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인제스피디움 서킷도 가뿐, 극한의 서포터 기능

[미디어펜=김태우기자]국사무쌍은 보통 나라에서 둘도 없을 뛰어난 인물을 말할 때 쓰는 말이다. 원조는 한신으로, 사기 회흠후열전에서 나오는 말이다.

   
▲ 국사무쌍 어원의 주인공 한신/온라인포털사이트 캡처
이야기를 보면 유방이 항우에게 밀려 남정으로 떠나게 되자 많은 장수들이 실망하고 도망을 쳤다. 이때 한신마저 떠났다는 소식을 들은 소하는 뒤 돌아 보지 않고 한신을 붙잡기 위해 쫓아간다. 이에 믿었던 오른팔 소하마저 떠났다고 오해한 유방은 망연자실해 했다.

이틀 뒤 소하가 돌아와 자초지정을 듣고서야 정신을 차린 유방은 “많은 장수가 도망을 가도 뒤쫓지 않았는데 하필이면 한신을 데려왔느냐”고 묻는다.

유방의 물음에 소하는 한신을 천거하며 “지여신자 국사무쌍(至如信者 國士無雙, 한신만은 국사로서 둘도 없는 사람입니다)”이라고 답했다. 결국 유방은 소하의 말대로 한신을 대장군에 등용했고 그때부터 한신은 유방이 천하통일로 가도록 길을 닦았다.

대한민국 SUV의 명가 쌍용자동차는 지난 몇 년간 평지풍파를 겪으며 수만은 고난과 역경을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 쌍용차의 침묵을 묵묵히 지켜봐주는 고객들과 임직원들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쌍용차의 저력이 다했다는 실망감에 등을 돌렸다.

올 초 그간의 침묵을 깨고 쌍용차가  야심차게 준비한 새로운 세그먼트의 신차 티볼리를 발표하며 수많은 관심을 모았다. 이런 관심은 판매로 이어지며 현재 놀라운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런 쌍용차의 야심작 티볼리가 한층 업그레이된 성능의 디젤 심장으로 새롭게 모습을 드러내며 SUV명가 쌍용차가 SUV 천하통일로 가도록 노력중이다.

지난 6일 강원도 기린면 인제스피디움 서킷에서 열린 쌍용차의 티볼리 디젤 모델 신차발표와 함께 진행된 미디어시승행사에서 용감무쌍한 그녀석과 만나봤다. 이날 행사의 첫 이미지는 물음표였다.

스포츠카였다면 당연할 일이겠지만 세단도 아닌 SUV의 시승코스로 강원도 산기슭의 지형을 이용한 극심한 표고차와 험난하기로 유명한 인스피디움의 서킷이었기 때문이다.

인제스피디움의 서킷은 산악지형을 최대한 활용한 길이 3.908Km, 폭 13~15m 서킷에는 20개의 다양한 코너와 40미터의 고저차를 이용한 다이나믹 업다운 구간을 적절히 배치되어 레이싱의 다양한 재미를 선사한다.

표고차 40m에 오르막 12도, 내리막 9도로 FIA규정을 만족시킨 트랙이다. 20개의 좌우 고속, 저속, 내리막, 오르막의 다양한 코너의 조합으로 다이나믹한 스포츠주행이 가능해 많은 경기가 열리기도 하는 곳이다.

이런 곳을 SUV로 달린다는 것이 상상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 인제스피디움에서 열린 티볼리 디젤 미디어시승회/미디어펜

쌍용차가 야심차게 서킷을 준비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티볼리 디젤은 서킷에서도 재미있게 달렸고 또 안전하게 멈춰 줬다.

전·현직 프로 드라이버로 구성된 진행요원들도 최고의 성능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우선 경기장 인근 국도 24.2㎞를 약 30분 동안 달려봤다. 신호 때의 정차를 포함해 평균 시속 46㎞. 가속·제동·핸들링 성능을 느껴보기 위해 도로 상황이 허용하는 한 최대한 거칠게 몰았다.

단단했다. 강인한 느낌의 디자인처럼 핸들링과 브레이킹을 비롯한 전반적인 주행 성능이 단단하게 세팅됐다.

티볼리 디젤은 핸들 세팅을 컴포트·노멀·스포츠로 세분화했다. 가솔린 모델처럼 서스펜션도 컴포트·스노·스포츠 3가지 중 고를 수 있다. 

둘 다 스포츠 모드로 놓인 채 핸들을 급격하게 꺾어 봤다. 민첩하게 반응했다. 노멀 모드 때도 다른 국산 소형 SUV보다는 단단한 느낌이었다. 유럽차를 연상케 했다.

여성 운전자보다는 남성에 더 어울리는 느낌이다. 컴포트 모드는 반대로 핸들링이나 주행 감이 부드러워진다. 여성 운전자에게 적합한 느낌이다. 주차 때도 유용할 듯하다.

브레이킹도 마찬가지로 단단했다.브레이킹 반응 속도가 동급 국산 모델보다 확연히 빨랐다. 평소처럼 페달을 밟다 보면 생각보다 빨리 반응이 온다. 초보 운전자라면 동승자를 휘청이게 할 듯하다. 국내 동급 소형 SUV 중 제동거리가 가장 짧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 인제서킷을 재미있게 달리고 있는 티볼리 디젤/쌍용차

실연비는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다. 국도 시승을 마친 후 계기판에 찍힌 평균연비는 15.3㎞/ℓ였다. 고속도로 연비(17.8)에는 못 미쳤지만 복합연비(15.3) 수준은 된 것이다. 짧고 거친 시승이었던 만큼 일상 주행 때의 실연비가 궁금하다.

티볼리 디젤은 배기량 1.6ℓ 디젤 엔진에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앞바퀴굴림 방식이다. 수치상 성능은 최고출력 115마력, 최대토크 30.6㎏·m, 복합연비 15.3㎞/ℓ(도심 13.7 고속 17.8)다. 가솔린 모델에 있던 수동변속 모델은 적용하지 않았다. 네바퀴굴림 방식은 이번에 가솔린 모델에만 추가됐다. 곧 디젤 모델에도 추가된다.

성능은 수치에 나온 대로였다. 최고출력 115마력으로 배기량 1.5~1.6ℓ의 동급 모델 중 고속주행 실력이 상위권이다. 낮은 엔진회전수(RPM)에서 뿜어져 나오는 최대토크는 동급 최고 수준이다. 꽤 즐거운 주행이 가능하다.

서킷에서 달리기에도 부족함 없었다. 서킷 급코너링도 차체 쏠림이나 울컥거림 없이 무난하게 공략했다. 그만큼 차체가 단단하게 세팅했다는 것이리라.

초기 진동·소음은 꽤 잘 잡은 듯하다. 최소 1~2년은 지나봐야 제대로 평가할 수 있겠지만 당장 신차만 놓고 보면 웬만한 수입 소형 디젤보다 훌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