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타당성검토서 기대효과 긍정 평가…지역·중소기업·핀테크 상생안 제시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DGB대구은행이 지방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의 전환을 공식 선언했다. '지방은행'이라는 이유로 시장에서 받는 불합리한 디스카운드를 해소하겠다는 설명이다. 

대구에 본거지를 둔 최초의 시중은행으로서 은행권에 경쟁을 촉진해 과점체제를 완화하는 한편,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속가능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시중은행 전환 전담조직을 설치하고, 빠른 시일 내로 당국에 인가를 신청한다는 입장이다.

   
▲ 황병우 대구은행장이 6일 대구은행 제1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시중은행 전환 추진을 결정하게 된 경과와 시중은행으로서의 지향점, 기대효과 등을 밝혔다./사진=대구은행 제공


6일 대구은행에 따르면 황병우 대구은행장은 제1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시중은행 전환 추진을 결정하게 된 경과와 시중은행으로서의 지향점, 기대효과 등을 밝혔다. 

대구은행은 지난 3월 초 금융당국의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에서 은행권 경쟁촉진 방안의 일환으로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인가'가 제시되면서 타당성 검토에 즉각 착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려면 은행법상 △자본금 1000억원 이상 △동일인 지분율 10% 이하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 지분율 4% 이하 등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데, 업계에서 이를 충족하는 곳은 대구은행이 유일했다.

우선 대구은행은 올 1분기 자본금 7006억원을 보유하고 있어 기준치를 크게 상회했다. 또 최대주주 지분율의 경우 국민연금이 8.78%로 동일인 지분율 10% 이하 요건에도 걸리지 않는다. 산업자본 지분율은 삼성생명 3.35%에 불과하다. 

부산·경남은행의 모기업인 BNK는 범롯데계열사가 11.14%를, 광주·전북은행의 모기업인 JB는 삼양사가 14.61%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어, 동일인 지분율과 비금융주력자 규제에 저촉돼 시중은행으로의 전환을 기대하기 어렵다.

DGB측은 기본적 법적 요건을 갖춘 만큼, 시중은행으로의 전환을 긍정적으로 검토한 모습이다. 특히 '지방은행'이라는 이유로 높은 조달비용을 지불하는 등의 불합리한 디스카운트를 받는 게 이번 결정에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급의 재무구조와 신용도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구은행의 총대출잔액은 51조 6000억원으로 이미 외국계은행인 SC제일은행의 총대출잔액 46조 8000억원을 초월했다. 더불어 신용등급도 신한·KB국민은행과 동급인 'AAA'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채권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 시 시중은행 대비 선순위채권은 약 4bp(1bp=0.01%), 후순위채권 및 신종자본증권은 21~25bp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했다는 후문이다. 

또 주식시장에서의 기업가치도 DGB금융지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21배에 불과해 시중지주의 평균 0.32배보다 너무 저평가돼 있다는 설명이다. PBR는 현재 주가가 순자산 대비 몇 배에 거래되는 지를 알 수 있는 지표로, 1 이하는 저평가된 것으로 본다.  

황 행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더라도 현재 위치한 대구에 본점을 계속 두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면서 금융소비자와 지역사회, 은행 등 3자가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세 가지 방안으로 △지역 상생은행 △중소기업 상생은행 △핀테크 상생은행을 제시했다. 

대구에 본점을 둔 시중은행이자 지역 대표은행으로서 전국 영업을 통해 창출한 이익과 자금을 지역에 재투자함으로써 지역상생을 실천하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대형 시중은행에서 소외받던 중신용등급의 기업과 개인사업자에게 기업금융을 강화하는 중소기업 상생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지난 56년간 축적한 중소기업 금융노하우를 활용해 수도권 외 지방은행이 없는 강원 충청 등으로 영업을 확대해 규모의 경제를 구현하겠다는 심산이다. 더불어 전국 소재인 비은행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구현하기에도 좋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외에도 핀테크 등 혁신기업과 '동반자'로서 혁신서비스를 마련해 핀테크 상생도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황 행장은 "앞으로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할 전담조직을 설치하고, 컨설팅사와 협업해 시중은행으로서의 혁신적인 경영계획을 수립하고 빠른 시일 내에 전환 인가를 신청할 예정"이라며 "지역사회의 많은 조언과 지원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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