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윤석열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방문과 함께 국내 방위산업에 대규모 수주성과를 올릴 수 있을지 눈길을 끈다. 

베트남 정부는 20억 달러(약 2조6000억 원) 규모의 예산으로 향후 5∼7년 간 군 현대화를 추진 중이다. 이 시기에 한국과 베트남 양국의 경제와 안보분야 협력 강화에 나선만큼 글로벌에서 위상이 높아진 우리 방산업체들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방문에는 205명에 달하는 최대 규모의 경제사절단이 동행했다. 특히 최근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우리 방산 분야의 협력이 양국 정상 간 주요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베트남 국빈 방문에 앞서 국영 베트남뉴스통신(VNA) 서면 인터뷰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규칙 기반 질서가 확고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베트남과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자 한다"며 "한국은 베트남과 해양안보 협력을 계속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세계 시장에서 검증된 한국의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방산 분야 협력도 한층 더 확대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이번 국빈 방문을 계기로 베트남의 과학기술 연구 역량 강화를 돕기 위한 새로운 무상원조사업도 발표될 예정이다. 핵심광물 공급망, 에너지, 디지털 전환, 스마트 시티, 기후변화 대응 등 양국 간 미래 협력을 위한 중점 분야가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업계는 이번 대통령 순방이 베트남 방산업계의 시장 문을 여는 시작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베트남은 삼성, SK, 현대차, LG 등 주요 기업들과 경제협력이 확대되고 있었다. 

나아가 옛 대우그룹이 보여줬던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는 베트남 현지에 대한민국의 브랜드를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돼 왔다. 하지만 방산분야 만큼은 중국과 러시아의 무기체계를 갖추고 있어 쉽지 않은 시장으로 꼽혔다. 

다만 최근 몇 년 사이 상품성을 무기로 급격히 높아진 K-방산의 글로벌 경쟁력을 통해 베트남 시장에서의 활약도 기대해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최근 5년간 한국의 평균 무기 수출량은 74% 신장했다. 글로벌 톱10 방산수출국 내 성장률 1위를 달성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폴란드와 맺은 대규모 방산계약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되며 앞으로 수출실적에 중요한 분야가 될 전망이다. 

이런 인지도를 바탕으로 수주 실적이 쌓이면서 신규 수출국을 늘려나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이번 베트남의 국빈방문에 거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이번 경제사절단에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 등 방산업계 최고경영자(CEO)도 대거 포함된 것도 기대감을 반증하는 요인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 수출에 기대를 걸고 있다. K-9 자주포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9개국이 운용 또는 도입을 진행하는 무기체계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자료에 따르면 K-9 자주포는 2000~2017년 세계 자주포 수출시장 점유율 48%를 차지하는 1위 상품이다.

앞서 베트남은 지난 3월 방한한 판 반 쟝 국방장관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찾아 한국 육군에 실전 배치된 K-9 자주포를 직접 둘러보기도 했다.

KAI가 개발한 국산 다목적 헬기 수리온(KUH-1)은 노후 군용 헬기 교체 수요가 큰 베트남에서 큰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번 국빈방문에서 양국 간 군용 헬기 분야의 협력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아울러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등 동남아시아 경쟁 국가들이 한국산 무기 수입을 늘리면서 전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베트남 방산 수출 가능성에 긍정적인 효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과 베트남은 그동안 경제 협력을 꾸준히 이어온 신뢰가 있다"며 "이번 윤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계기로 굳게 닫혀 있던 방산 시장의 진출도 의미있는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