우는 기이한 보도태도를 유지했다. 그게 선동언론 특유의 반정부-반대한민국 정서의 매커니즘이 바로 투영된 탓이다.

그런 태도를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게 포털 다음카카오의 교활한 뉴스 편집이다. 지난 2일(목요일) 새벽 4시에 올라온 기사 제목이 이렇다. “청(靑), 권력투쟁에 국정 뒷전…무리한 유승민 힘 빼기”(CBS노컷뉴스). 다음카카오과 마이너 언론이 짜고 하는 선동질은 그토록 노골적이고 편파적이다. 그 아래 딸려있는 기사도 그런 식이다. “유승민, 靑-친박 십자포화에도 끄덕없는 까닭은?”

이런 분위기에서 한경오(한겨레-경향-오마이뉴스) 등 좌파언론은 온통 난리법석이다. 마이너 매체와 좌파매체가 앞장서고 포털이 증폭시키는 선동질이야 예상 못했던 것도 아닌데, 정말 기이한 건 조중동이고, 그중 조선일보의 헛발질이다. 지난 보름 이 신문은 매일 한두 개의 사설을 청와대와 대통령 때리기에 할애했다.

대통령 발언 다음 날인 6월27일 “정권의 수준 보여주는 대통령-유 원내대표 분란”으로 제목을 달아 양비론을 펼쳤다. 문제있는 새누리 지도부와 국회 독재에 대한 대통령의 정당한 발언을 이렇게 깔아뭉개도 될까?

   
▲ 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유승민 원내대표가 다른 참석자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대통령의 민주헌정 수호 임무엔 왜 모두 외면하나

그중 최악의 사설은 이 신문의 6월30일자 사설이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자신들도 참여한 경선에서 당선된 원내대표를 내치겠다고 우르르 달려든 친박계의 행태도 뒷골목 왈패들과 다를 게 없다”고 하는 조롱이그것이었다. 그러면서도 이날 사설 제목은 제법 근엄한 척 위장을 했다.

“靑-비박, ‘나라 어려운데 무슨 권력놀음이냐’는 소리 안 들리나?” 실로 놀랍게도 조선일보와 한겨레가 손을 잡고 반정부 선동질하는 것, 그게 2015년 여름 선동언론의 또 다른 진화이자 현주소다. 사정이 이러니 국민일보, 한국일보 같은 중립적 매체인 듯 보이는 신문들까지도 대통령의 심리를 ‘배신의 트라우마’로 규정하면서 딴지를 걸어댄다. 이 또한 헛소리인 게 대통령은 엄연히 행정부 수반이자 국가원수로 민주헌정을 수호하는 책무가 있다.

각종 이슈와 관련해 국민의사를 결집하고 정책화하는 과정, 이걸 하기 위한 집권여당의 리더십을 확립하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통치행위이다. 특히 대통령의 국회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야합과 탈선의 여의도 정치판 대한 포괄적 경고음이었는데, 이 나라 선동언론을 그걸 애써 외면하려 했다.

때문에 국회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자연스러웠는데도 선동언론은 마이동풍이었고, 그게 이나라를 혼돈의 늪으로 몰아갔다. 안타깝다.‘전 매체의 선동언론화’,‘언론 망국’을 필자가 기회 나는대로 경고하는 건 그 때문이다.

반복해 말하지만 이미 정치사회적 괴물로 자라난 선동언론은 사회 여론을 황폐화시키고, 국가공동체 구성원들의 시민의식을 마비시키는 최대 원인인데, 유승민 사태는 그걸 또 한 번 복습하는 계기였다. 문제는 있다. 우린 언제까지 복습만해야 할까? 왜 잘못된 판을 말끔히 정리하지 못하는가?

원고를 마칠 즈음 다음카카오 뉴스는 이런 제목의 글을 떡하니 올렸다. "'배신의 정치'를 '헌법 1조 1항'으로 돌려주다". 좌파 오마이뉴스의 기사인데 물론 유승민을 치켜 세우고 대통령을 이죽거리며 비아냥했다. 바로 이런 게 선동언론의 음험한 장난이다. /조우석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