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자동차보험 한방진료비 증가의 원인으로 세트청구(복수진료)가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세트청구 비율은 한방병원에서 경상환자로 분류되는 12~14급을 중심으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두 가지 이하 진료비 비율은 감소세를 보였다.

2일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자동차보험 한방진료 세트청구 현황과 시사점’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대인배상 진료비 가운데 한방진료 규모는 1조4636억원으로 의과의 1조506억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방 세트청구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의원과 한방병원의 세트청구는 침술·구술·부항·첩약·약침·추나요법 등 다수의 처치(진료)가 하루(1회) 내원 환자에게 동시에 시행되는 것을 말한다.

   
▲ 자료=보험연구원

전용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국내 대형손해보험회사의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대인배상 진료비의 75%를 차지하는 9급 이하 상해급수 환자가 한방진료기관에서 받은 진료 990여만 건을 분석한 결과 상해급수 12~14급 경상환자에 대한 세트청구 한방진료비는 2017년 1926억원에서 2022년 7440억원으로 연평균 31% 상승했다.

2017년 12~14급 한방병원 세트청구 비율은 55.2%였는데 2022년에는 82.4%로 높아졌으며, 한의원의 경우 53.4%에서 73.1%로 올랐다.

9~11급은 상해급수 기준으로 중상해로 분류되지만, 세트청구 비율은 한방병원과 한의원 모두에서 경상인 12~14급보다 낮았다.

세트청구 규모는 대형 손해보험회사의 진료비 기준 세트청구 비율을 전체 한방진료비에 적용해 추산한 결과인데 2022년 기준 전체 한방진료비 대비 절반을 상회했다.

이에 비해 두 가지 이하 복수진료 비율은 2017년 4.4% 내외에서 2022년 2.2% 내외로 낮아졌고 침술과 부항술 등 단독진료 비율은 2022년 1% 미만으로 하락했다.

세트청구 건당 진료비는 한방병원에서 진료받은 경상환자에게서 소폭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해급수 9급 이하 피해자에 대한 한방진료비는 2017년 2000억원 내외에서 2022년에는 8000억원 내외로 네 배 증가했는데 특히 경상환자인 상해급수 12~14급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 자료=보험연구원

염좌, 타박상이 대부분인 상해급수 12~14급의 청구건당 진료비(세트청구 대상)는 중상해로 분류되는 9급, 11급보다 높았다.

전 선임연구위원은 “한방 세트청구 확대 원인은 공급자 유인 효과와 세트청구에 대한 기준이 없기 때문인데 가해자들의 세트청구에 대한 이의제기에도 불구하고 진료수가 기준 제정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방진료기관 증가로 인한 경쟁 심화와 수익성 악화가 자동차보험 환자에 대한 세트청구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한방진료의 주요 진료에 대한 개별적 규정은 마련돼 있지만 주요 진료의 병용 등 다양한 조합에 대해서는 자동차보험 진료수가에 반영된 심사기준이 없다.

한방 중복 진료에 대한 규정은 양한방 협진 중복진료에 대해서만 있어 경·요추·어깨 관절 염좌에 대한 침술 3종의 동시 시행 여부, 추나요법, 도인치료, 견인치료의 동시 시행 여부 등에 대한 이의가 제기된다.

전 선임연구위원은 “세트청구와 같은 복수진료가 지속될 경우 자동차보험 가해자들의 피해자 진료에 대한 불만 제기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 있어 이를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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