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데뷔 이후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판타지, 로맨스, 미스터리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발표하며 한일 양국에서 사랑받는 작가 온다 리쿠가 무려 14년에 걸쳐 완성한 역작 '어리석은 장미'가 드디어 한국에 소개된다.

   
'어리석은 장미'는 ‘뱀파이어’라는 존재에 대한 온다 리쿠의 오랜 관심을 바탕으로 쓰인 작품이다. 뱀파이어와 SF 세계관이 섞인 신비로운 서사 구조, 미스터리한 사건에 휘말리는 소녀의 불안함 거기에 온다 리쿠의 섬세한 문체가 더해져 독자들이 눈길을 끈다.

책은 수십 권에 달하는 온다 리쿠의 작품 중 가장 오랫동안 연재된 작품이다. 2006년 SF 전문지 'SF Japan'에서 연재가 시작된 이 작품은 2020년 출판사 도쿠마 쇼텐의 문예지 '요미라쿠'에서 무려 14년 만에 완결됐다. 저자는는 연재한 원고를 수차례 개고한 끝에 마침내 '어리석은 장미'를 단행본으로 선보일 수 있었다.

'어리석은 장미'는 뱀파이어와 SF 세계관이 어우러진 신비롭고 독특한 서사 구조 위에 자리한다. 수많은 영화, 드라마, 소설의 소재가 되어 온 ‘뱀파이어’, 어린 시절부터 그 존재에 대해 끝없는 호기심을 느껴 온 저자는 ‘뱀파이어는 인류의 진화에 대한 어떠한 기억이 아닐까?’라고 생각했고, 그 나름의 대답을 '어리석은 장미' 안에 녹여 냈다.

산간 마을 이와쿠라에서는 매년 우주로 떠나는 ‘허주’의 승선원을 선발하는 캠프가 열리고, 열네 살 소녀 다카다 나치는 캠프에 참석하기 위해 4년 만에 이와쿠라를 방문한다. 허주에 오르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인 ‘변질’. 변질이 시작되면 본능적으로 타인의 피를 탐하게 된다. 나치는 피를 마시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느끼지만, 캠프의 그 누구보다 빠르게 변질이 시작된다. 점점 피를 갈구하는 스스로를 발견한 나치는 그 거부감과 열망 사이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혼란을 느낀다. 

변질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이와쿠라 너머 우주로 향하는 허주의 진실은 무엇일까? 

작품 출간을 앞두고 저자는 “뱀파이어란 무엇인가에 대한 나름의 대답을 쓸 수 있었다. 숙제를 마친 기분이다”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이야기를 사랑하는 마음, 다양한 장르에 대한 도전 정신, 매혹적인 필력이 한데 모인 '어리석은 장미'는 624페이지에 달하는 대작임에도 손을 뗄 수 없다. 책장을 여는 순간 독자는 14년 동안 공들여 빚은 작가의 서사에 빠져 들 수 밖에 없다.

저자 온다 리쿠는 특별한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 다양한 이야기를 집필해 왔고, 서점 대상과 나오키상,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야마모토 슈고로상 등을 수상하며 일본 최고의 대중 소설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어리석은 장미'는 이야기에 대한 저자의 애정과 장르에 대한 도전 정신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일본의 문학 평론가 오모리 노조미는 '어리석은 장미'를 두고 “온다 리쿠의 장르 소설 사랑을 집대성한 대작이다.”라고 평가했다. 또 온다 리쿠가 가장 존경하는 작가이자, '어리석은 장미'의 일본 초판 한정 표지를 담당한 ‘순정 만화의 신’ 하기오 모토는 '어리석은 장미'를 인류의 미래를 다룬 걸작 SF '유년기의 끝'에 비교하며 “이 작품은 21세기 '유년기의 끝'이다”라고 평했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