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정부가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안에 포함된 세부사업이 국회예산정책처로부터 4건 중 1건이 '부실' 판정을 받았다.
정부·여당과 야당이 각각 총액 규모 11조8000억원과 6조2000억원의 추경안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는 가운데 이번 분석 결과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2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145개 추경 세부사업에 대한 분석 결과 36개 사업에서 45건의 문제점이 파악됐다. 우선 이 가운데 16건은 연내에 집행되기 어려운 것으로 지적됐다. 연내 집행 가능성을 추경의 중요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국가재정법 관련 조항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총 684억원이 증액되는 감염병 예방관리 사업 중 구매 대금 555억원이 책정된 항바이러스제는 실제로는 내년에 필요한 약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수출입은행 출자 사업은 1000억원이 반영됐으나 출자로 인한 수출입은행의 대출사업 중 일부는 6월말 집행실적을 고려할 때 연내 대출목표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고 예산정책처는 설명했다.
농어촌 구조개선 특별회계 중 2825억원이 책정된 수리시설 개보수 사업도 최근 세입재원 부족에 따라 집행 실적이 부진한 상황이어서 2013년 추경 사례처럼 연내 집행 가능성이 작아질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사업계획이나 사전절차 등 사전 준비가 미흡한 것으로 평가된 사업도 16건에 달했다.
감염병 관리시설 및 장비 확충 사업에는 1447억원이 반영됐으나 구체적 지원계획이 마련되지 않았고, 지자체 실제 수요와 보건소 구급차 보유 현황 등도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지적됐다.
총 4000억원이 책정된 의료기관 융자 사업 역시 융자 신청기관, 심사기준, 융자방식, 지원규모 등 구체적 사업계획이 없는 상태였다.
각각 1200억원, 400억원, 34억원 증액된 신용보증기관 출연 사업, 매출채권보험계정 출연 사업, 청년취업아카데미 운영 지원 사업 등 3건은 기존 사업성과가 제대로 확인되지도 않은 채 사업이 확대되는 등 실질적인 사업효과가 불확실한 사업으로 지목됐다.
기금수입이 확대됐는데도 변경된 지출계획을 제시하지 않거나 중복 지원 가능성이 큰 사업 등 철저한 집행관리가 필요한 사업도 10건 있었다.
예산정책처는 이번 추경을 포함해 총 22조원 규모의 재정보강책이 3분기에 100% 집행될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경제성장률이 0.26% 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기획재정부가 예상한 0.3% 포인트에 비해 0.04% 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세입경정에 대해서는 "특별한 위기상황이 아님에도 대규모 세수결손이 지속되고 이를 보전하기 위한 추경이 반복되는 점은 문제"라며 "국민신뢰 하락과 시장 불확실성 확대 등 부작용을 해소할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제시한 재정건전성 제고 방안과 관련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고 그동안 정부의 노력도 미흡하다"고 평가하고 재정준칙의 법제화를 고려하는 등 재정규율의 구속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