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영화감독 김조광수(50) 커플의 법적 혼인관계 인정 여부를 다투는 국내 첫 신청사건에서 동성애 찬·반 진영이 기싸움을 하고 있다.
12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김조광수 커플이 서울 서대문구를 상대로 낸 '가족관계등록 공무원의 처분에 대한 불복신청' 사건 재판부에 탄원서와 성명 등이 잇따라 전달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서울 서부지법 가족관계등록 비송 재판부(재판장 이기택 법원장)가 맡고 있다.
2013년 9월 공개 결혼식을 올린 김조광수 커플은 그해 12월 서대문구가 "동성 간 혼인은 민법에서 일컫는 부부로서의 합의로 볼 수 없다"며 자신들의 혼인신고를 수리하지 않자 "민법 어디에도 동성 간 혼인 금지 조항이 없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5월 서부지법에 불복신청을 냈다.
올해 들어서도 3차례나 기일이 변경되는 우여곡절 끝에 6일 첫 심리가 열렸고, 심리를 마치고 나온 김조 감독은 재판부가 신청을 받아줄 것을 눈물로 호소하기도 했다.
동성애에 반대하는 보수 진영에서는 첫 심문기일을 사흘 앞둔 3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 5개 단체로 구성된 한국교회동성애대책위원회가 이들의 혼인신고를 수리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심문이 열린 6일에는 보수단체인 차세대바로세우기학부모연합이 같은 내용의 성명서를 법원에 전달했다. 이 단체는 이날 서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재판부가 동성 결혼을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동성 결혼에 반대해 개인 자격으로 법원에 탄원서를 내고 소송에까지 뛰어든 변호사도 있다.
법무법인 로하스 정선미 변호사는 동성혼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탄원서를 3일 법원에 제출한 뒤 피신청인인 서대문구 측 변호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정 변호사는 "동성혼이 법적으로 인정되면 이후 차별금지법 제정 움직임으로 이어져 동성애를 거부하는 모든 의견을 법적으로 제재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이런 흐름을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탄원서를 내고 재판에까지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와 반대로 동성혼 인정을 촉구하는 인권단체들 역시 자신들의 견해를 재판부에 적극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는 국제 청원사이트 아바즈(Avaaz)에서 동성 부부의 혼인신고를 수리해야 한다고 밝힌 시민 3천328명의 서명을 받아 6일 재판부에 명단과 함께 탄원서를 제출했다.
대학 성 소수자 동아리와 시민단체 등 100여개 단체도 "김조광수 부부의 요구는 마땅히 인정받아야 할 개인의 권리이며 법 앞에서 보호받아야 할 존엄한 평등 선언"이라는 내용의 공동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판사가 탄원서를 받으면 자신이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해 국민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는 있겠지만 이를 압력으로 느낄 필요는 없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