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산업, 지점·법인 설립 요청…특이사항 없어 회의론도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주 베트남 국빈 방문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서 양국 관계를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합의의 일환으로 국내 금융권의 베트남 현지 진출 인가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은행권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베트남 현지 법인·지점 인가 문제가 추후 통과될 지 주목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양국은 이번 만남으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이행을 위한 행동계획'을 채택했다. 계획에는 '한국 금융기관 베트남 진출 인가요청 호의적 검토'가 담겨 있는데, 은행들의 현지법인 또는 지점 인가요청 관련 내용이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적으로 거론되는 곳은 IBK기업은행과 KDB산업은행이다.

   
▲ 한국과 베트남이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이행을 위한 행동계획'을 채택했다. 계획에는 '한국 금융기관 베트남 진출 인가요청 호의적 검토'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베트남 현지시간으로 지난 23일 하노이 주석궁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보 반 트엉 베트남 국가주석이 한·베트남 정상회담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제공


현지 매체 더인베스터에 따르면 이번 국빈 방문에서 김성태 기업은행장과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23일 레민카이 베트남 경제부총리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레민카이 총리는 베트남 중소기업의 대출창구로서 기업은행의 역할과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공급 등을 호평했다. 

기은은 지난 2017년 베트남 지점을 '현지법인'으로 전환하는 인가를 베트남중앙은행에 신청하고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기은은 하노이와 호찌민에 지점을 1개씩 운영하고 있다. 

김 행장은 부총리와의 만남에서 "기은은 베트남에 자회사를 설립하기 위한 과정으로 하노이와 호찌민에 지점을 운영 중이다"며 "자회사를 설립해 베트남에서 한국 기업과 베트남 중소기업에 좀 더 자금을 공급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기은 관계자는 "예전부터 법인 설립을 위해 계속 조율했는데, 현지 정책기조의 지속성과 분위기 등을 고려하면서 진출이 늦어졌다"며 "법인 설립이 언제 성사될 지 모르지만 이번 만남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해외에 진출하는 은행은 사무소·지점·법인 등에 따라 다룰 수 있는 업무 범위도 달라진다. 법인은 당국의 라이선스 확보를 통해 현지 자국민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여수신 업무를 제공하는 동시에 기업금융, 신용카드 사업도 펼칠 수 있다.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 및 교민 등을 대상으로 하는 단순 금융업무보다 훨씬 광범위한 은행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셈이다.

베트남 현지에 사무소를 갖춘 산은도 지난 2019년 하노이 지점 설립 인가를 신청해 현지 당국과 조율 중이다. 강 회장은 부총리와의 만남에서 산은이 첨단기술개발, 디지털전환, 녹색에너지 등으로 베트남을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추후 현지 은행 지점 설립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레민카이 총리는 베트남에 100% 외국계 자본 은행 9개와 외국계은행 지점 50개가 운영 중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외국계 금융기관이 현지 부실은행의 시스템을 재건해줄 것을 요청하고 나섰다. 부실은행 재건에 앞장서는 기관에게 인가 우선권을 부여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부실채권 처리와 연계한 신용기관 시스템 구조조정안의 전반적 내용을 고려해 결정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베트남에는 지난 2009년 법인을 설립한 신한은행을 필두로 우리은행이 2017년 법인을 설립하며 덩치를 키우고 있다. 하나은행은 2015년 호찌민에 지점을 내며 순항 중이다. 해외 사업에 뒤늦게 합류한 농협은행도 지난 2019년 추가 지점 설립 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농협은행은 하노이에 지점 1개, 호찌민에 사무소 1개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이번 회의가 양국 간 소통의 일환으로 마련된 데 그쳤다는 점에서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은행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은행은 공공재라고 했듯 금융산업은 규제산업이라 외국계은행이 해외 현지에 은행을 설립하는 게 쉽지 않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베트남의 경우 지점 인가 신청이 수년 째 밀리다 보니 이번 회의를 통해 (지점·법인 인가를) 잘 고려해보겠다는 차원인 것 같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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