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16~18일 개최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했으나 관영매체들은 김 위원장의 발언이나 연설 사실을 일절 보도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전원회의에서 연설하지 않은 것은 처음으로, 통일부 당국자는 20일 “김 위원장의 발언이 보도되지 않은 것만으로도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매체는 이번 회의 결과를 보도하면서 김 위원장 언급없이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을 주체로 내세웠다. 회의 안건도 여러 간부들의 이름으로 제기됐으며, 조용원 조직비서가 나서 당규율 확립을 강조했다. 특히 위성발사 실패 사실을 처음 공개하면서 “보고에서 일군들의 무책임성이 신랄하게 비판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김정은 위원장의 연설이 없고, 난관의 원인을 외부 및 하부 단위에 미루는 것으로 보아 북한에서 ‘경제발전 5개년 계획’ 이행이 부진하며, 이를 만회할 자신감도 감소되고 있는 것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도 김 위원장이 책임을 회피하고, 실무진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전원회의에서 북한은 구체적인 성과 발표없이 ‘결점·폐단’ ‘규율 미확립’ 등을 언급하며 계획이 달성되지 못한 것을 드러냈다.
앞서 북한이 위성이라고 주장하는 발사체를 발사하기에 앞서 김 위원장은 두 차례 국가우주개발국을 방문하고, 발사 기일까지 공개하면서 상반기 핵심성과로 추진했으나 발사체가 추락하면서 체면을 구긴 상황이다.
이에 대해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공개적으로 실패를 인정하고 관련 일군들의 무책임성을 신랄하게 비판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기술적 결함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실패 원인을 지금도 계속 분석 중인 것으로 보여 장시간을 필요로 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런데도 실무진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김 위원장은 책임을 회피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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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참석한 가운데 노동당 중앙위원회 8기 8차 전원회의를 16~18일 당 중앙위 본부에서 진행됐다고 노동신문이 19일 보도했다. 2023.6.19./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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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례적으로 상반기 중 두 번째로 개최된 이번 전원회의의 목적은 ‘당규율 확립 강조’와 ‘내부결속’에 있다는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수령의 권위가 약해졌고 간부 및 주민 결속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를 위해 주요정책 실무를 맡은 간부들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김 위원장은 직접 회의에 관여하지 않는 듯한 모양새가 나온 것이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상반기 중에 이례적으로 두 번째 개최된 이번 전원회의가 시급했던 것으로 보기 어려운데도 지난 2월에 이어 6월에 다시 소집된 것은 그만큼 간부들에 대한 기강을 다잡고 당규율 확립이 시급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번 회의 6가지 의정에 ‘각급 인민위원회 일군들의 역할을 결정적으로 높일데 대해’와 ‘당규율 건설을 심화시키기 위한 주요 대책에 대해’가 포함돼 있다.
차 수석연구위원은 “경제건설에 있어서 당 일군들의 사상무장을 강화하고, 과업완수를 강조하는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김정은 중심 체제 결속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북한 내부에서 기존의 상징조작들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암시한다”고 분석했다.
즉 북한 내부에서 김정은이란 최고 수령의 권위와 정통성을 재차 강조할 만한 이유가 있다는 분석으로 차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이 딸 김주애와 자주 동반하는 것도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존의 정통성 보장체계들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내부단결과 ‘김정은 중심 체제’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또한 북한의 현재 대내외 정책, 특히 핵전력 강화 정책도 바꿀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번 전원회의를 열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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