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구본무 선대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지난 2018년 40세의 나이에 그룹 경영을 맡게 된 구광모 회장의 지난 5년은 ‘선택과 집중’으로 요약된다. 안 되는 사업은 접고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 사업에는 과감한 투자를 감행한 구 회장의 전략은 그야말로 적중했다. 취임 5년을 맞은 현재, 그룹 시가총액은 3배로 늘었고 안정적인 사업포트폴리오를 일궈냈다. 미디어펜은 구 회장의 지난 5년을 돌아보고 그의 미래 전략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구광모 회장은 지난달 31일 열린사장단협의회에서 “지금 씨를 뿌리지 않으면 3년, 5년 후를 기대할 수 없다”는 구본무 선대회장의 말을 인용해 “일희일비하지 말고 고객을 향한 변화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며 근본적인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 5년 간 ‘선택과 집중’을 통해 LG를 이끌어 온 구 회장의 철학이기도 하다.
구 회장의 지난 5년의 결실은 수치를 통해 증명된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그룹 시가총액 규모는 구 회장 취임일인 2018년 6월 29일 기준 88조1000억 원(우선주·LX그룹 제외)에서 지난 12일 257조5000억 원으로 약 3배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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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에서 미래형 커넥티드카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LG그룹 제공 |
총자산과 매출 역시 취임일 대비 지난해 말 기준 각각 116조4200억 원에서 171조2436억 원으로, 118조5687억 원에서 140조5288억 원으로 증가했다.
이는 장자승계원칙과 계열 분리 가풍에 따라 LG상사, LG하우시스 실리콘웍스 등이 LX그룹으로 분리되고, LG그룹 자회사는 14곳에서 9곳으로 감소한 상황에서의 성과여서 더욱 의미가 깊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 되는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 사업에 투자를 감행한 결과다.
실제로 구 회장은 지난 2019년 LG디스플레이의 조명용 OLED와 LG유플러스의 전자결제 사업을 접었다. 또 2020년에는 LG화학 편광판 사업을 정리, 매각했다. 2021년에는 LG전자가 1995년 LG정보통신으로 시작한 휴대폰 사업(MC사업본부)을 철수시켰다.
당시 업계에서는 사업 정리 소식이 들릴 때마다 ‘인화경영’을 통해 성과가 나지 않아도 기다려주던 LG의 문화를 구 회장이 바꿔놓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성과가 날 때까지 기다려주는 LG의 문화가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우려를 단숨에 불식시킨 것이다.
반면 성장 가능성이 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배터리, 자동차 전장 등 성장 사업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아픈 손가락’으로 불리던 전장 사업은 지난해 2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 이후 TV와 가전제품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실적을 견인하며 회사 주력 사업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LG전자 총매출 중 전장의 비중이 10%를 넘어서며 주력산업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또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OLED TV 사업 역시 TV에 대한 수요가 주춤한 상황에서 프리미엄 TV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
배터리 사업도 승승장구 중이다. 지난 2020년 12월 LG화학에서 독립한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1등 기업으로 자리매김 했다. 지난 23일 기준 시총은 131조5080억 원으로, 삼성전자에 이어 코스피 2위를 기록했다.
향후에도 구 회장은 인공지능(A), 바이오(B), 클린테크(C) 등 ABC 전략을 통해 ‘근본적인 경쟁력’을 높이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그는 사장단회의에서 “예상보다 경기 회복이 지연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미래를 위한 씨를 뿌려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프랑스 파리에서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지원과 베트남에서 경제사절단 활동을 마치고 지난 24일 귀국한 구 회장은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조용하게 취임 5주년을 지낼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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