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라는 말이 있다. 대학교 2학년이 되면 신입생 시절보다 학문에 대한 열의가 떨어지고 성적이 부진해지는 등 방황하게 되는 현상을 뜻한다. 이는 다른 분야에도 두루 쓰인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올해 2년차를 맞은 건설사 대표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2023년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 건설사 대표들이 징크스를 딛고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진단해 본다. [편집자주]
[2년차 징크스 극복기③-한화 건설부문]'합병 미션 완수' 김승모 대표, 친환경 디벨로퍼 2막 연다
[미디어펜=김준희 기자]“늘 새로워져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담대한 도전과 혁신을 이어나가겠습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바탕으로 ‘그린 인프라 디벨로퍼’를 향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겠습니다.”
지난해 11월 한화건설 흡수합병 당시 김승모 대표이사의 일성이다. 부임 첫 해 주어진 미션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김 대표는 2년차 징크스를 딛고 친환경 디벨로퍼로서 한화 건설부문의 제2막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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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모 한화 건설부문 대표이사 약력 : 1967년생. 성균관대 산업공학 학사. 1991년 한화/화약 입사. 2007년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운영팀. 2011년 큐셀코리아 국내사업부장/운영총괄임원. 2015년 큐셀코리아 대표이사. 2015년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전략팀장. 2020년 한화방산 대표이사. 2022년 9월 한화건설 대표이사. 2022년 11월 한화 건설부문 대표이사(현)./사진=한화 건설부문 |
◆'조직 안정화 이끌 적임자' 김승모호 출범, 돋보인 결단력·살림꾼 면모
지난해 9월 한화건설 대표이사로 선임된 김 대표는 한화 기획 담당, 한화큐셀코리아 및 한화·방산 부문 대표 등을 역임한 방산 및 제조 분야 전략통이다.
한화그룹은 김 대표가 건설업 경험이 전무했음에도 불구하고, 합병 예정인 한화건설의 조직 안정화를 이끌 적임자로 평가했다.
또 김 대표의 제조와 에너지 분야 경험이 한화건설의 중장기 전략 사업 고도화, 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사업, 국내외 주요 개발사업 추진 등 미래 경쟁력 확보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화건설은 김 대표 부임 2개월 뒤인 지난해 11월 ㈜한화에 합병되며 ‘한화 건설부문’으로 새 출발을 알렸다.
합병 당시 건설업황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유동성 문제 등으로 인해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화건설의 합병은 재무안정성 및 신용도 상승을 통해 사업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 내부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성공적인 합병을 주도해야 했던 김 대표에게 난관이 찾아왔다. 한화건설이 수주해 추진 중이었던 이라크 비스마야 프로젝트의 발주처인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NIC)가 ㈜한화와 합병 절차 동의 요청에 부동의 의사를 밝힌 것이다.
김 대표는 과감하게 결단을 내렸다. 지난해 10월 이라크에서 진행 중인 비스마야 신도시 및 사회기반시설 공사와 관련해 기성금 지연지급 및 미지급 등을 이유로 NIC 측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이라크 비스마야 프로젝트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현지를 직접 방문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보였던 사업이다. 그러나 코로나19 등 영향으로 2020년 이후 공정이 거의 진행되지 않는 등 불확실성도 큰 사업이었다.
이라크 비스마야 프로젝트 철수를 통해 한화 건설부문은 합병 이후 경영 부담을 낮출 수 있게 됐다. 한편으로는 그룹 차원의 높은 관심도를 비롯해 수주잔고 측면에서도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최근 사업 재개를 위한 협상도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 측면에서는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대표 부임 이후 실질적인 경영실적으로 볼 수 있는 지난해 4분기의 경우 별도기준 건설부문 매출액은 8350억 원을 기록했다. 업황 악화에도 전년 동기(8361억 원)와 비슷한 수치를 나타냈다.
수주잔고 측면에선 신규 수주가 2021년 6조8000억 원에서 지난해 4조6000억 원으로 다소 줄었으나 전체 수주잔고는 16조2000억 원으로 전년(15조6000억 원) 대비 소폭 늘었다.
㈜한화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물가 상승 및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됨에 따라 공격적인 수주활동을 통한 외형확장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무거운 과제를 안고 부임했던 김 대표는 가장 큰 과제였던 ‘합병작업 완수’를 큰 문제없이 수행하는 한편, 재무 및 실적 측면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면서 성공적인 1년차를 보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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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그룹 2023년 1분기 별도기준 실적./사진=한화그룹 IR자료 갈무리 |
◆실적 성장세 유지·안전관리 강조…'그린 디벨로퍼' 체질 개선 집중
2년차를 맞는 올해도 초반 분위기는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 1분기 별도기준 한화 건설부문 매출액은 1조306억 원으로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8350억 원) 대비 23.4% 증가했다. ㈜한화 전체 매출의 65.2%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한화 관계자는 “건설부문의 경우 대형 프로젝트 등 진행이 본격화되면서 견조한 실적을 이어갔다”며 “1분기 건설부문 수주는 4000억 원으로 주택 비중이 26%에 해당하며 준공후 미분양 또한 전무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올해 부임 2년차를 맞아 현장 안전관리 강화에 더욱 집중하는 한편, 취임 당시 강조했던 ‘그린 인프라 디벨로퍼’로서 도약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 건설부문은 올해 초 스마트 안전기술을 활용한 고위험 통합관제시스템 ‘H-HIMS'를 구축했다. 이는 전국 건설현장에서 위험도가 높은 작업을 실시할 때 현장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본사 모니터링 시스템과 연동해 이중으로 안전관리를 실시하는 시스템이다.
또 올 여름 폭염을 대비해 국내 전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안전보건관리 점검에 나섰다. 지난 1일부터 오는 9월 15일까지를 ‘폭염재난예방 혹서기 특별관리기간’으로 지정하고 폭염에 노출되는 근로자의 건강보호 및 온열질환을 예방할 계획이다.
김 대표 부임 당시 기대됐던 친환경사업 분야에서 시너지 창출도 부문 간 협업 활성화를 통해 가속화될 전망이다.
한화 건설부문은 지난 3월 총 사업비 7214억 원 규모 ‘대전 하수처리장 시설현대화 민간투자사업’을 위해 1조2400억 원 규모 PF 약정을 체결했다. 국내 최초로 노후화된 대규모 하수처리장을 이전·현대화하는 이 사업은 역대 최대 규모 환경분야 민자사업이다.
한화 건설부문은 지난 2019년 수주한 2122억 원 규모 천안 하수처리장 시설현대화 사업을 비롯해 지난해 12월 2112억 원 규모 평택시 통복공공하수처리시설 현대화사업도 수주한 바 있다. 향후 수처리사업 제안부터 시공, 운영까지 전 분야를 아우르며 다양한 신규 사업을 추진해나간다는 계획이다.
해상풍력 분야에서도 지난해 11월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기업인 에퀴노르와 국내 해상풍력 공동개발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한편 지난 4월에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개발 중인 폐플라스틱 수소 전환 기술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받는 등 사업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김 대표는 “㈜한화와 한화건설의 합병으로 재탄생한 한화 건설부문은 더욱 높아진 재무안정성을 바탕으로 글로벌부문, 모멘텀부문과 함께 시너지를 창출하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뤄나가고 있다”며 “대규모 복합개발사업과 육해상 풍력발전사업, 수처리 환경사업 등 핵심 분야에서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해 업계를 선도하는 ‘그린 인프라 디벨로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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