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구본무 선대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지난 2018년 40세의 나이에 그룹 경영을 맡게 된 구광모 회장의 지난 5년은 ‘선택과 집중’으로 요약된다. 안 되는 사업은 접고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 사업에는 과감한 투자를 감행한 구 회장의 전략은 그야말로 적중했다. 취임 5년을 맞은 현재, 그룹 시가총액은 3배로 늘었고 안정적인 사업포트폴리오를 일궈냈다. 미디어펜은 구 회장의 지난 5년을 돌아보고 그의 미래 전략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구광모 LG그룹 회장의 미래 전략은 ‘고객 가치’와 ‘A‧B‧C(AI‧바이오‧클린테크)’라는 큰 틀로 나뉜다. 미래 산업을 성장시켜 경쟁력을 다지는 한편, 소비자 니즈에 최적화된 제품을 우선시해 고객가치 혁신에 앞장서겠다는 목표다.
실제로 구 회장은 2018년 취임 이후 중요 행사 자리마다 ‘고객 가치’를 경영 화두로 제시해오고 있다. 구 회장은 2019년 첫 신년사를 통해 LG가 나아갈 방향으로 ‘고객’을 강조했고, 2020년에는 “고객 페인 포인트(고객이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에 집중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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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이 지난해 6월 27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제일교회에서 열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녀 진희 씨의 결혼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또 2021년에는 “고객을 더 깊이 이해하고 공감할 것”을 강조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고객 가치’의 중요성은 빠지지 않았다.
이 같은 구 회장의 철학은 조직 개편으로도 이어졌다. LG그룹 전자계열 3사가 CX 조직을 신설·개편해 사업 역량을 확대한 것이다.
구 회장이 끊임없이 강조하는 ‘고객 가치’는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 시절부터 전해져온 LG의 경영 철학이기도 하다.
1947년 락희화학공업사(LG화학 전신)를 설립해 최초의 국산 화장품 럭키크림을 생산한 구인회 창업주는 “생산업자가 국민의 생활용품을 차질 없게 만들어내는 일도 애국하는 길이고 전쟁을 이기는 데 도움이 되는 길”이라는 ‘고객 가치’의 일념으로 기업의 토대를 닦았다.
이후 바톤을 이어 받은 구자경 회장 역시 “생산 기업을 시작하면서 항상 마음에 품어온 생각은 우리 국민 생활을 윤택하게 할 수 있는 제품을 우리 손으로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며 ‘고객 가치’에 초점을 두고 경영에 임했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상할 땐 과감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구 회장의 강점이다. 구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배터리와 전장은 LG의 성장 동력이 됐고, 최근에는 ‘A‧B‧C(AI‧바이오‧클린테크)’ 투자에 힘쓰며 또 다른 내일을 준비 중이다.
특히 ‘ABC’ 분야 등 미래시장 창출을 위해 5년간 54조 원의 국내 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또 직접 LG AI연구원, 충복 오송 LG화학 생명과학본부, 서울 마곡 LG화학R&D 연구소 등을 찾아 임직원들을 만나는 등 ‘ABC’ 분야의 현장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LG그룹이 지난 2020년 각 계열사에 흩어져 있던 AI 개발 역량을 한 곳에 모아 그룹 차원의 AI 연구 허브로 ‘LG AI연구원’을 설립한 점도 AI에 대한 구 회장의 집념을 보여주는 결과다.
LG AI연구원은 설립 1년 만인 2021년 초거대 AI '엑사원'을 공개했고, 지난해에는 ‘AI 경량화·최적화’ 신기술을 적용한 언어모델을 선보였다.
바이오 분야는 LG화학을 중심으로 성장을 꾀하고 있다. 앞서 구 회장은 최근 충북 청주시 소재의 LG화학 공장을 찾아 양극재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배터리 소재 글로벌 공급망과 생산 전략 등을 점검한 바 있다.
1981년부터 바이오 산업에 진출해 다양한 신약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온 LG화학은 향후 항암과 당뇨, 대사 영역의 신약을 중심으로 글로벌 제약사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 미국 제약사 ‘아베오 파마슈티컬스’를 5억6600만 달러(약 7300억 원)에 인수했다.
‘클린테크’ 분야에선 바이오 소재, 폐배터리·폐플라스틱 재활용, 탄소 저감 기술 등 친환경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클린테크’는 탈탄소와 순환경제 체계 구축과 같이 친환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기술을 의미한다.
업계에서는 지난 5년 동안 ‘인화 경영’이 아닌 ‘선택과 집중’을 통해 과감한 경영 활동을 펼쳐온 구광모 회장의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향후에도 앞에 나서기 보단 조용한 행보를 지속해나가겠지만, 지난 5년 동안 ‘선택과 집중’이라는 과감한 행보를 통해 사업을 안정적으로 일궈나간 만큼, 구 회장의 색깔이 강화된 LG의 포트폴리오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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