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국내 은행권이 지난 5월 취급한 신규 주택담보대출에서 변동금리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여파에 여전히 고정금리를 택하는 대출자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3개월만에 다시 변동금리 비중이 늘어난 만큼 고금리 기조가 정점에 이르렀다는 시각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9일 금융권 및 한국은행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예금은행이 5월 공급한 신규취급액 기준 주담대 상품 중 고정금리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77.0%로 집계됐다. 전달 80.4%에 견줘 약 3.7%포인트(p) 낮아진 셈인데, 3개월여만에 하락 전환이다. 올해 고정금리 비중은 1월 73.1%를 시작으로 2월 69.8%까지 떨어졌다가 3월 79.4%, 4월 80.7%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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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은행권이 지난 5월 취급한 신규 주택담보대출에서 변동금리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반대로 변동금리 주담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4월 19.3%에서 5월 23%로 높아졌다.
이처럼 변동금리 선호 현상이 다시금 부상하는 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이 때문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거듭된 금리 상승으로 변동금리 대출자들이 원리금 상환 부담에 시달리면서 시장에서는 고정금리형 주담대가 대세로 작용했다.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고 추가 금리인상이 예상되면 신규 대출자로선 금리가 조금이라도 낮을 때 빨리 고정금리로 대출을 일으키는 게 유리한 까닭이다.
하지만 지난 2월을 비롯해 5월에 고정금리형 대출비중이 하락 전환한 건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고정금리형(혼합형) 주담대가 변동금리형 주담대보다 금리가 낮은 편이다.
이날 주요 은행권의 주담대 상품 금리를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의 'KB주택담보대출'은 변동금리형(신규취급액 코픽스 6개월물 기준)이 연 4.21~5.61%인 반면, 고정혼합금리형(5년간 금융채 5년물 금리 적용 후 신규코픽스 6개월물로 전환)은 연 3.99~5.39%에 형성돼 있다.
신한은행의 '신한주택대출(아파트)'도 변동금리형이 연 4.85~6.15%, 혼합금리형이 연 4.58~5.89%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의 '하나원큐아파트론'은 6개월 변동금리형이 연 5.538~7.038%인 반면, 혼합형은 연 4.781~6.281%에 불과하다. 우리은행의 '우리WON주택대출'은 변동금리형이 최저 연 4.53%, 혼합금리형이 최저 연 4.27%를 형성하고 있다.
인터넷은행의 경우 카카오뱅크가 변동금리형 주담대를 연 3.918~6.688%에, 고정혼합금리를 연 3.904~6.533%에 각각 제공하고 있다. 케이뱅크의 경우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가 연 4.17~5.98%이지만, 고정혼합금리는 연 4.05~5.08%에 불과하다.
문제는 향후 기준금리 추이인데,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에 한은이 어떻게 대응할 지가 관전 포인트다. 일각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달 25~26일을 시작으로 연내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우리나라도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고용시장 호조로 미국 국채 수익률이 높아진 까닭인데, 시장 일각에서는 연준이 7월과 9월, 11월에도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미 간 금리격차가 커질수록 자금 유출 및 원달러 환율 급등 등의 리스크가 뒤따르는 만큼, 한국은행도 후행적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 연내 추가 금리 인상까지 고려하면 변동금리 주담대가 위험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한은이 오는 13일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반기 경기 회복을 장담하기 어려운 가운데 한은이 굳이 금리를 더 올려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새마을금고의 연체율 급등 등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한층 가중돼 있어 기준금리 인상이 자금 경색 등을 부추길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