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나는 솔로' 15기 출연자 현숙의 웨딩드레스 착용 거부 사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웨딩드레스를 입고 시내를 활보하는 데이트 미션을 준비한 제작진에게, 현숙이 자신의 신념을 이유로 거부 의사를 표한 것이다.
"웨딩드레스 입는 순간을 평생 그려왔는데, 제가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입는 것이 아니면 입을 수 없다"는 것이 현숙의 거부 내용. 이 장면은 지난 방송의 흥행 요인으로 작용했으나, 제작진과 현숙의 행동을 향한 비판이 갑론을박을 이루며 양날의 검이 됐다.
방송 분위기를 싸하게 만든 현숙의 태도가 적절했는가, 시청자들이 현숙을 책망하도록 주도한 제작진의 연출이 납득 가능한가를 두고 네티즌의 설전이 뜨거웠다. 개인적으론 양쪽 반응 모두 옳다는 양시론적 견해를 내세우면서도, 제작진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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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ENA, SBS Plus '나는 SOL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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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ENA, SBS Plus '나는 SOLO' |
▲ '1박 2일' 복불복 게임인가요? '연애' 실종되고 '존중'도 없어진 '나는 솔로'
지난주 방송된 '나는 솔로' 데이트의 주제는 '불편하고 곤혹스러운 랜덤 데이트'로 스파, 비대면, 무언, 서로 자장면 먹여주기, 웨딩드레스, 신혼방에서 끊이지 않는 대화 등 다소 난처한 데이트 미션이 주어졌다.
이번 '나는 솔로'는 미션의 난이도가 천차만별인 데다 몇몇 미션은 남녀 간 상호작용이 모호해 데이팅 프로그램의 근본을 잃어버린 느낌이 컸다. 또 결혼을 꿈꾸는 출연자들을 상대로 벌칙을 방불케 하는 미션 내용까지. 출연자들에 대한 정서적 이해와 배려가 부족해 제작진이 갈수록 무례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바로 전 기수인 14기 방송만 하더라도, 커플 매칭에 실패해 고독 정식을 먹게 된 남성 출연자에게 "간짜장은 안 된다"고 무안 주는 제작진의 모습이 논란을 낳은 바 있다. (커플 매칭에 실패한 출연자는 '고독 정식'이라는 이름의 자장면으로 식사를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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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ENA, SBS Plus '나는 SOL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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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ENA, SBS Plus '나는 SOLO' |
제작진은 "'나는 솔로'는 결혼정보회사가 아닌 예능프로그램"이라고 항변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출연자는 방송인이 아니라 일반인이라는 점도 분명 인지해야 한다. 결혼 적령기 출연자들의 간절한 마음을 볼모로 한 갑질은 시청자들이 먼저 민감하게 느낀다. 방송이라는 명분이 어디까지 통할까. 적절한 무례함이 어느 선까지인지,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지, 시청자들의 감수성은 저마다 다르지만 요즘은 꽤 위험해 보인다. 제작진의 줄타기가 흥미를 넘어 모멸감과 불쾌감으로 이어질 때 '나는 솔로'에는 위기가 찾아올 듯하다.
▲ 출연자 보호 대신 "공격해주세요" 연출… 제작진의 '빌런 만들기' 합세
현숙의 행동에 비판점이 없는 건 아니다. 제작진이 현숙을 쏘아붙이듯 제시한 자료 화면처럼 '나는 솔로'는 과거 방송에서 이미 출연자들에게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입힌 전력이 있다. '나는 솔로'에 출연 신청을 한다는 것은 방송상 재미를 위해 솔로나라의 룰에 협조하겠다는 암묵적 합의가 깔려 있다. 이에 제작진도 "웨딩드레스를 입을 수 없다"는 현숙의 선언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생각을 했을 테고, 이에 MC인 데프콘의 입을 빌려 현숙의 행동이 유별나다는 듯 비아냥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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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ENA, SBS Plus '나는 SOLO' |
다만 처음으로 돌아가보면 제작진이 현숙을 골리려 미션을 준비한 것도, 현숙이 방송을 망치거나 제작진을 가해자로 만들려 신념을 내세운 것도 아니다. 그저 서로가 불행히도 어긋났을 뿐이다. 그렇다면 제작진은 이에 맞춰 연출 방향을 수정하고, 현숙은 부드러운 양해를 통해 얼어붙은 분위기를 누그러뜨렸으면 될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제작진은 현숙 없이 영호의 기괴한 '나 홀로 프러포즈'를 연출했고, 현숙은 집단적 압박 환경을 타개하지 못한 채 이불속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서로에 대한 원망이 여실히 느껴진 이번 회차에서 제작진은 포용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심지어 현숙의 선택을 이해하고 보호하는 대신, 현숙을 '빌런'으로 몰고 갈 장치들을 적극 배치했다. 안타깝다. 완전무결한 사람은 없다. 완벽한 빌런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분법적인 선악의 구분은 현실의 다양성을 단순화하며, 사람의 이해라는 본질을 철저히 흐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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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ENA, SBS Plus '나는 SOLO' |
제작진은 흥미로운 콘셉트와 콘텐츠 개발을 위해 노력하면서도, 방송이 불편함 없이 흘러갈 수 있게 다양성을 인정하고 포용성을 지녀야 한다. 출연자의 개성을 존중하며, 피로와 불안을 감지해 적절히 지원해야 한다. 출연자의 인격권을 보호하고, 편향적이거나 불공정한 표현을 지양해야 한다. 적어도 방송에서는.
그래야 할 제작진이 출연자를 '어깃장 놓는 관심병사'로 낙인찍었다. 꼭 이렇게까지 방송을 제작해야 하나. 미디어의 권위로 가하는 집단 린치다. 맞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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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ENA, SBS Plus '나는 SOLO' |
[미디어펜=이동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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