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점 부산이전 "컨설팅 결과따라 직원 의견 적극 수렴"…총선출마설 부인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취임 1주년을 맞이했다. 강 회장은 지난 1년 간 쌍용차의 정상화, 대우조선해양 민영화 등 굵직한 구조조정 이슈를 마무리한 한편, 채권시장 안정화에 적극 기여하며 금융시장 안정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편으로 취임 당시부터 '본점 부산이전'을 이유로 임직원 및 노조와 대치를 이루며 노사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20일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강 회장은 부산이전에 대한 뜻을 굽히지 않았다. 다만 부산이전을 위한 국회 설득과 직원과의 소통을 해결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취임 1주년을 맞이해 기자간담회를 가졌다./사진=류준현 기자


"기업구조조정 차질없이 진행"

강 회장은 이날 본점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지난 1년 동안) 가장 뜻 깊은 성과를 꼽으라면 기업구조조정이다"며 "앞으로도 항공사 통합, HMM 및 KDB생명 매각 등 주요 현안기업 처리에 있어 △대주주의 책임있는 역할 △이해관계자의 고통분담 △지속가능한 경영정상화 방안 △신속한 매각이라는 구조조정의 네 가지 원칙에 입각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뚝심 있게 문제를 풀어나가겠다"고 전했다. 

강 회장은 지난해 6월 7일 취임 직후 쌍용차(현 KG모빌리티)의 새 주인으로 KG그룹을 맞이하도록 연결해 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더불어 23년 간 산은의 해묵은 숙제로 꼽혔던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민영화'도 신속하게 이뤄냈다.

다만 산은의 관리 속에서 정상화를 이루지 못한 기업들이 산적한 상황이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을 비롯해 HMM 지분매각, KDB생명 매각 등이 대표적이다.

우선 양대 국적항공사 기업결합에 대해서는 "현재 신고대상 13개국 중 10개국의 기업결합 심사가 끝났고 미국, 유럽연합(EU), 일본의 결정만 남은 상황"이라며 "이르면 올해 3분기 중 결론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심사기한이 더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대 국적항공사의 통합은 아시아나항공의 근본적인 생존과 대한민국 항공산업 재편을 위해 꼭 필요한 작업"이라며 "해외 경쟁당국 설득을 위한 대한항공의 적극적인 대응을 독려하는 한편, 정부부처의 지원을 요청하는 등 조속한 심사 완료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불발시 '플랜B'가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플랜B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현재로서는 해외 당국의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해야 할 때라는 평가다. 

특히 합병 논의가 2년여 넘게 끌어오고 있다는 점을 들며, 올해 3분기 중에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통합 불발 시 산은은 투자금 회수 차원에서 대한항공의 지주사인 한진칼의 지분을 처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산은은 대한항공에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는 조건으로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자해, 1분기 말 기준 지분 10.58%를 보유 중이다. 항공사 통합 불발로 산은이 한진칼 지분을 처분하게 될 경우, 경영권 분쟁 이슈에 또 휘말릴 수 있는 셈이다.

강 회장은 국적 원양선사 HMM의 지분매각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강 회장은 "지난 1월 HMM 지분처리에 대한 관계기관 협의를 끝내고 4월에 매각자문사를 선정해 기업실사 및 잠재매수자 물색, 최적의 거래구조 설계 등 매각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며 "조만간 컨설팅에 대한 최종결론이 확정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매각자문사에서 다수의 전략적 투자자를 대상으로 인수의향을 태핑 중"이라며 "매각작업이 차질 없이 수행되면 연내 주식매매계약(SPA) 체결도 가능하리라 예상된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진행과정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라면서도, 잠재적 지분 인수 후보군은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2010년 산은이 결성한 사모펀드가 금호생명을 인수해 운영 중인 KDB생명에 대해서는 추후 진행될 본입찰에서 매각이 성사될 것으로 내다봤다. 

강 회장은 "매각 도전만 다섯 번째이지만, 이번엔 과거 4차례의 매각 시도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다수의 원매자들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이번 본입찰에서는 매각이 성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KDB생명은 재무구조 개선 작업의 일환으로 지난 5월 75% 무상감자로 자본금을 줄이고 이월결손금을 축소했다. 또 산은이 신종자본증권 차환발행분 2160억원 전액을 매입하기도 했다. 더불어 최근 운용자산수익률이 높아지는 점도 매물로서 매력을 높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BIS비율 추락…"자체 수익성 개선, 정부와 자본확충 논의할 것"

기업구조조정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지만, 최근 산은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점은 숙제로 꼽힌다. 특히 지분 32.9%를 보유한 한국전력의 대규모 적자 누적 여파로 산은의 BIS비율이 2020년 말 15.96%에서 3년여만인 올해 1분기 말 13.11%로 약 2.85%포인트(p) 추락했다. 

강 회장은 "한전의 대규모 적자 누적으로 산은의 BIS비율은 2020년 말 15.96%에서 2023년 1분기 말 13.11%로 2.85%p 하락하는 등 뚜렷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산은은 정부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지난해 11월 이후 공기업 주식 1조원을 현물출자 받고 후순위 채권 1조 3000억원을 발행하는 등 자본확충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산은은 금감원의 BIS비율 권고치인 13%를 유지하고, 올해 자금공급 목표치인 73조 5000억원을 차질 없이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자체적인 수익성 개선, 정부·국회와 추가 출자를 위한 논의도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직원 대규모 이탈…강 "임금·조직문화 탓"

본점 부산 이전으로 노사가 여전히 불협화음을 내는 가운데, 최근 실무진 요직들은 대거 산은을 떠나고 있다. 산은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97명이 퇴사했고, 올해도 5월까지 37명이 퇴사했다. 직원들이 '본점 부산이전'이 직원들의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한 것과 달리, 강 회장은 이날 △금융공기업의 처우 △MZ세대의 조직문화 적응 등을 퇴사원인으로 꼽았다.

강 회장은 "직장인으로서 임금수준이 어느 정도인가가 중요한데 작년 데이터를 보면 산은의 평균임금이 시중은행의 평균임금보다 더 낮아졌다"며 "금융공기업이 안정성은 있지만 직장 메리트가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공기업의 조직문화가 새로운 MZ세대에 잘 부합하지 못하는 것도 이탈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며 "부산이전 논의가 조금 더 많이 영향을 준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시중은행 대비 열악한 처우와 공기업의 경직된 조직문화가 직원들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부산이전 이슈도 겹치면서 결국 산은을 떠나게 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본점 부산 이전은 정부의 확고한 뜻인 만큼, 수장으로서 노조의 뜻대로 부산이전을 철회할 수 없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강 회장은 "정부가 산은 부산 이전을 추진하고 있으므로, (산은 회장으로서) 본점 이전 추진을 가지고 직원들과 어떻게 하면 우리 은행의 재도약으로 삼을까 하는 방안으로 얘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산은은 본점 부산 이전과 관련한 컨설팅을 진행 중인데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확정되지 않은 점을 들어 공개하지 않았다. 

세간의 풍문으로 나온 강 회장의 내년도 총선 출마설에 대해서는 이날 간담회에서도 부인했다. 회장으로서 잔류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노조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작년 6월 21일, 강석훈 회장은 취임사에서 격의없는 소통과 투명하고 공정한 조직을 약속했다. 그러나 지금 어느 것 하나 이뤄지지 않고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며 "막무가내로 '이전준비단'을 구성하고, 직원들을 피해 외부 호텔에 숨어서 산업은행을 이전공공기관으로 지정 신청하는 안건을 의결해 갈등과 불신을 조장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지방이전 이슈에 유연하게 대처했던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은행의 사례를 내걸어 지방이전 철회를 촉구했다. 

노조는 "산업은행 회장은 대통령의 명을 받드는 자리이기 이전에 3500명 직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자리"라며 "기관장으로서 직원들이 왜 본점 이전을 반대하는지, 왜 1년 넘게 집회를 하는지 다시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조는 "강석훈 회장이 본점 이전이라는 전제를 내려놓고 진정한 '소통(疏通)'의 자세를 보인다면 누구보다 반갑게 맞이할 준비가 돼 있다"며 "내년 강석훈 회장 취임 2주년 행사는 축복과 화합 속에서 이뤄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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