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구조 요건 갖춘곳 대구은행 유일…대구 "결정된 바 없어"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금융당국이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의 과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인 가운데, 5일 주요 은행지주사 회장들과 은행연합회에서 회동을 가졌다. 

이날 회동에서 당국은 충분한 건전성과 사업계획 등을 갖춘 사업자에게 시중·지방·인터넷은행 신규 인가를 추진하는 한편,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적극 허용한다고 공식화했다. 

   
▲ 금융당국이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의 과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인 가운데, 5일 주요 은행지주사 회장들과 은행연합회에서 회동을 가졌다. 이날 회동에서 당국은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유력 후보군으로는 DGB대구은행이 꼽힌다./사진=대구은행 제공

유력 후보군으로 은행법 상 규제요건을 유일하게 충족하는 DGB대구은행이 꼽히는 가운데, 은행 내부에서는 "논의 중"이라는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에 당장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TF에서 논의한 △은행권 경쟁 촉진 및 구조개선 △고정금리 확대 등 금리체계 개선 △손실흡수능력 제고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 △성과보수체계 개선 및 주주환원정책 점검 △사회공헌활동 활성화 등을 공개했다.

그 중에서도 '은행권 경쟁 촉진 및 구조개선'은 가장 이목을 끌고 있다. 당국은 그동안 △인가 세분화(스몰 라이선스) △소규모 특화은행(챌린저은행) 도입 △인터넷전문은행·시중은행의 추가 인가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전환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등을 고민했다. 지난 1992년 옛 평화은행을 비롯 인터넷은행 3사 외 신생 플레이어가 없는 까닭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진입확대를 통한 경쟁 촉진의 일환으로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허용'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전환을 허용한다면)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시중은행 시장에 신규 진입이 일어나고, 지방에 본점을 둔 시중은행이 출현함으로써 기존의 경쟁구도에도 의미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충분한 자금력과 실현가능한 사업계획을 갖고 있다면, 신규 인가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인터넷은행에 대해서는 "기존 은행들의 서비스가 부족했거나 비효율적인 부문에서 경쟁촉진 효과가 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도 "인터넷전문은행의 역사가 일천하고, 외국에서도 성과가 혼재돼 있는 만큼, 기존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과 및 장·단점을 인가 심사과정에서 충분히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고금리로 불거진 업계 건전성 문제 등이 연일 거론되는 가운데, 인터넷은행 추가 설립이 단순 은행 수만 늘리고 과당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도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고 있다. 지역 본점을 필두로 수도권 등지에 영업점 및 특화센터를 구축하는 등 기존 5대 은행과 유사한 영업방식을 취하는 까닭이다. 

다만 당국의 기대에 부응해 지방은행권(BNK부산·BNK경남·DGB대구·광주·JB전북·제주)에서 시중은행으로의 전환을 희망할 은행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현재 은행법상 규제요건을 충족하는 곳은 DGB대구은행뿐이다.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인가를 받으려면 △최저자본금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 지분 보유 한도 등의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우선 최저자본금의 경우 시중은행이 1000억원, 지방은행이 250억원인데, 후보군 모두 이를 충족한다. 이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구은행은 올 1분기 6806억원의 자본금을 갖추고 있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부산은행은 9774억원, 경남은행은 4321억원, 광주은행은 2566억원, 전북은행은 4616억원, 제주은행은 1606억원 등을 기록했다.

문제는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규모다. 업계에 따르면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려면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원칙에 따라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 지분 보유 한도를 4% 이내로 맞춰야 한다. 동일인 주식 보유한도도 시중은행은 지분의 10% 이상을 보유할 수 없다. 

지방금융지주사 중에서는 이 요건을 충족하는 곳이 DGB가 유일하다. 공시에 따르면 BNK금융의 경우 부산롯데호텔을 포함한 범롯데계열사가 지분 11.14%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국민연금공단이 8.36%로 뒤를 잇고 있다. 지난달에는 지역건설사인 협성종합건업이 신주 171만주(지분 5.25%)를 확보하며 주요주주로 등재됐다.

JB금융은 삼양사 14.61%,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14.04%, 오케이저축은행 10.21%, 국민연금공단 6.42%, 더캐피탈그룹 5.53% 등을 주요 주주로 구성하고 있다. 

반면 DGB금융은 1분기 말 기준 국민연금 8.78%, OK저축은행 8%, 우리사주 3.95% 등을 주요주주로 구성하고 있어 산업자본 지분 보유 한도와 동일인 주식 보유한도를 충족한다.

이를 의식한 듯, 당국은 "현재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할 의향이 있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기대효과도 크다는 입장이다. 당국은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면, 수도권 및 지방은행이 없는 충청·강원 등에서 여수신 경쟁이 확대될 수 있고, 외국계은행 만큼 대출하는 시중은행이 출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미 대구은행 대출잔액은 51조원에 달해 SC제일은행 45조원을 넘어섰다. 

현재로선 대구은행만 시중은행으로의 전환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인데, 정작 은행 내부에서는 유보적인 모습이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원론적 수준에서 검토하고 있다"며 "(당국에서) 자료가 나오면 구체적 내용 등을 확인해서 향후 대안 등의 입장을 밝힐 수 있을 듯하다"고 답했다.

현재로선 다소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인데, 시중은행으로의 전환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의견도 내비쳤다. 

그는 "내부 구성원 및 전체 관련 부서까지 논의해야 하는 만큼,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기) 조심스럽다"면서도 "베너핏(전환 시 이익)이 많다면 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가령 시장에서 금리조달, 수도권 진출 등을 고려해보면 대구·경북지역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도 충분히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시중은행 전환이 대외신인도 향상 및 우수 인재 확보에 도움될 것으로 내다봤다. 시중은행이 디지털화에 나서면서 IT 관련 전문 인재를 대거 흡수하고 있는 만큼, 지방은행의 인지도 향상이 인재 수혈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은 점포 전략 외에도 대외신인도 향상, 우수 인재 채용 등에 도움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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